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은 로맨스 사건이 되었나? [나비오님 글]
참 혼탁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사는 것도 힘든데 뉴스와 신문을 보면 마치 전쟁이 코 앞에 온 것 같지요. 우리의 삶과 밀접한 '현실 정치'에 국정원장이 개입했다는 증거들이 나왔지만 쏟아지는 연예 소식과 북한의 위협으로 관심조차 가질 수 없습니다. 증거가 나왔으면 수사기관이 조사를 하고 재판으로 최종 확정이 되어야 하는데 증거와 주장만 나왔지 오래된 김치 마냥 묵히고 묵힐 뿐입니다.
▲ 국정원 사건 너무나 오래되었다
이렇게 묵힌 소식은 원래 모습과 달라집니다. 날김치, 익은 김치, 묵은지 다 같은 김치지만 맛과 생김새는 다릅니다. 우리가 접하는 세상 소식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느낌과 내용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언론이 너무나 '좋아라' 하는 특종은 한달이 지나면 더 이상 기사로서도 가치가 없습니다. 의혹과 혐의가 밝혀지면 최대한 빨리 수사하고 결과가 나와야 사람의 온전한 관심 안에서 감시되고 주목받게 됩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지나가 버리면 자신과는 무관한 강 건너 달구경 하듯 우리 관심의 강도는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원리를 잘 아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 삶과 밀접한 권력형 비리는 묵히고 묵혀서 썩은 냄새가 날 때까지 시간을 끕니다. 작년 선거 때 가장 큰 이슈였던 '국정원 여직원' 사건, 아마 지금쯤 상당수 국민들은 이 사건의 내용을 잊었을 것입니다. 지금 다시 '국정원 여직원' 어쩌구 저쩌구 하면 국정원 내에 로맨스를 다룬 가십 기사거리인 줄 착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국민들이 무관심하고 멍청하다구요? 아닙니다 사는게 힘들어서 그런 것입니다. 직장 가서 뼈빠지게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사와 아이들 육아 때문에 걱정거리가 넘쳐납니다. 꿈 많은 젊은이들은 등록금 마련에 벌써부터 얼굴에 세월의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 정치인들에게 선순환은 국민들에게 악순환
그래서 정치인들은 국민을 점점 더 힘들게 만드는 지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이 힘들어야 자기들이 무엇을 하는지 인식할 수 없게 되니까 말입니다. 그들이 볼 때는 매우 훌륭한 선순환의 구조입니다
국민을 힘들게 만든다
국민이 바쁘고 어려워 현실 정치에 관심도 없다
정치인은 더 많은 거짓말과 술수로 자기 배만 채운다
국민 경제는 파탄나고 국민은 더더욱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국민들이 '선거는 무슨 선거냐 나 먹고 살기 힘드데' 까지 가면 쾌재를 부른다
다음 선거에서 나쁜 정치인, 국민의 무관심 속에 각종 타이틀을 차지한다
이것은 정치인들이 보기에는 환상의 선순환이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최대의 악순환입니다. 나라는 잘 사는데 국민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이것은 100% 정치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생겨나는 병폐입니다.
▲ 국정원 여직원 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큰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그럼 다시 국정원 여직원 사건으로 돌아와 볼까요? 현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TV 토론에 나와서 상대 문재인 후보에게 국정원 여직원에 대해 사과하라고 말했습니다. 젊은 여인을 감금해 놓고 인권을 무시했다는 이유에서였죠. 사람들은 문재인 후보가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단지 선거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국정원 여직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문재인 후보를 공격할 수 있는 대단한 무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정원 여직원은 대선 당시 홀로 강남 오피스텔에 방을 잡고 여론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아이디를 바꿔가며 정치적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을 옹호하고, 야당 인사를 공격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관여했다는 결정적 증거들이죠. 그리고 수사기관의 방치 속에 얼마 전에는 국정원장이 직접 지시문을 통해 정치적 이슈에 참여케 했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여기서 멈췄습니다.
더 이상 진전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퇴임하자마자 무엇이 그렇게 급했는데 국가 기밀 정보를 아는 국정원장이 해외로 나가려다 네티즌 결사대?의 감시활동으로 출국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여기서도 멈췄습니다
[국정원 게이트 폭로 진선미 의원이 전하는 국정원 사건 이야기 딴지이너뷰, 들어보기]
▲ 멈춰버린 시간, 국정원 사건은 어디로?
언론과 수사기관의 방치 속에 국정원 사건은 그냥 잊혀져 가는 것입니다. 대신 따끈따끈한 연예계 커플 탄생 소식으로 감성을 자극하고 북한의 전쟁 위협으로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삶을 바라볼 만한 집중력을 잃기에 충분한 시간과 내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다시 시간은 흐르겠죠. 하지만 그때는 너무 묵혀버렸거나 김이 빠져 실제 그 사건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중요성이 모두 날라가 버릴 수 있습니다. 국정원 여직원 사건은 국정원 여직원의 로맨스를 다룬 사건이 아닙니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져야할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한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곰곰히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정보 조직이며 할 일 많은 국정원이 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려 했겠습니까? 여기에 우리 삶의 질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언제나 사건의 나열보다는 사건이 발생하게된 이유가 중요합니다. 국정원이 왜 정치에 개입하려 했을까요? 국정원 사건은 로맨스가 아닙니다.
이 글도 국정원여직원이 올렷다고 하네요,어쩐지.
...
이 글 아고라에서도 본것같은 데..
ㅋㅋㅋㅋ이 글은 무려 637번이나 리트윗 됐고,
이 가운데 국정원 연계 계정이 몇 개나 되는지 체크해 본 결과
무려 461개가 국정원 연계 그룹 아이디였다고 <뉴스타파>는 전했습니다//진실의 길에서 펌````
트위터 아이디 ‘신사의 품격(@tae****)’은
국정원 여직원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린 MB의 48번째 해외순방 칭찬 글을 같은 날,
같은문구로 트위터에 올렸다고 보도했습니다
. 특히, 상당수가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여당 후보를 치켜세운 것으로 드러나 이들의 활동이 대선기간 트위터상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고발뉴스>는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