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미국에 온 지도 벌써 보름이나 됐네요. 태어나서 이렇게 비행기를 오래 타 보기는 처음이에요. 저는 뉴욕의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갔답니다. 이모와 함께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 만나고, 영어 수학 시험을 본 뒤에야 며칠 전 반 배정을 받았어요. 백인과 흑인, 중국인, 히스패닉 등 우리 반 아이들은 피부 색깔이 참 다양해요. 여기선 전부 영어로 말해야 돼 아직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어머니는 8월 마지막 날 저를 비행기에 태우면서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미국에서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한참 우셨어요. 진짜로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처럼 존경받는 사람이 될 거예요.
아버지, 그런데 며칠 전에 어머니가 신문사에 보낸 편지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었어요. 어머니는 ‘제 아이는 현재 검찰총장인 채동욱 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고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뇨? 저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됐을 때 뛸 듯이 기뻤어요. 아버지가 나쁜 사람 혼내 주는 검사 중에서도 최고 짱이 됐잖아요. 우리 반 애들은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였어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된 후 우리 가족은 사실 조금 피곤했어요.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할 때 서울 삼성동에서 도곡동으로 이사를 갔고, 거기서 다섯 달만 살다가 다시 미국까지 왔잖아요. 어머니와 떨어져 이모와 함께 뉴욕에서 사는 게 불안했지만 아버지처럼 높은 사람이 되려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을 꾹 참았답니다.
아버지가 저 때문에 회사에 사표를 썼다고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알려줬어요. 그 친구는 한국에 아버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러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간첩 잡는 아저씨들이 지난해 선거에서 못된 짓을 하다가 아버지에게 걸려 혼났다고 어머니가 그러던데,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 힘없는 전두환 할아버지 재산을 너무 많이 빼앗아서 아버지를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매일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아버지에게 큰 상은 못 줄 망정 왜 저를 갖고 이렇게 난리인가요?
어머니는 저에게 “당장은 떨어져 살지만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살 날이 올 것”이라고 늘 얘기하곤 했죠. 우리 가족은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자꾸 수군거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예전에 부산에서 어머니를 만난 것까지도 트집을 잡는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아버지, 어떤 사람들은 제가 진짜 아버지 자식이 맞는지 머리카락 뽑고 피도 뽑아 검사해보자고 한다는데 정말 미친 사람들 아닌가요? 이모가 그러는데 어머니는 그것 때문에 울고불고 야단이었대요.
아버지, 근데 전 진짜 피 뽑는 것은 싫거든요. 사람들은 제 피와 아버지 피가 같다는 것을 왜 조사하려고 하나요? 검사 뒤엔 유전자가 조작됐다느니 하면서 또 시비를 붙을 수 있잖아요. 아버지, 그래서 그러는데 저한테 피 검사 하자는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만에 하나 피 검사가 잘못돼 가지고 저하고 아버지하고 다르게 나오면 그 땐 어떡해요? 하루아침에 아버지 없는 아이가 돼 버리잖아요. 여태껏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했는데,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 있을 땐 아버지라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할 테니까 제발 제 부탁 좀 들어주세요.
2013년 9월 16일
뉴욕에서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 올림
※이 칼럼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엄마의 말을 듣고 자라온 아이의 입장에서 쓴 창작물입니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http://news.donga.com/3/all/20130917/57700451/1?ref=false
최영해라는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신문에 졸라 이상한 순수 창작문을 발표함
이에 따른 반격
어느 트위터에 올라온 창작문 ㅋㅋㅋ
최영해 아버지 前 上書 '개와 언론은 구별되어야 합니다'[동아일보 패러디] '오늘'은 언론 ‘내일’은 막장
*이 글은 동아일보 최영해 논설위원이 쓴 칼럼의 결을 최대한 살려 패러디한 것입니다. 일부 문장의 구성이 함량 미달로 읽히는 것은 원문의 낙후함 때문임을 밝힙니다.
아버지,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된지도 꽤 되셨네요. ‘기자질’이란 걸 하시며 이러저런 글 많이 써보셨겠지만 이따위 글은 정말 처음이에요. 아버지는 초등학교 5학년 소설 창작 교실에 들어가셔야 하나 봅니다. 논설위원이 되고 편집국에 드실 때 마다 오너 만나고, 다른 언론의 단독 보도들 보며 며칠씩 눈치 보셨던 적 많았죠? 진보와 보수, 아니 황색과 황색 아닌 한국 언론의 다양한 가치 속에서 동아일보는 참 독특해요. 아직까지도 동아일보는 전부 권력의 입장에서 말하면 돼 쉽게 입이 떨어지죠. 아버지는 추석 연휴 전날 칼럼을 안드로메다에 태우면서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한글을 개처럼 열심히 써야 한다”면서 한참 우셨어요. 진짜로 열심히 창작해서 아버지처럼 ‘어그로’를 끄는 사람이 될 거예요.
