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운동권- 이 낡은 정당을 어찌할고

가자서 작성일 13.06.18 15: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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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운동권” 이 낡은 정당을 어찌할고   [다람쥐주인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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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년 동안 진화하지 못한 살아있는 화석 실러캔스>


낡은 물건중에는 고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하면, 너무 낡아 버려야 할 물건도 있다. 낡디낡아 도저히 고치지 못할 물건말이다. 정당중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유럽에는 기독교 원리주의 정당도 있고 아직도 무산혁명을 꿈꾸는 정당도 있다. 그리고 한국에는 새누리당이 있다. 유럽의 낡은 정당들은 집권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 한국의 새누리당은 작년 또다시 집권에 성공했다. 
 
살아있는 화석
 
어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국회 법사위 법무부 현안보고 자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을 보고 이게 도대체 대한민국 검찰이 작성한 것인지 걱정이었는데, 의문이 좀 풀리는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서 흥미로운(?) 말들을 이어갔다.  
 
"사건의 주임검사는 서울대 법대 92학번으로, 96년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낸 진모 검사였다.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는 PD계열 운동권이었다.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에 운동권 출신, 그러니까 공소장이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방해하는 세력에 대해 대응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이냐?"
 
1950년대가 아닌 2013년도 국회에서 나온 말이다. 저자의 입에서 나온 고루한 색깔론에 비하면 차라리 '남녀칠세부동석'이란 말이 더 세련돼 보인다. 황교안 법무장관의 답변은 더 가관이다. 
 
"개개 검사들이 과거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임관 뒤 지도를 잘 받아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대한민국 검찰은 검사 개개인의 가치관을 검열·지도 하는가? 대체 어떤 지도를 받는 걸까? 운동권들은 바르지 못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걸까? 법무장관의 발언에 수많은 의문이 떠오른다.
 
두 사람은 모두 '운동권'이라는 말을 주홍글씨처럼 인식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김진태 의원이 운동권을 '박멸'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황교안 장관은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 정도이다. 이들이 말하는 운동권이란 단어에서 '운동'이란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학생운동을 말한다. 학생운동을 했다는 것이 과연 부끄러운 과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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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을 싫어하는 남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학생운동출신 VS 공안검사출신
 
어제 둘의 '만담'을 지켜보던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그들의 한심함을 이렇게 질타했다. 
 
"나는 86년 이화여대 총학회장을 했고, 그 시절 총학생회는 전두환 씨가 광주에서 2000명을 죽이고 쿠데타로 대통령이 됐을 때 죽음을 각오하고 움직였다. 그런 정권이 들어섰을 때 아무것도 안하고 이기적으로 자기공부만 한 사람들이 과연 지금 총학회장들의 자기 헌신을 문제삼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 시절 학생운동이란 그런 것이었다. 전두환정권에 맞서는 것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독재정권과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낮에는 체포, 고문, 구속의 위험을 무릅쓰고 '독재정권타도'를 외쳤고, 밤에는 야학에 나가 민중을 계몽시켰다. 졸업후에는 공단에 위장취업을 나가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이것이 운동권이라 불리던 이들의 일반적인 삶이었다. 그런 의기 넘치는 청춘을 보낸 인물이 국정원사건의 주임검사를 맡고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운동권출신이 퇴출되어야 한다면 검찰보다 먼저 국회가 기능을 상실할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현역의원 중 절반은 옷을 벗어야 한다. 야당은 물론 김진태 의원이 몸담고 있는 새누리당에서도 학생운동출신 의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김문수, 이재오, 심재철, 박계동, 원희룡, 하태경 등등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흔하다. 김진태 의원이 운동권출신 검사를 규탄하려면 자당의 저 의원들부터 어찌하는게 먼저다. 

 
국회에서 이런 엽기적인 문답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학생운동출신들과 독재정권의 수족이 되어 그들을 잡아넣는 게 일이었던 공안검사출신들이 나란히 의원뺏지를 달았기 때문이다. 김진태 의원과 황교안 장관은 모두 '운동권'을 잡아넣는 것을 본업으로 삼았던 공안검사 출신이다. 쫒고 쫒기던 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앉은 것만 해도 충분히 어색하다. 

 
운동권출신은 박멸의 대상도, 계몽의 대상도 아니다. 부조리한 세상에 정면으로 부딪혔던 훈장이다. 그들에게 젊은 날의 과오가 있다한들 독재정권의 손발로 활약했던 공안검사들의 그것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학생운동출신과 공안검사출신, 2013년도 대한민국에서 계몽되어야 할 쪽이 있다면 어느 쪽일까? 여전히 학생운동을 박멸, 계몽의 상대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들은 낡음의 상징이요, 살아있는 화석이다.  
 
낡은 것의 지배를 받는 나라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많은 부분은 저들이 말하는 '운동권'들이 이뤄낸 것이다. 꺾일줄 모르는 패기로 군사독재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학생운동이 없었다면 6월 항쟁은 시작도 못했을 것이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강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렸을 것이며, 이나라의 대통령은 여전히 체육관에서 뽑혔을지 모른다.  

어제 김진태 의원의 발언은 이제 새누리당은 고쳐쓰기엔 너무 낡아버렸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학생운동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그가 젊은 시절 꿈꿨던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저 당에서는 그와 비슷한 인식을 가진 공안검사출신들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은 “호랑이를 잡으로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며 그들과 야합했지만 결국 스스로가 낡은 것에 동화되어 자신도 호랑이가 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후~ 불면 먼지가 되어 날아갈 것만 같은 낡은 정당이 대한민국을 지배한다. 낡은 것의 지배를 받는 나라가 점점 퇴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낡은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이나라의 '퇴화'는 점점 가속도를 붙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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