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와 김한길, 그 얄팍한 증오의 정치

가자서 작성일 13.04.12 19: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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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와 김한길, 그 얄팍한 증오의 정치  [다람쥐주인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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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행보를 하고 있는 두 정치인 홍준표와 김한길>

 

"적의 적은 친구다"

 

만고의 진리로 남을 저 명언은 1차원적인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을 함축합니다. 적의 적과 힘을 합쳐 공통의 적을 쓰러뜨린다는, 질서와 정의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통하는 정글의 계산법입니다. 이 간단하고 야만적인 진리를 이용하면 능력이 모자란 사람도 손쉽게 자기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공통의 적을 만들어 대중으로 하여금 그들을 증오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향한 증오를 이용해 독일을 장악했고, 이승만과 박정희는 북한에 대한 증오 하나로 남한을 30년 동안 지배했습니다. 히틀러가 정말 유대인을 증오했는지, 이승만이 진심으로일성을 증오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중의 증오가 그들의 정치적 정치적 성공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증오의 정치는 이성적인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일종의 술수이지만, 어찌됐던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는 전략임에는 틀임 없습니다. 

 

적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한없는 대중들의 증오를 활용해야 한다 - 괴벨스 ?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 요즘 가장 핫한 두 명의 정치인입니다. 서로 다른 당에 속해 있고, 걸어온 길도 확연히 다른 두 사람이지만 요즘 이들의 행보는 쌍둥이처럼 꼭 닮아 있습니다. 홍준표는 '강성노조'라는, 김한길은 '친노계파'라는 각각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비장하게 칼을 뽑았습니다. 실제로 그들이 친노나 강성노조를 증오하는지는 알 수 없으며 그런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대중이 그것들을 증오하길 바란다는 점입니다. 대중이 정치인의 이런 얄팍한 술수에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그들이 규정한 '악'이 과연 증오할만한 것인지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호랑이탈을 씌우려는 홍준표 지사

 

요즘 홍준표 지사는 잠꼬대로도 "강성노조"를 외칠것 같습니다. 홍 지사는 언제부턴가 진주의료원과 관련된 모든 질문에 강성노조에 대한 이야기로 일관하며 언성을 높입니다. 그의 말만 듣는다면 진주의료원노조는 지구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무시무시한 노조같습니다. 홍 지사가 처음부터 강성노조를 폐업의 주 이유로 삼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폐업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폐업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풀려진 적자였고, 노조의 문제는 여러 부수적인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적자 때문에 공공의료를 접는게 말이 되느냐는 비난이 각계에서 빗발치자 강성노조프레임으로 판을 갈아탄 것입니다. 홍 지사는 "난 공공의료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강성노조와 싸우는 것이다"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 프레임역시 잘 먹히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진주의료원의 폐업이 공공의료의 축소가 아니라는 변명은 궁색합니다. 공공의료를 확대하겠다면서 전문공공의료기관을 문닫는 홍 지사의 태도는 마치 "사랑하니까 헤어지자"류의 삼류신파를 보는 듯 합니다. 사랑하면 잘해줘야지 헤어지자고 하면 안됩니다. 홍 지사는 공공의료법 개정까지 들먹이며 민간병원으로의 기능이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법의 취지까지 왜곡시키면서 앞뒤 안맞는 억지를 쓰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시민들에게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관련글 : 2013/04/05 - [정치] - 진주의료원 사태, 공공의료의 시장편입 막아야

 

둘째, 강성노조라 부르기엔 진주의료원노조는 너무 유약합니다. 한때 진주의료원의 '사측'이었던 김양수 전 원장조차 "진료를 거부·방해하거나 원장 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정도나 돼야 강성노조 아니냐. 임금체불을 문제 삼은 정도는 보통 노조라면 다 하는 것 아니냐"며 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들여다보면 누구도 홍 지사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습니다. 6년 동안 임금을 동결해온 8개월간 월급을 한푼도 받지 못한 '유약한 노조'에게 강성이다 귀족이다 딱지를 붙이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수입니다. 얌전한 고양이에게 억지로 호랑이탈을 씌우려 드니 꼴이 어색해지는 것이죠.

 

관련글 : 2013/04/08 - [정치] - 계몽군주를 흉내내는 홍준표. 그 오만함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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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이용해 독일을 장악한 히틀러>

 

▲죽은 정치인의 친구를 적으로 삼는 비겁함

 

계파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한 지지세력까지 끌어안는 더 큰 민주당을 만들겠다 국민의 이익과 이해보다 당 계파의 이익·이해를 앞세우는 정치는 끝내야 한다. 당권을 패권화했던 지도부는 기득권을 당원에게 내려놓아야 한다. - 3.24 김한길 의원 출마선언문.

