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자신의 정치성향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뜨랑제 작성일 14.06.13 17: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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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짱공 눈팅만 하는 유저 중에 한명입니다. ㅎ

요즘엔 공부하느라 매일 책에 파묻혀 살고 있는데

가끔 신문 보고 뉴스 읽는게 낙이랍니다.

요즘 기사 뜨는거 보니 참 우울해지네요,,,,,,

그러다 우연히 정경사 게시판 글들을 읽게 되었는데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ㅎ

여러분들은 자신의 정치성향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먼저 저에 대해서 말하고 물어야 예의일 것 같아서 중얼거리자면,

저는 중학생 때는 제가 좌파라고 생각했어요

어린 마음에 가난한 사람들은 좌파, 부자들은 우파라고 생각했거든요

저희 집은 공무원집안이라 그럭저럭 먹고 살았지만 부자라고 생각해본 적은 정말 한순간도 없었거든요

그때는 어려워 보이고 두꺼운 책 쌓아놓고 읽으면 멋있어보여서 

정말 닥치는대로 책을 읽었는데요 그중 사회주의에 대한 것들도 있었어요

뭐 제대로 익힌 것은 아니고 수박 겉핡기 식으로 읽은 것들이라 심오한 사상까지는 아니였지만

부자들한테 세금 걷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좋은 건데 왜 안할까

그런 생각이었던 거 같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사회주의라기 보다는 사민주의에 가까웠던거 같네요 

아, 그리고 체 게바라도 너무 좋아했었어요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꾸어라."는 문구에 홀딱 반해서

공책에 매일 적어놓고는 했었죠 ㅎㅎ 


고등학생이 되고, 읽는 책들이 쌓여가다 보니 생각이 바뀌더라구요

특히 20세기 역사에 관한 내용이나 북한사, 소련에 대해 알게될수록 사회주의국가들이 역사 상으로

어떻게 돌아가게 되었는지 알게되었습니다.

마르크시즘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막연한 환상 같은게 깨진 기분이었어요.

"젊었을 때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없지만, 나이 먹어서도 마르크스주의자면 바보"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한강'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대해서도 알게되었어요. 

일제시대, 광복, 좌우대립, 이승만 정권, 4.19, 5.16, 10월 유신, 12.12사태, 5.18 등등.... 

전태일에 대해서도 '한강'에서 읽었던 내용이 처음이었어요

중, 고등학교 때는 시험에 안나오니 한국현대사는 수업시간에 안가르쳐줬거든요

조정래씨의 책을 읽으면서 한국 현대사의 흐름 대강을 잡았던 거 같네요 ㅎ 

이때쯤에는 제가 좌파는 못되고 한 중도좌파 정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역사 관련한 학과에 진학하고 나서는 정말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사실들을 배우게 되었어요

교수님들도 정말 공부 많이 하신 분들이라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구요

사학 관련 학과가 으레 그렇듯이 사상에 관해 중립적이고 관용적이어서 수많은 사상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입대를 했는데 하필 최전방 GOP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훈련병 때 행군을 하면서 처음으로 휴전선을 가봤는데....

정말 숨이 턱 막히더라구요. 지금 저도 역사의 한순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2년 동안 군생활 하면서 분단된 현실을 정말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네요 

제대하고 보니 그동안 극우 수구 꼴통이라고 여기던 보수 정당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들리기 시작하더라구요

왜 사람들이 동조하는지 이해도 되구요

나이도 스물 중반 정도 되니 사회 돌아가는 것도 보이고 

사회에 적응하려면 신자유주의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다보니 저 스스로도 중도좌파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거 같아서

이때쯤부터는 스스로 중도우파정도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복학하구나서는 정말 공부에만 전념하게 되었는데요

저희 학교에서는 고학년때부터 한국현대사를 배운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우리나라의 현대사에 대해서 논문도 읽고 책도 읽고 레포트도 쓰는 등 제대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 정치에 대해서는 일반인 정도의 관심밖에 없었지만

현대사를 공부하고 나서는 정말 정치에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어요

그러다 법대에 진학했던 고등학교 친구와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요 

그때가 대선 무렵이었을 겁니다. 

