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역시 어그로
가볍게 영화 얘기나 하면서 시작해보자.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안 본 사람이 혹시 있을까봐 스포일러 표시해둔다.
아직 안 봤으면 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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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수사기관은 3명의 예언자로 이루어진
범죄 예측 시스템을 만들어 도입한다.
한명이 메인으로 범죄 예측을 하고 그 신뢰성을 검증 하기 위해
나머지 두명이 보조역할을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 분석팀이 보조 역할을 담당하는
예언자의 범죄 예측 신뢰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오류로 처리하여
삭제해버린다.
결국 그 문제제기의 내용이 수사기관장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게 되고
범죄 예측 시스템은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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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가 범죄 예측을 한 것인가?
피의자로 범죄 매도를 한 것인가?
예언자가 3명이기는 했지만 모두 예언의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이었을 뿐이고
그 중에 유일하게 신뢰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던 예언자도 분석팀에 의해
문제제기가 기각되었다.
즉, 피의자가 살인자가 될 확률을 100%로 만든 것이다.
(실제로 이것 때문에 수사관인 주인공이 수사기관에게 쫒긴 이유이기도 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소수 의견의 존재는 비록 일의 진행을 더디게 하지만
그만큼 신중을 기울이게 하고 더 성숙한 모델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한다.
선택의 기로에 있어서 더 나은 선택, 더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일이 강제적인 국론 통일이 현실에서도 나타나는데
일제가 그랬고 과거 독일이 그랬고 북한이 그렇다.
소련이 그랬고 여러나라의 독재정치가 그랬고 국정원의 대국민심리전이 그렇다.
국론 통일의 일제는 침략 전쟁을 벌였고
독일의 나치는 세계에 선전포고를 했으며
소련은 해체되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대의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국가인 것은 알면서
상대적 소수 의견이 왜 있는지,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에는 눈과 귀를 닫으며
국론 통일을 원한다.
또, 다수의 국론이 무슨 절대적인 기준인 것처럼 행동하고 그 기준에 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용의자가 아닌 범죄자로 확정하고 매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영화 얘기로 시작했으니 영화 얘기로 끝내려 한다.
폭탄이 장착된 승객들을 태운 버스가 도심을 질주하는 영화 스피드.
소수의견의 반영이 없는 위압적인 국론의 통일은
폭탄을 실은 채 달려야만 하는 버스와도 같다.
일단 출발한 이상, 잘되던 잘못되던 달려야 한다.
나는 우리 대한민국이 국민의 옳은 의사결정을 담보로 달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