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넘게 파업 중인 철도노조가 '민영화 반대' 구호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민영화된 영국 철도의 요금 폭등이란 주장이다. 한마디로 수치의 장난이다. 영국은 철도 민영화 후 18년간 요금이 평균 두 배로 오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노조는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부각시키고 있을 뿐, 자주 타는 통근자의 정기권 요금이 물가만큼도 안 올랐다는 사실은 전혀 말하지 않는다. 일부 언론들마저 '민영화=요금 폭탄' 프레임에 갇혀, 진실은 사라지고 선동만 남았다.
공정하기로 정평이 난 영국 BBC가 올 1월22일 보도한 '철도법 제정 후 요금은 올랐나 내렸나'라는 기사를 보면 실상을 알 수 있다. BBC에 따르면 런던~맨체스터 편도요금은 1995년 50파운드에서 올초 154파운드로 18년간 208% 올랐다. 하지만 이 구간의 정기권은 65% 인상에 그쳐,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66%보다도 낮았다고 BBC는 전했다. 민영화 찬반논란이 여전한 게 사실이지만, 철도요금이 항공료처럼 다양해졌고 이용자 부담이 큰 경우엔 정부가 요금을 규제하는 게 정확한 실상이다.
장기간 물가상승률은 쏙 빼고 요금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속임수다. 서울 시내버스나 택시요금도 이 기간 중 200% 이상 뛰었고, KTX도 출범 후 요금이 물가만큼 올랐다. 노조 주장대로 경쟁이 없어야 KTX 공공성이 제고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코레일은 2005년 공사로 전환한 이후 6년간 영업적자가 4조5461억원에 달하고, 부채는 17조6000억원이나 쌓였다. 이 부담은 기차를 안 타는 국민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된다. 타인의 호주머니를 터는 좋은 방법이 공공부문의 가격 전가다. OECD 34개국 중 24개국이 철도를 경쟁시킬 만큼 철도독점 해제는 이미 세계적 추세다. 독점 공기업의 방만·비효율과 철밥통을 내버려 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