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작은 정부일까요 큰 정부일까요??
언뜻 생각하기에 한국은 큰 정부 같습니다. 규제가 많아서 국민이 체감하는 정부의 존재감은 큰 편이지요.
하지만 국가가 쓰는 돈을 따져보면 충분히 작은 정부에 속합니다. 이건 mb정부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죠.
oecd 국가의 평균을 살펴보면 각 국가의 전체 gdp의 50% 가량을 정부가 씁니다. 민간이 나머지 50%를 쓰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체 gdp의 30% 가량만이 정부가 쓰는 돈입니다. 민간은 70% 정도 쓰겠네요.
mb정부 이전에도 35% 정도였고 지금은 29~30% 가량입니다.
물론 정부가 안쓰는 대신 민간이 그만큼 쓰지 않느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정부가 쓰는 돈과 민간이 쓰는 돈은 엄연히 성격이 다릅니다.
정부가 쓰는 돈은 크건 작건 소득 재분배의 효과가 있습니다.
소득 재분배와 전혀 상관없을 거 같은 국방을 예로 들어봅시다.
국방은 국민 누구나 누리는 혜택입니다. 한국 국경 내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군대가 지켜주고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국방에 들어가는 돈이 어디서 생기느냐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연봉이 2000만원 쯤 되고 그 중 200만원을 세금으로 냅니다.
제 친구 용수는 연봉이 5000만원 쯤 되고 그 중 500만원을 세금으로 냅니다.
제 친구 경민이는 백수라서 세금도 안냅니다.
이처럼 국방의 헤택에 대한 비용은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군대가 용수는 신경써서 지켜주고 경민이는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고 하지는 않죠.
반면 민간에서 쓰는 돈은 어떨까요??
케이블 채널을 예로 들어봅시다.
월 수신료 5000원이면 50가지 채널을, 월 수신료 10000원이면 100가지 채널을 볼 수 있습니다. 자기가 낸 만큼 혜택을 받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소득 재분배가 있을 수가 없지요.
왜 이런 장황한 썰을 푸느냐 하면.....
작은 정부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선진국 수준의 복지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우리나라가 작은 정부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금이 적으니까요.
세금이 적다는 말에 의아하실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매달 나가는 돈이 얼만데 세금이 적다니....
하지만 현재의 누진세 구조에서 다른 oecd 국가의 국민에 비해 세금이 적은 것은 확실합니다.
소득세 기준으로 oecd 국가 국민이 평균적으로 소득의 15%를 내는데 비해 한국은 4.1% 정도를 냅니다.
소득세 부담이 확실히 적죠.
법인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oecd 평균 법인세율이 2.9%인데 한국은 3.4%입니다.
언뜻보면 한국의 기업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많은 세금을 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gdp 기준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국가 gdp의 70%를 민간이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 중 90%가 기업의 몫입니다. 다른 oecd 국가에서는 민간의 몫이 50%이며 이 중 70% 가량이 기업의 몫입니다.
국가 gdp 기준으로 보면 기업이 부담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수치 상의 법인세율은 mb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하는 근거가 되긴 했지만요.
서민 지갑이 얇은 이유는 국가의 많은 부분을 민간에서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쉬운 예로 사교육을 들 수 있습니다.
연간 사교육비 규모는 다들 아시시라고 믿고 생략하겠습니다. 문제는 다른 oecd 국가는 이러한 사교육 시장이 없거나 매우 미미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서민들은 다른 oecd 국가의 국민들에 비해 사교육에 쓰는 돈이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지요.
의료 역시 민간에서 담당하는 국가의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병원 중 국가가 담당하는 공공 병원은 10개가 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죄다 민간병원이지요. 물론 민간병원도 국가의 지원을 받습니다만.......
문제는 의료는 정보비대칭이 심한 대표적인 분야라는 것입니다. 병원에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의사들이 진단서에 휘갈기는 글자가 무슨 뜻인지 아시는 분은 극히 드물 것입니다. 알고 나면 허망한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진단서 글자만 보면 본인이 죽을 병이라도 걸린 듯한 느낌이 들 겁니다.
의료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이고 그 내용에 대해 일반인들은 잘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의사도 사람인만큼 돈을 좀 더 많이 벌고 싶은 유인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에 큰 이슈였던 포괄수가제-행위별 수가제 논란만 보아도 아실 겁니다.
과연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정신에 입각하여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만 할까요??
글쎄요.... 감기나 기타 가벼운 증상으로 병원을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의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 약 먹고 3일 후에 다시 오세요' 일 겁니다.
물론 3일 후에 안가도 병이 낫는데는 별 지장이 없습디다만....
행위별 수가제 체제에서는 진료 당 수가가 나오기 때문에 두번에 나눠서 진료받는 것이 의사의 소득에 더 보탬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말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질병도 있겠지만 상당부분 저런 이유가 있습니다.
공공 병원의 경우 치료에 드는 비용이 외진은 70%, 입원 치료는 80% 정도 저렴하다고 합니다.
그건 공공병원이 실력이 없어서 값싼 비지떡이라서가 아니라 저런 점에서 낭비가 적기 때문이지요.
점차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의료는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의료의 민간 의존도가 높은 것 역시 사실이지요. 미국이라는 예외도 있긴 합니다만.....
장광설을 풀었는데 이러한 분야 (가치재라고 합니다.)에 대해 국가의 개입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이유는 앞서 말한 돈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역사가 깊은 민간 의료원 및 사교육이라는 이유도 있겠지요.
해답은 간단합니다.
세금을 올려서 국가가 그만큼 돈을 많이 쓰는 것이지요.
그런데 세금을 올린다는 정치인을 좋아할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세금 이야기 잘못 꺼냈다가 선거에서 지는 정치인은 많죠.
때문에 증세는 항상 건드려야 하지만 건드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소득세를 올리자니 국민의 심기를 건드릴 것 같아서 안되고....
법인세를 올리자니 대기업에서 반발할 것이고.......
진퇴양난의 상황일 겁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하지만 세금 정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법인세 및 누진세의 강화가 더욱 시급하다는 입장인데
그 이유로는 소득세를 강화하기에는 우리나라 서민 경제 기반이 많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네요.
또한 mb정부 5년간 법인세는 7조원 가량 줄었지만 기업의 현금 유보율은 800%에서 1500%로 증가한 점 및 설비 투자는 80%로 감소했다는 점 역시 법인세 감소의 근거가 허망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기업이 이득은 보아도 쓰질 않죠.
이 7조원의 돈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및 말단 공무원의 고용에 쓴다면?? 아니면 취업 알선 등에 쓴다면??
서민이 쓸수 있는 돈은 그만큼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경기는 살아나겠죠.
은행에 넣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이 굴릴 수 있는 돈이 늘어나고 기업이 융통할 수 있는 돈도 그만큼 늘어나겠죠.
서민이 은행에 넣어봐야 얼마나 넣겠냐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우리나라 상위 5대 기업의 최대 주주는 국민 연금 공단입니다. 서민들이 티끌같이 모은 돈이 기업을 굴릴 수 있는 돈 만큼 되는 거지요.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상입니다.
앞선 썰에 비해 결론이 너무 싱겁고 개인 의견은 다소 낙관론에 근거한 편이긴 합니다만........
최근 복지 논쟁이나 다카기 근혜 여사의 복지 후퇴 선언을 보자니 너무 무책임한 것처럼 보여 끄적여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