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지중해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4천 명 이상을 수용하는 초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침몰했다. 사교성 좋은 이탈리아인이 선장이었는데, 무슨 객기인지 항로를 바꾸어 섬에 근접해서 운항하다가 암초에 부딪혔다. 저녁 식사하던 승객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선장은 별일 아니니 걱정 말고 선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이미 변고가 났다. 엔진실에 물이 차기 시작했고, 배가 흔들리고 전기가 나갔다. 선장은 여전히 별일 아니라고 했다. 불안한 승객이 급기야 해양경찰에 알렸다. 인근 해양초소에서 선장에게 연락했다. 선장은 아무 일 없다고 했다.
그때 이미 배는 기울기 시작했고, 그는 그제야 “배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승객은 순식간 두려움에 빠졌다. 배가 이미 기울었으니, 구명보트를 바다에 띄우기가 쉽지 않았다. 수백 명이 배에 갇히게 되었다. 일부 젊은이들은 물에 뛰어내려 가까운 섬으로 헤엄쳐 갔다.
선장은 그 순간에 다른 선원들과 구명정에 타고 있었다. 선장과 연락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던 해양경찰은 이 사실을 알고, 구명정으로 급하게 연락한다. 아직 수백 명의 승객이 배에 남아 있는데, 왜 거기에 있느냐고 다그친다. 당장 배로 복귀할 것을 명령한다. 선장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거부한다. 여기서 해양경찰의 목소리가 터진다.
명령이다. 당장 배로 돌아가라. 밧줄을 타고서라도 배에 올라가서, 아이는 없는지, 노약한 사람은 몇 명인지, 임산부는 없는지, 모두 확인해서 당장 보고해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 알겠나? 이 XX놈아!
(아래 비디오의 34분 30초쯤에 이 적나라한 대화가 그대로 나온다.)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발버둥을 칠 때, 그들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이들 사이에 이런 대화가 있었길 바란다. 그런 해양경찰 같은 어른이 한 명쯤은 있었길 바란다. 그래야 이 아이들이 덜 억울하겠다.
애들이 기적처럼 살아와서, 이리도 철딱서니 없는 어른들 멱살 잡고 쌍욕이라도 해 주면 좋으련만. 이젠 미안하다는 말도 차마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