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권은희과장, 언론 인터뷰!!... [두타선생님 편집글]
"죄도 사람도 용서 할 수 없다"
단호하고 분명한 권은희 과장의 이 한마디에서 이 천부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서글픔입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 하지 말라" 는 이 불문율을 거스르는 현재의 그의 심경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죠. 불편부당함을 용인 할 수 없고, 결코 불편한 진실과 타협할 수 없었던 그의 고군분투를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 천부의 처지가 부끄럽기도 하구요...
"나에게 나라와 백성의 안위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없다" 왕의 실정을 꾸짖는 공자님의 말씀입니다. 두말 할 나위없는 공직자의 본분이고, 그들의 책무입니다. 하지만 권력의 비호 아래 저지른 국정원 정치 대선 개입, 서울경찰청의 수사개입과 허위 발표는 나라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의 주권을 훼손했으며, 급기야 민주주의를 부정하기에 이르렀으니 어찌 국민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권은희 과장이 공개한 경찰의 수사 축소, 은폐는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후환이 두려운 그 무리들은 급기야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찰마저 길들이려는 후안무치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의 선택이 빛을 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조직의 외압과 회유에도 굽히지 않고, 오롯이 국민만 바라보고 진실을 밝혀 주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그는 이 사건의 분수령으로 충분하다 할 수 있을 겁니다. 그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인터뷰에 응했단 소식에 반갑기 그지 없어 소개합니다...
# 한국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의 전문입니다...
지난해 대선을 목전에 둔 12월 11~16일 국정원 2차장 산하 직원들이 당시 서울경찰청장, 서울경찰청 수사부장ㆍ과장, 수서경찰서장 등과 조직적으로 접촉했다. 여권 유력 정치인과도 통화를 해서 '3각 커넥션' 의혹이 제기됐다. 권 과장은 연락을 받지 않았나.
"없었다. 그런 식의 통화, 대인 마크가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과 서울경찰청이 하는 말이 똑같은 것을 보고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정원 측 이야기는 기자들을 통해, 서울경찰청 이야기는 지시를 받으면서 들었는데, 보도가 나오거나 수사 방향을 설정할 때 양측의 반응이 사안마다 똑같았다."
외압이 있었을 때, 예컨대 12월 12일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막았을 때 수사과장이라면 강행할 수는 없었나.
"만약 12월 16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감지한 서울경찰청의 의도를 12일 김 전 청장의 전화를 받았을 때 알았다면 영장신청을 강행했을 것이다."
1월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외압 때문이었나.
"그렇게 볼 수 있다. 당시 한국일보가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단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수사 자료를 넘겨주려 해도 경찰에서 안 받으려 했다'며 '경찰 상부에서 수사 확대를 막았다'고 보도(2월 8일자 1, 5면)했는데 사실이었다. 자료를 받는데 일주일 이상 소요되면서 수사가 늦어졌고, 소환에 불응하는 중요 참고인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는 데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언론에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4월 수사결과 발표 후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경찰 내부가 아닌 언론에 공개한 이유는 무엇인가.
"경찰 내부에서는 공식적으로 말할 절차도 없고, 이야기하도록 놔두지도 않는다."
내부적으로 이야기하려고 노력은 했었나.
"3월 중순 서울경찰청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하려 했었다. 서울경찰청의 부당함을 밝히지 않고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외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경찰청장 인사가 나면서 기회를 잃었다."
경찰 안에서는 권 과장에 대해 '사법고시 출신이니 나가서 변호사 해도 되겠다' '결국 정계에 진출하지 않겠나'라며 아쉬울 것 없는 사람이어서 외압을 폭로했다는 시각이 있다.
"어떤 사람이든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떠나 사실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었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나는 변호사로 활동하다 현장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경찰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경찰이 됐다. 앞으로도 경찰 수사 분야에 도움이 되고 싶다."
경찰 조직에 누를 끼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은 자기목적적인 조직이 아니다. 경찰로서 해야 할 일, 따라야 할 가치, 법이 있다. 이를 도외시한 말은 비난을 위한 비난이며, 맹목이라고 생각한다."
국정조사, 재판에서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는 등 주관적인 판단을 증언했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이 아니라 수사 책임자 신분으로 말한 것이다. 수사과장은 증거를 수집, 피의자를 특정하고 기소와 불기소, 혐의 있음과 없음을 판단한다. 이는 법률 지식과 축적된 경험에 의한 것이며 일반적으로 '객관적인 판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 국정조사, 재판에서 경찰 측 증인들의 말은 한결같이 본인의 진술과 상반되는데.
"증인과 증언의 신빙성은 재판부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얼마 전 제가 조직에서 고립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봤는데 한 번도 그렇게 느낀 적 없다. 조직 내에서 많은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에 공개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공개하기 전 2월 송파서로 전보된 직후가 오히려 어려운 시기였다. 부당함을 밝히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수사과장으로서 직원들을 지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고, 조직에 대한 불신이 커져 괴로웠다. 하지만 공개 이후에는 한 점 흔들림 없이 수사과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사건의 실체와 수사 상황을 밝힌 뒤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과정을 보면서 조직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됐다. 후회하지 않는다."
경찰 조직에 회의를 느끼나.
"많은 분들이 사회가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부당한 것이 금세 드러나는 시대다. 거기에 희망을 건다."
검경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 사건을 거치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 확보가 요원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수사권을 우리 경찰 내부에서 제대로, 올바르게 행사하는 것이다. 상부에서 함부로 지시하지 않고, 수사 현장에서 증거를 갖고 판단하는 경찰들에게 권한이 주어져야 비로소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응원하는 분들이 많다.
"(종이봉투에 담긴 응원 편지를 한 장 한 장 꺼내 보여주며) 편지나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신 분들, 경찰 내부망을 통해 응원해준 동료들이 많다. 순수하게 감동받았다', '힐링이 됐다'고들 했다. 평범한 제가 상식적인 얘기를 한 것에 마음의 평화를 얻은 것 같다. 그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큰 힘이 됐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기사 출처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