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북한 가족들에 대한 회유·협박을 통한 북한의 탈북자 납치 공작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탈북자 가족을 협박해 한국 정착 탈북자들을 북중 국경으로 유인해 납치해 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복수의 탈북 브로커들이 전해왔다.
김정은 집권 지난 2년 간 북한 내 탈북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재입북 공작이 강화돼 왔고 최근에는 탈북 브로커를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을 한국에 데려오려는 탈북자들에 대한 유인 납치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 브로커 김전민(가명) 씨는 2일 데일리NK에 "보통 탈북 브로커를 통해 북한의 가족을 데리고 오는데 최근에는 북한의 가족들이 남한에 있는 탈북자 본인이 직접 국경에 나와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한다"면서 "국경은 위험하니 대리인을 보낸다고 해도 극구 탈북자 본인이 와달라는 북한 가족의 요청이 있어 탈북자들이 국경에 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국경에 직접 와달라는 가족의 요청이 있으면 북한 보위부의 공작에 의해 가족이 이러한 요청을 한다는 의심을 해야 한다"면서 "국경에 보위부가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탈북자가 국경에서 접선하면 납치해 가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가족이 평소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 조심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가족이 평소 전화를 하지 않다가 먼저 하거나, 떨리는 목소리로 남한에 가고 싶다고 하거나, 특히 국경에 직접 와달라는 요청을 강하게 하면 북한 보위부의 공작이라는 것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 브로커 박형진(가명) 씨도 "최근 가족을 데리러 북중 국경에 가는 탈북자들이 늘었다"면서 "이들 중 행방불명이 되거나 몇 개월째 연락이 두절된 경우가 꽤 있다. 이들이 북한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씨는 "심야 두만강변 지역에서 비명 소리를 듣거나 몸싸움을 하는 광경을 본 중국인이나 조선족의 증언이 있다"면서 "이는 북한 보위부가 공작을 통해 탈북자들을 유인 납치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보위부는 남한에 탈북자 가족을 둔 가정을 관리하면서 특이 사항이나 관련 정보를 캐묻기도 하고 일정한 뇌물도 받고 있다"면서 "보위부가 관리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남한 탈북자 유인 납치 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탈북 자체에 대해 강력한 처벌과 국경 경비 강화가 이뤄졌다"면서 "북한은 탈북을 막고 남한 내 탈북자들에 대한 재입북 공작을 보다 강화하면서 이 같은 유인 납치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북자 사회에서 이 같은 유인 납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관계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강북구 거주 한 탈북자는 "몇 년간 연락이 없던 가족으로부터 최근 어머니를 보내겠으니 국경연선에 나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국경이 위험하기 때문에 가족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브로커에게 부탁을 했다"면서 "그런데 약속시간이 3시간이나 지났는데 어머니는 넘어오지 않았고 다음날 통화에서 '타인은 믿지 못하니 가족 본인이 나와야 된다'는 요청을 재차 받고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최근 서울시에 거주하던 한 탈북자는 북한에 있는 가족과 통화한 이후 중국으로 출국했는데 지금까지 몇 개월째 연락이 없다"면서 "이 탈북자는 북한에 있는 아내와 아들을 데려오려고 1000만원을 가지고 갔지만 현재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이 탈북자는 한국에서 가계를 하고 있고 딸도 있다"면서 "이런 조건에서 가족을 데리러 갔다고 돌아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한의 유인에 넘어가 납치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국장은 "향후 북한의 유인 납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 당국은 북한에 가족을 둔 탈북자들에게 이러한 납치 공작에 대해 경고를 하고 중국에 가더라도 국경지역에 절대로 가선 안 된다는 주의를 줘야 한다"면서 "탈북자들은 본인이 직접 나서서 가족을 데려오는 것을 지양하고 브로커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