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언급한 시간제 일자리는 과연 좋은 일자리일까? [소금인형2님 글]
지난 해 치뤄진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중 대표적인 하나는 바로 고용률 70% 달성이었습니다. 지난 4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고용률은 59.8% 를 기록하고 있어 공약의 목표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10%으로 차이가 나는 고용률을 박근혜 정부의 임기내에 끌어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더군다나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로 고용률을 채우기는 더욱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고용률 목표 달성을 위해 조금은 황당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대책을 내 놓았습니다. 바로 시간제 일자리의 확대로 고용률을 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시간제 일자리>라는 표현이 안 좋은 것으로만 인식되는 편견이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공모를 통해 이름을 좋은 단어로 바꾸겠다고 까지 합니다. 높으신 분들이 공개회의 석상에서 이야기 한 것이니 분명히 좋은 대책일 것 같은데 우둔한 필부인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들 입니다.
■ 시간제 일자리, 명칭이
문제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5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하다.<시간제 일자리>라는 표현에서 편견을 쉽게 지울 수 없으니, 공모 등을 통해 이름을 좋은 단어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
최근 고용과 관련한 정부부처에서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간제 일자리의 신분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소위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걸로 보아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의 핵심인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기피하고 편견아닌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시간제 일자리가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임금이 적기 때문입니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50%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그것도 합산하여 평균을 낼 때 이야기 이지 대부분의 회사 기업체에서는 시간제 일자리는 곧 최저임금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습니다. 또한 말그대로 시간, 또는 일단위로 근무를 하기 때문에 오늘 한 일을 내일 또 할 수 있을지 전혀 보장이 없는 불안한 근무조건인 것입니다. 이러한 시간제 일자리를 두고 국민들이 가지는 안 좋은 생각은 대통령의 말처럼 편견이 아니라 실제로 느끼는 현실인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 그저 명칭만 보기좋게 바꾼다고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을 까요? 정부는 명칭을 변경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인식 전환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과 근무환경등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 회사에서 정규직도 아닌 하루에 몇 시간씩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 처우를 개선하려고 할 수 있을까요? 더욱이 시간제 근로자 보다는 그래도 고용불안이 덜 한 편인 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조차 아직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낮은 임금에 장시간 일을 시킬 수 있는 비정규직들이 있는데 회사가 굳이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장미빛 전망일 것입니다.
■ 선진국 비교는 현실을 모르는 애기.
이번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도 했다고 합니다.
" 시간제 일자리가 하루종일 하는 것이 아니라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니지 않느냐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있는데, 선진국을 보면 그런 일자리가 굉장히 많고 그 일자리들도 좋은 일자리들이다. "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소위 말하는 파트타임, 시간제 근로자가 많이 있고 이 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 이유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배경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선진국들의 노동시장은 사회의 가족구조나 복지정책,그리고 노동시장의 관행 등이 우리와는 많이 다릅니다.
그들은 일찍부터 노동시장에 직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체계화시켰습니다. 직무라는 개념은 마케팅,구매,생산,물류,경영지원 등의 회사에서 맡은 전문분야를 가리키는 말로 이 직무에 의해 취업과 이직이 자유롭게 이루어집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결정이 아니라 직무와 그 직무에 대한 능력으로 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하루에 몇시간을 일하는 파트타임이든 계속 근무하는 사람이든 동일한 직무능력에 대한 시간당 임금은 동일하게 책정되기 때문에 육아나 학업등의 개인사정에 맞춰 차별 대우 없이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선진국들의 시간제 일자리와 우리나라와 그것과의 또다른 차이점은 바로 기본임금의 차이입니다. 우리나라의 평균임금은 OECD 회원국들 중에서도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이 낮다보니 시간으로 임금이 계산되어 지급되는 시간제 일자리의 경우 선진국들에 비해 그 기본임금이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여 임금분야에서도 정규직과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는 정규직과 비교해 보면 근무한 시간과 임금이 정비례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정규직이든 시간제이든 근무시간 만큼의 임금을 받기 때문에 파트타임, 시간제 일자리를 굳이 기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선진국의 예를 들어가면서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려 하는 것은 정부가 이러한 현실을 정말로 모르는 있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체 하는 건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 고용률 수치만 중시하는 일자리 창출 정책.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는 전국가적인 4대강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일자리는 하루 하루 일당을 받는 일용직 근로자 였습니다. 물론 일용직 근로자도 고용률 통계에서는 취업인구로 계산되어 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자리는 공사가 끝나면 사라지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으로 볼 때 고용률 증가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 이어서 시간제 일자리 등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고용률이라는 수치만을 중시하는 근시안적 정책인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며 앞으로 5년이라는 임기 기간이 남아있습니다. 이 기간동안 선거 때에 제시했던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보다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5년간 그런 노력을 한 뒤라면 공약을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정부를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없이 집권 초기에 오로지 수치로만 표현되는 공약달성을 이루기 위해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시간제 일자리 늘리기 같은 정책을 시행한다면 설령 임기중에 70%의 고용률을 달성하더라도 그것을 대통령의 업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