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의 악몽

이밥에고깃국 작성일 13.12.25 04: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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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12월 25일 성탄절 아침의 고요를 깨뜨리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서울 충무로 22층짜리 대연각 호텔에 큰불이 난 것이다. 불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1층 커피숍에서 프로판가스가 폭발해 일어났고 2m쯤 떨어져 있던 가스레인지로 옮겨 붙으면서 삽시간에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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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만으로 진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군 헬기와 미8군 헬기, 대통령 전용 헬기도 동원되었지만 건물 주변을 빙빙 돌기만 했을 뿐 구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호텔 안에는 스프링클러도 없었고 탈출용 밧줄도 없었다. 고가사다리차가 있었지만 겨우 8층까지밖에 닿지 않았다. 그러니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없었다. 전체 건물에 옮겨붙은 불은 10시간이 지나서야 꺼졌다. 사망자만 163명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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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각 화재는 세계 최대의 호텔 화재 사고로 기록돼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이 사고를 모델로 삼아 ‘타워링’이라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타워’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가관인 것은 남의 집 불구경하듯 수만 명의 시민들이 호텔 주변에 모여 불이 옮겨붙고 투숙객들이 탈출하는 과정을 재미 삼아 구경한 것이다. 택시를 타고 현장으로 가서 불구경을 한 사람도 있었다. 사진은 질식 직전에 이른 투숙객이 매트리스를 들고 아래로 투신하는 모습을 당시 서울신문 사진부 김동준 기자가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은 제10회 보도사진전에서 특상을 받았다. 화재 사고 관련자들은 처벌을 받았고 호텔은 화재 후 수리해서 ‘고려 대연각타워’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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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5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연각 호텔 화재현장에 나온 박정희 대통령이 김현옥 내무부장관으로부터 상황설명을 듣고 있다 >

 

1971년 12월 25일.    그 날은 엄청추운 크리스마스 날이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생긴 편견인지 모르지만 크리스마스날에는 항상 눈이 와야 멋있는 크리스마스란 생각을 사람들이 하고 있었지만 꼭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눈이 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린지 오래된 크리스마스 였습니다. 아침부터 정말로 땅바닥을 밟으면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날만큼 추운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아침에 교회에 가서 성탄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당시의 어린아이들이 그렇듯이 아마도 크리스마스는 설날.추석 보다 더 기쁜 날(?) 이었죠.  많은 꼬마들이 크리스마스날에는 교회가는 것이 일종의 유행이었죠.    예배를 마치고 그 추운 길을 걸어서 집에 되돌아 오면서 그날의 그 추웠던 기억과 그렇게 뽀얏던 하늘로 퍼지던 입김... 뽀드득 소리가 났던 그 추위가 그날의 추억이었죠.

 

그런데 집에 오니 텔레비젼에서 난리가 났죠.    웬 큰 빌딩에서 연기가 솟고 하늘엔 헬기가 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한눈데 봐도 무슨 큰일이 났구나란 생각을 했었죠. 그 연기에 쌓인 빌딩에서는 마치 가을날 낙엽이 떨어지듯 무언가가 떨어졌고 그러면 모여있는 군중들이 와~ 소리를 지르며 안타까워했고 그것이 사람이 빌딩에서 떨어지는 것이란 것을 알았죠.  

 

수많은 사람들이 건물의 창문에서 흰수건을 흔들며 살려달라고 외쳤고 방송카메라는 계속 살려달라는 사람을 잡고 있으면 조금 있다가 갑자기 사라졌고 그것이 살려달라고 흔들던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참으로 난리도 그런 난리는 없었습니다. 아비규환이란 표현이 맞을까요?

 

그리고 이 사건은 그냥 잊혀졌습니다.   어린맘에 아무리 큰 화재사건이라 해도 세상사를 배우는 것에 열심인 나이에 일일히 기억할 순 없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이 세상사가 돌아가는 이치를 좀 알고 부터 이 화재현장의 한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화재현장 박대통령의 사진 한장...

 

이 사진을 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때는 몰랐었지만 그 수많았던 인파속에 한 키작은 인물이 조용히 서서 화재현장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휴일이고 아마도 제 기억이 맞다면 일요일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 휴일날에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대형건물 화재가 났다고 하니 이 청와대 어른도 청와대에서 화재현장 보도만을 보고 있을 수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휴일날 아침에 이렇게 나와서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식적으로165명이 죽었다는 대연각화재 현장에 나와서 당시 서울시장 이었던 김현옥시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박대통령... 바로 그 입니다.  

 

이 키작은 인물 이후로 청와대권좌에 5명의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국민의 고통받는 현장에 모습을 보인 지도자는 이 키작은 인물 이외는 없었습니다. 누구나 5년짜리 대통령이기에 이름만 알려지면 대통령 누구나 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재난현장에 나올 수 있는 대통령은 없습니다.   나중에 보고만 받고 보상금 좀 많이 주라고 지시는 내릴 수 있어도 이렇게 몸소 국민이 생명을 잃는 현장에서 지켜 볼 수 있는 지도자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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