박근혜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박정희 시대에 대해 우호적으로 이야기하더라구요

정말 한참 현대사에 대해 배울 때라, 배운 것들을 총동원해서 열심히 토론했던거 같네요 

하지만 그 친구도 맹목적으로 박정희를 신봉하던 친구는 아니라서 

"독재한 건 나쁘지만 어쨌든 경제는 살리지 않았느냐"는 논리로 열심히 이야기하더라구요

저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박정희를 옹호하는 건 저희 아버지 세대라든지 할아버지 세대 사람들만 

그러는 줄 알았거든요 

그동안 군부독재에 대한 비판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박정희 정권을 저렇게 나름(?)의 논리로 긍정하는 의견을 들으니 제대로 반박할 수도 없었습니다.

말문이 막히더라구요 ㅎㅎ 

이후로 현대사를 공부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들을 

정리하게 되더라구요. 다시 한 번 저런 상황이 되면 제대로 논박해주려구요


그러던 어느날 타과 아는 분이 5.16 군사정변, 5.18 민주화 운동 등 

굵직굵직한 현대사 사건들에 대해 물어보시더라구요

자기는 잘 몰라서 제대로 알고 싶다구요

저는 잘됐다 싶어서 그동안 제가 공부하면서 정리했던 내용들을 재미나게(?) 이야기해드렸습니다. 

한참 제 말을 듣던 그 분이 나중에 되물으시드라구요. 그런데 박정희가 왜 나쁘냐고.

다른 과 분이시고 정치에 관심이 없는 여자분이시기에 자세히 이야기하면 이해가 어려울 듯 싶어 

친일적인 면모를 부각해서 박정희 정권에 대한 비판 의견을 말했습니다.

친일파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곁들여서요 ㅎ 

그런데 이야기 하고 나서 그 분의 의견을 듣다보니 그분 외가 쪽이 친일 계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순간 너무 당황스럽다구요;; 그 분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왠지 죄송했습니다

면전에서 조상 욕 한거 같아서요;;

그렇게 한 2~3시간 정도 열심히 저의 의견을 피력했지만 그분의 박정희 정권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던 듯 싶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새어버렸네요;;

아무튼 저는 저 스스로 중도우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로 위의 문단의 이야기와 같은 경험을 몇 번 겪다보니 이젠 보수가 뭔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제 여자친구의 친가 쪽도 약간 친일 계열이더라구요 

할머니께서 일본 유학 갔다오셔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셨고, 친가 쪽에 재산도 많았다고 합니다.

유학갔다가 오고, 재산 많다고 다 친일은 아니지만;;; 그 시절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시잖아요 ㅎ

생각보다 친일 계열이 우리 사회에 많더라구요 전 정말 이렇게 많이 있는지는 몰랐어요

군부 독재에 대해 향수나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사회에 많은 거 같구요

일베 같은 게 생겨나는 걸 보니 우리나라 사회가 극우에 가깝다는 것을 요즘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선 때도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가 토론 하는 방송 보고 

'적어도 박근혜가 대통령되지는 않겠구나' 싶었는데,,, 


저는 제가 꽤 보수적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정치상황을 보면 저의 정치성향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요즘에는 제가 완전 빨갱이된 느낌이에요;;;;

친일계열이나 극우, 수구적인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제 생각보다 정말 많더라구요

제 여자친구네 집안도 그렇고, 다른 과 아는 분의 외가도 그렇고..... 

한민당 계열이 지금 정당들의 뿌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꽤나 희석되고 친일계열을 위시한 극우파는 정말 소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총리 지명자라는 사람은 저렇게 공공연하게 친일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한국사회에서 친일, 극우 세력이 아직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세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우리나라 사회 자체가 극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의견이나 사상은 수용할 포용력이 없는 경직된 사회.  

역사를 공부하면서 언젠가는 정말 우리 사회도 유럽처럼 사상에 대해 자유로운 나라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우리나라는 그렇게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보다 사상에 대해 자유로운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거 같아요



여러분들은 자신의 정치성향이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왜 그런 성향이라 생각하세요? 

저의 생각은 사회의 일부만 보고 확대해석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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