아버지, 그래도 오늘 건은 너무 하셨어요. 인터넷에서 우연히 아버지가 쓴 칼럼이란 걸 읽었어요. 보통 아버지 글은 읽고 싶지도 않은데, SNS에서 난리가 나는 통에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었어요. 아버지는 ‘동아일보는 현재의 상식과 인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신문’이라고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동아일보가 권력의 주구잖아요? 아버지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을 때 뛸 뜻이 기뻐했잖아요. 아버지도 나쁜 사람이지만, 최고짱이 대통령이 됐다고. 다른 언론도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라고.
아버지가 논설위원이 된 후 우리 가족은 사실 조금 피곤했어요. 지난 해 겨울 대선에서 경합을 할 때 아버지가 줄을 잘 못 서 사단이 나는 게 아닌 가 조마조마했고, 대통령 바뀌고 여섯 달이나 살았는데 아직도 종편은 개판이잖아요. 하루하루 자본금 까먹으며 방송하는 게 불안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논설위원이라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니 언론사 평판 같은 건 개나 줘버리고 밥이나 먹고 살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을 꾹 참았답니다.
누가, 아버지가 회사의 개가 되어 차라리 소설이라고 하면 소설에 대한 모욕이 되는 돼먹지 않은 글을 썼다고,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알려줬어요. 그 친구는 세상에 아버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러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아버지가 다른 아저씨들을 시도 때도 없이 종북이라고 해코지를 했다고 어머니가 그러던데,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 힘없는 민주당 조롱만 너무 많이 해서 아버지를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매일 밤늦게까지 술 쳐 마시고 다니느라 고생하는 아버지에게 큰 상은 못 줄 망정 왜 아버지를 갖고 이렇게 난리인가요?
어머니는 저에게 “당장은 아버지가 우스워보여도 언젠가 아버지가 개처럼 번 돈으로 잘 살았다고 말할 날이 올 것”이라고 늘 얘기하곤 했죠. 다 필요 없고 우리 가족은 평화롭게 잘 살고 있으니 아버지가 남의 가족 자꾸 수군거리는 건 신경 끄라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가 기자랍시고 검찰총장의 아들 입장에서 ‘포.르노’를 쓴 것까지도 트집을 잡는 걸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아버지, 어떤 사람들은 아버지가 진짜 기자가 맞는지 머리카락 뽑고 피도 뽑아 검사해보고 입사 시험도 다시 보자고 한다는데 정말 미친 사람들 아닌가요? 아버지 친구가 그러는데 아버지는 그것 하면 기자 못하게 되고 엄마는 울고불고 야단난대요.
아버지, 그러니까 동아일보에서 뽑혀 나가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충성심을 고하세요. 전 진짜 없이 사는 것은 싫거든요. 사람들이 아버지의 피와 사주의 피가 같다는 것을 궁금해 하면 까짓것 피까지 뽑아 바치세요. 검사 뒤엔 ‘그래도 넌 편집국장이 될 수 있으니, 없으니’ 하면서 또 시비를 붙을 수 있는데 그래도 어금니를 꽉 깨무세요. 아버지가 얼굴에 셀프 오물을 뒤집어쓰며 기명으로 이런 퍼포먼스까지 했는데 뭐 어떻습니까. 만에 하나 아버지의 글이 잘못돼 가지고 동아일보는 언론이 아니다라고 나오면 그래도 뭐 어떻습니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여태껏 아버지를 언론인이라고 부르지도 못했는데, 앞으로도 다른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언론인이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리고 아버지 제발 제 부탁 좀 들어주실래요? 짖어보세요. ‘멍멍’
2013년 9월 16일
서대문에서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 올림
※이 칼럼은 동아일보 최영해 논설위원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개와 언론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라온 기자의 입장에서 쓴 창작물입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038
미디어us에 올라온 순수 창작문
민족신문 동아일보의 보살핌 속에 대한민국 문학계는 오늘도 평온합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