 

김한길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저 계파라는 말이 '친노'를 뜻함을 금방 알아챌 것입니다. 김한길 의원은 '반 친노'의 상징쯤 되는 인물입니다. 홍준표 지사의 강성노조타령이 급조된 것이라면, 김한길 의원의 친노타령은 역사가 꽤나 깁니다. 그는 17대국회시절부터 각종 재·보선 패배 때마다, 2007년 대선패배 때에도, 2008년 총선 패배 때에도, 2012년 총선 패배 당시에도 한결 같이 그것들이 '친노계파'때문이라 주장해왔습니다. 선거철은 물론 '평시'에도 민주당이 위기에 처할때마다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친노타도'를 외쳐온 그의 모습은 잘 훈련된 파블로프의 개를 보는듯 합니다.   

 

"밀실에서 당권나누는 반칙정치", "패권적 계파정치로 당의 국회의원과 당원들을 줄세우는 정치",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프레임" 등등 그동안 김한길 의원의 친노혐오발언들만 모아도 책 한권은 족히 나올 것입니다. 김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친노라는 패권집단만 사라진다면 민주통합당은 당장에 우주정복이라도 할 것 같습니다단어의 모호함은 둘째치고, '친노'라는 단어가 악의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이것이 친박, 친이와 같은 정치적 이익결사체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소위 대표적 친노인사로 거론되는 인물 중 유시민 전 장관은 정계를 은퇴했고, 문재인 의원은 대선에서 패배했으며, 이해찬 의원과 한명숙 의원은 지난해 4월과 11월 각각 당대표직에서 자진해 물러났습니다. 현재 고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정치인중에 민주당에서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친노가 장악했다는 민주당은 어느 나라 민주당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설사 그들이 민주당 전면에 나선다 해도 그것이 계파패권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김한길 의원이 줄기차게 제기해왔던 '친노청산론'은 또 다른 형태의 색깔론입니다. 죽은 정치인과의 친소관계를 따져 '무리'를 규정하고 그들을 싸잡아 공격하는 김 의원의 모습은 황당하다 못해 기괴스럽습니다. 그 집단이 대체 누구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음모를 꾸며왔는지, 당권을 장악한 것은 사실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뭐하나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이면의 무언가가 있다는 듯 모호한 화법으로 여론을 조장합니다. 핵심을 말하지 못하면서 지속적으로 의혹을 양산하는, 매카시즘과 매우 유사한 전략입니다. 마치 그런 식의 계파이익을 도모하는 집단이 당내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의혹을 유포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태도입니다.

 

지난 7일 김한길 의원은 "친노·비노 명찰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라는 말로 시작되는 별 내용없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상대는 원치도 않던 명찰을 열심히 붙여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걸 떼라고 말하니 이분이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10일 열렸던 첫 당대표 예비경선 토론회에서 이용섭 후보가 "주류, 범주류 얘기를 가장 많이 한 게 김한길 후보인데 갑자기 이런 구분을 쓰지 말자고 얘기하니 헷갈린다"며 김 의원을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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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받아쓰기 하시나요?

▲증오를 키우는 언론의 받아쓰기식 보도

 

인간의 모든 감정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되겠지만, 특히나 대중의 증오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경우 아주 위험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증오의 정치는 언제나 희생양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폐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김 의원은 당내 정치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지형을 만들기 위해 각각 공공의 적을 만들어 사람들의 증오를 이끌어내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투사된 증오'는 현상을 왜곡시키고 대상에 대해 실제와 다른 낙인을 찍게 합니다. 강성노조로 낙인찍힌 진주의료원노조는 병원을 망친 주범으로 몰려 사람들의 증오를 받게 되고, 친노패권주의라는 딱지가 붙은 정치인들은 부당한 압박으로 인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집니다. '강성노조', '친노패권' 둘 모두 부적절한 낙인이며, 투사된 증오라는 점에서 속성이 같은 단어입니다.   

 

저렇게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전략에 누가 속을까 싶지만, 바쁘고 지쳐 신문 볼 시간도 없는 우리 국민들은 저런 얄팍한 술수에도 너무나 취약합니다. 대중은 여과없이 보도된 정치인들의 잘못된 신호에 쉽게 반응하고 길들여집니다. 어떤 유력 정치인이 "XXX는 강성노조"라 발언하면 다음날 수십, 수백개의 매체에서 그 말을 그대로 받아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습니다. 먹고 살기에도 너무 바쁜 대한민국의 대중은 정확한 정보와 왜곡된 정보를 취사·선택 할 힘도, 시간도 없습니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 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 괴벨스 ?

 

언론은 누군가가 특정노조를 폭력적인 강성노조라 주장하거나, 누군가 특정정치인들을 묶어 비정상적인 패권집단처럼 묘사한다면 그들이 정말 그러한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보도할 의무를 갖습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라고 해서 악의적인 거짓말까지 받아쓰기가 용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대인은 인류문화의 적이며 기생충"이라 했던 히틀러의 말을 그대로 받아 보도한 나치언론은 유대인학살의 공범이었습니다. 대중의 증오를 이용한 정치에 억울한 희생양이 생기지 않도록 언론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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