명예지키고 싶다는 조현오, 지킬 명예는 있나? [바람부는언덕님 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지난 22일 보석을 신청했습니다. 구속된 지 불과 이틀 만의 일이었습니다.
<거짓말을 혐오하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 그는 왜 거짓을 말한걸까?, 방송캡쳐>
"제가 징역 10월을 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는 제 명예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구속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보속청구심사에서 밝힌 이유입니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 사람, 자신의 명예는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왜 남의 명예는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 노무현의 명예를 훼손했던 사람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노무현 대통령 만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과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의 조롱과 멸시, 공격을 한 몸에 받았던 정치인은 일찌기 없었습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었던 바보 노무현에게 정권을 내어준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렇기에 도무지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임기 내내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말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를 가지고 문제를 삼았고, 흠집내기는 기본이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민망한 욕까지 해가며 비난을 했습니다.
<막말연극의 진수를 보여준 한나라당 의원들의 '환생경제', 출처 : 오마이뉴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당시 한나라당 이혜훈, 박찬숙, 나경원, 박순자, 주호영, 주성영, 정병국, 심재철 의원 등이 함께 공연한 <환생경제>란 연극이었습니다. 이들은 이 연극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빗댄 인물인 '노가리'를 향해 온갖 막막과 저주 퍼부어 댑니다. '육X럴 놈',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X 값을 해야지', '등신같은 놈', '개X놈' 등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며 원색적인 표현으로 현직 대통령을 조롱하고 모욕을 주었던 것입니다.
애시당초 이들에게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되는 인물이었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들의 거침없는 비난과 공격은 임기 내내 이어졌습니다.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등신외교(노대통령의 방일외교)', '노무현 사저는 아방궁(홍준표 의원)', '노대통령의 뇌에 문제가 있다(공성진 의원)', '노무현은 국제적 왕따(이규택 의원)', '드라마 왕건의 궁예의 말로가 생각난다(김형오 의원)', '현 정부는 정신적으로는 폴포트 정권과 다름없는 정권(정두언 의원)'이라는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모욕을 주기 일쑤였습니다.
■ 조현오의 파렴치한 허위 발언
임기 중에도, 임기 이후에도, 그리고 심지어 서거한 이후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이용당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문제의 발언을 한 것입니다.
<그는 '문제의 발언'을 왜 한 것일까? KBS 뉴스 화면 캡셔>
발언 이후에도 그는 떳떳했습니다. 당당했고 자신의 발언에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있는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었던 지난해 5월 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어느 은행에 누구 명의로 돼있는지 검찰에 출석해 모두 까겠다"며 자신의 발언이 허위사실이 아님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검찰조사에서 자신의 발언을 입증할 차명계좌나 은행명, 계좌명의 등 어떠한 증거도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차명계좌가 존재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영부인(권양숙 여사)을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간부 2명이 개설한 우리은행 삼청동지점 계좌 2개에서 10억원씩 20억원 이상이 발견됐다는 정보를 들었다. 정보의 출처는 대검 중수부 수사에 대해 알만한 사람이다"(1차 검찰소환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
"('누구로부터 차명계좌 이야기를 들었는가'란 질문에) 그게 무슨 상관인가? 차명계좌가 있는지 없는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은행 측 자료를 조사해보면 차명계좌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명색이 경찰청장인데 함부로 말했겠나?"(2차 검찰 소환조사 이후 인터뷰)
"분명히 차명계좌는 있다. 나는 그런 것 가지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은행 측에 그런 명의의 계좌가 있는지 추적하면 다 확인이 된다." (채널 A 방송 토크쇼)
이처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의 거액 차명계좌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의 표현대로라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며 경찰청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알만한 사람을 통해 차명계좌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법정구속이 되었습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 확실하다던 차명계좌에 대해 이를 입증할 그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차명계좌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출처 : 구글 이미지검색>
"피고인은 진정으로 언급한 사실이 허위가 아니라면 말한 사람으로서 근거를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만약 이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허위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맞다...(중략)...근거를 밝히지 않고 강연 전에 믿을만한 사람한테 들었다고만 하는 것은 허위사실 공표보다 더 나쁜 행위이다...(중략)...피고인은 막중한 책임이 있는 직책에서 경솔하게 허위 내용을 유포하고, 여전히 영향력 있는 지위를 망각하고 법정에서도 침소봉대하면서 무책임한 언행을 반복했다" (1심 판결문 중에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곧바로 법정구속을 판결한 1심 재판부의 판결문은 그동안 그가 문제의 발언 이후 보여왔던 언행들이 재판과정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음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차명계좌는 그의 마음 속에 살아있는 것입니다.
■ 진정으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면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며 보석을 신청했습니다. 명예를 지키는 것과 보석을 신청하는 것이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지금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것'보다 자신의 경솔했던 발언으로 상처를 입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무엇보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자숙의 시간을 갖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필자가 한동안 키웠던 강아지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지하면 적어도 사나흘은 필자의 눈치를 보며 꼬리를 내리곤 했습니다. 하물며 강아지도 이럴진대 자신이 훼손시킨 타인의 명예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명예회복' 운운하는 것은 명색이 경찰청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또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는 사람으로서 할 짓이 도저히 아닙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지킬 명예가 과연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만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마도 그곳에서 죄값을 치루는 것이 본인의 명예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일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