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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한 살인강도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강도 집 옆에는 부잣집이 있었습니다. 옛날엔 이 부잣집이나 강도 집이나 다 가난했습니다. 한쪽은 온 가족이 家長(가장)의 지도하에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여 오늘날의 富(부)를 이룩했고, 다른 쪽은 도둑질, 강도질만 하고 돌아다니다가 마을에서 「상종 못할 놈」으로 낙인찍혀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엔 이 강도가 부잣집에 침입했다가 뭇매를 맞고 쫓겨났습니다.
이 강도는 요사이 부잣집 주인한테 『당신 집 담이 너무 높다. 일조권을 침해하니 좀 낮추어라』고 대들고 있습니다. 담 높이가 2m밖에 안 되는데 무슨 일조권 침해냐 하고 주인은 무시해 버렸습니다.
강도는 이 마을의 조무래기 깡패, 게으름뱅이들을 선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마을에서 좀 홀대를 받았던 이들은 강도의 선동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그들은 富者가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번 점을 본받을 생각은 안 하고 『저 부자 놈은 부정을 해서 저렇게 축재했고, 20m나 되는 담을 쌓아 이웃을 깔보고 있다』고 소리치고 다닙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의 억지가 말이 되지 않는 과장이고 속임수란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지만 어느 한 사람 나서서 이들을 제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주인이 경찰에 신고해도 경찰은 『조용하게 처리해 주시오』 하면서 중립을 취합니다.
피, 땀, 눈물로 富를 쌓아올렸던 富者는 죽고, 아버지의 고생과 희생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 아들 A씨가 家長이 되었습니다. 이 젊은 家長은 강도가 소리치고 다니는 것이 창피하여 그 자의 요구대로 담을 부수어 버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면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약하게 볼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명분을 만듭니다.
담을 허물어 일조권을 이웃한테 선물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 그렇게 하면 마을사람들로부터 마을의 평화를 위해서 일했다고 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강도도 나의 善行(선행)에 감동하여 달라지겠지….
A씨가 담을 허문 다음날 강도는 유유히 부잣집으로 걸어 들어와 금품을 털고 부녀자들에겐 못된 짓을 했습니다. A씨는 이 사실이 마을에 알려지면 자신의 무능과 비겁함이 폭로될까 봐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강도 집과 친한 것처럼 행동하면서 마을 사람들한테는 『그 강도 친구 말이야, 내가 담을 허물었더니 아주 좋아하고 마음을 고쳐먹었어. 알고 보니 그 친구도 원래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더군. 역시 이쪽에서 선하게 대해 주니 그 친구도 선하게 나오더군』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과연 마을 사람들은 이 철없는 富者 아들 A씨에게 이웃평화상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부잣집은 밤만 되면 어떻게 됩니까. 강도는 이제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주인이 신고를 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제 집처럼 들락거립니다. 예쁜 주인 아내를 자기 물건처럼 갖고 놉니다. 주인 아내도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위선자 남편보다는 폭력적이지만 본능적이고 건장한 강도를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A씨는 그래도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다행이다. 모든 일이 평화롭게 이루어졌으니. 내가 저항했다면 인명 피해가 많았을 거야. 내가 죽으면 묘비명에는 그래도 마을의 평화를 위해서 애쓰다가 간 사람이란 문장 하나는 확실하게 새겨질 거야. 강도 그 친구도 잘 먹고 잘 살면 언젠가는 달라질 거야. 내가 죽은 뒤의 일이겠지만 말이야」
이 寓話(우화)의 속편이 있습니다.
최근 富者 아들 A씨 집안에서는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A씨가 이웃집 살인강도에게 눌려지내는 데 대하여 자존심이 상한 작은아들이 反旗(반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작은아들은 큰형을 죽인 적이 있는 이 살인강도를 제거해야 집안의 안전은 물론이고 마을의 평화가 유지된다고 주장하여 아버지 A씨와 不和(불화)하였다.
그 불화의 단초가 된 것은 살인강도가 A씨 집안에 대해서 이런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당신네 집안에서 절대로 나를 살인자니 主敵(주적)이라니 하고 불러선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부르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리고 하나 더, 경비원을 增員(증원)할 때는 반드시 내 허가를 받아야 돼』
A씨는 집안 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이 강도가 주문하는 대로 하도록 지시했으나 작은아들이 반발하여 시끄러웠다. 작은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대들었다.
『아버지, 전에 이렇게 자랑하셨잖아요. 그 자를 만나고 왔는데 아주 견식과 효심이 있는 사람이더라, 우리는 이제 서로 싸우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분이 우리 경비원들은 계속 있어도 좋다고 하더라, 이제 우리 마을에 평화가 왔다, 이렇게 말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경비원을 늘리고 하는 것을 살인 전과자한테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겁니까. 형님을 찔러 죽인 원수를 보고 살인자라고 부르지도 못합니까. 더구나 우리 집안에서 우리끼리 그렇게 부르는 것도 못 한단 말입니까』
이 강도는 어느 날 담을 넘고 들어와 A씨의 작은아들을 칼로 찔러 죽이고 달아났다. 경비원들이 그 자를 잡을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면 살인강도를 改過遷善(개과천선)시켰다고 하여 이웃평화상을 받은 A씨의 명성에 손해가 될까 봐 놓아 주었다. 이 만행이 알려지자 마을 사람들도 흥분하고 A씨 집안 사람들도 들고 일어나 살인마를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당황한 것은 강도가 아니라 A씨였다.
그는 喪中(상중)임에도 동네 어른들을 찾아다니면서 살인자를 변호하였다.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느니, 아마도 술김에 저지른 우발적 실수일 것이라느니 하는 사리에 닿지 않은 말들을 쏟아 놓았다.
동네 어른들이 그놈을 추방해야 한다고 서두르자 A씨는 드디어 막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내 아들도 맞아죽을 짓을 하긴 했지요. 왜 저항을 하느냐 이겁니다. 내가 그토록 당부를 했는데 말입니다. 「살인강도가 칼을 들고 집에 들어오더라도 절대로 먼저 찔러선 안 된다. 찌르면 찔려 죽어라. 그것이 집안과 마을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다」 그런데 이놈이 찔린 다음에 저항하다가 죽었단 말입니다. 내 말을 안 듣고. 그러니 죽을 짓을 한 것이죠』
어안이 벙벙해진 마을 사람들은 A씨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야 이 사람아, 당신 아들은 아무 죄가 없는 거야. 그런데 왜 살인한 놈을 변호하고 다니는 거니. 너 혹시 무슨 약점이라도 잡혔니, 아니면 그 이웃평화상을 회수당하지 않으려고 그토록 구차하게 살인마를 변호하는 거니. 너는 아들 장례나 잘 치르고 정신을 차려라. 그 동안 우리가 그놈을 손 봐 줄 테니 너는 구경만 해. 제발 방해만 하지 말아. 저놈이 우리 마을에 사는 한 평화는 없어. 그러나 너한테 준 그 상은 말이야, 회수하지 않을 것이니 안심해. 그 상패는 말이야 아들 관 속에 넣어서 같이 파묻어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