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일성을 테러하고 싶었다

이밥에고깃국 작성일 14.03.05 07: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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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일성을 테러하고 싶었다"

[단독] 좌파운동의 대부 '타리크 알리' 심경고백


[장진성의 인물 초대석]
 
7월 13일. 영국 남부 지방도시 다팅턴 문화축제에서 뉴포커스는 세계 12위권 안에 드는 정치저널지 ‘뉴레프트 리뷰(맑스저널)’의 대표 ‘타리크 알리’를 만나 단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키스탄 출신인 '타리크 알리'는 저술가, 소설가, 역사가로 서방에 잘 알려져 있다. 그보다는 맑스-레닌주의를 고집하는 세계적인 좌파운동의 대부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베트남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반대한 평화주의자, 특히는 911테러를 미제국주의의 통쾌한 붕괴로 보는 철저한 反美주의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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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번역된 그의 주요 저서로는 "근본주의의 충돌"(이토), "1968"(삼인), "술탄 살라딘"(미래인), "석류나무 그늘 아래"(미래인) 등이 있다.
 
북한을 방문한 것은 反美 강의 때문, 그러나 나는 反 김일성, 反 김정일주의 좌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알리가 북한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어느 베트남 사람들의 부탁 때문이었다고 한다. 북한에 가서 미국의 식민지문화에 대한 강의가 필요하다며 그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가보니 강의 내용을 바꿔달라고 했다. ‘김일성의 혁명지도가 맑스,-레닌주의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로 바꿔 달라는 것이었다. 알리는 "나는 김일성을 그 정도의 인물로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맑스-레닌주의 위에 김일성주의를 놓겠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했겠는가"며 당시의 심정을 분출했다.
 
알리는 "다시 되돌아오려고 북한 간부들의 끈질긴 제안을 뿌리치고 공항에 왔지만 무슨 놈의 나라에 비행 일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간부들이 안내하는 회의실로 이동했다. 마침 다른 사람이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오 마이갓! 그 때 그 회의장 분위기는 무슨 전장에 나가는 군인들 같았다.
 
어디선가 ‘제국주의는 반대하지만 우리는 붉은기를 지킬 것이다.’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는 마치 자신이 들으라고 하는 연출 같아 보였다. 더 가관인 것은 청중들은 노래가 끝날때까지 무려 143번이나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어떻게 한 노래가 끝날 때까지 143번을......’
 
"나는 좌파지만 북한을 싫어하는 좌파다. 그게 정답이다. 심지어는 김일성을 만났을 때 테러하고 싶었다."
 
타리크 알리는 과거 방북 당시를 되 뇌이며 이같이 포문을 열었다. “나는 그때 김일성이 나에게 주체사상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하는데 정말 구역질이 났다”
 
그는 “내 생애에 좌파정치인이 이렇게까지 싫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이토록 한 정치인에 대한 미움이 그의 말초신경까지 자극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알리는 “세계 공산당 역사를 보면 (김일성은)그다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북한을 방문해 보니 곳곳의 신격화 현장들이 있어 충격이 매우 컸다. 그래서 김일성의 신격화 거짓에 대한 반발로 조선인민혁명박물관이란 곳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동행 간부에게 '중국의 빨간 군대(홍위대)가 6.25 때 북한을 살렸는데 왜 그 역사는 없냐?'고 따졌다. 그러자 그 동행간부는 '박물관을 수리해서 그렇다.'고 변명하길래 '수리중이어도 한번 보자'고 했더니 간부가 쩔쩔매며 비질 땀만 흘렸다."는 것
 
알리는 그 모습이 너무 가련해 다른 곳에 가보자고 했더니 미술관으로 안내하더라, 그런데 오 마이갓! 그 곳에도 온통 김일성, 김정일 그림으로 도배 되었을 뿐, 민족적이면서도 고전적인 그림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외국인인 자신에게도 ‘신격화 세뇌’를 위해 가는 곳곳마다 보여준 것이라고는 김일성 사적비뿐이어서 불쾌하기 그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짜증이 치밀던 나는 소변이 마려우니 저 나무에 나도 김일성처럼 도움을 주려한다"며 가던 차를 멈추게 했다. 그런데 그때 서로가 통했는지 가이드와 나는 한참을 웃었다. 어이없지만 이때가 방북 기간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나는 미국에 북한 정권을 그냥 놔둬선 안 된다고 했다. 주민을 구원하기 위해서라도 남한을 지원하라고 했다." 
 
 
"김일성, 김정일은 고약한 사람이다. 자신들의 신격화를 위해 뻔한 역사적 사실은 감추고 주체에 대해서만 요란하게 광고했다. 주체는 사실 외국이 무서워서 만든 것이다. 역사까지 기만하는 권력자에 대한 증오로 솔직히 나는 김일성을 만난 자리에서 테러하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며 당시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알리는 훗날 미국 람즈팰트의 보좌관에게 “북한을 넘어뜨리도록 왜 남한을 도와주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남한이 진정 원하는 것은 핵”이라며 “나중엔 지역적, 경제적 이해관계로 중국, 일본, 한국이 팀이 되면 미국보다 강력해질 수도 있다. 섣불리 행동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알리는 “오바마의 생각도 중국을 의식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중국도 겉으로는 북한에 무관심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북한 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는데 이런 기막힌 드라마가 어디 있겠는가?"
 
끝으로 알리는 "북한의 1977년은 지금에 비하면 천국이다."는 기자의 말에 포옹으로 격렬히 화답하며 "맞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신격화는 더 지독해지고 주민들은 더 궁핍해졌다. 나는 그래서 북한 지도부를 용서할 수 없다. 얼마 전에도 북한 정권을 비난하는 칼럼을 썼다. 우리 같은 글쟁이들은 자꾸 써야 한다. 그렇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실제 그의 칼럼은 얼마 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문학평론지인 "리뷰오브 북스"에 실렸다. 알리는 좀 더 충분한 대화를 가지기로 약속했었지만 행사 일정 상 부득불 다음번 만남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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