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정기회의 보도자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 이하 위원회)는 2014년 9월 2일(화)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정기회의를 갖고 아래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였다.
1. 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과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의 공방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였다.
정치사회와 국가가 소중한 생명을 잃고 절망에 빠진 유가족의 고통을 어루만지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 역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 쟁점이 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조사권과 기소권의 독점은 원초적으로 국가의 것이 아니며, 애초에 피해자의 자연권에 속한 것을 국가가 대신할 뿐이라는 역사적 기원을 상기할 때, 단순한 교통사고의 차원을 넘어 이번 참사의 초동 대처와 구조, 수습 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가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바, 국가가 조사와 기소의 독점을 고집할 수 없는 사안이다. 조사와 기소에 대한 국가의 독점은 결코 만고불변의 절대 가치가 아니다. 하물며 교통사고 역시 피해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있고,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가개조’를 언급할 만큼 국가의 총체적 문제를 드러낸 이번 참사에서는 특별법 등을 통해 반드시 명백한 진상규명이 담보되어야 한다.
또한, 근간 정치권과 언론에서 언급하는 ‘보상’, ‘협상’, ‘합의’와 같은 정치적 수사들은 본질적으로 피해자의 자연권과 본성을 침해하고 희석하는 것이다. “인간적 고통 앞에 중립은 있을 수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정치권은 유가족들의 상처를 금전 보상이라는 물리적 해법 이전에 먼저 그들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애도해야 할 것이다.
이에 위원회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한시적인 ‘특별위원회’(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활동을 지원하고 참사에 대한 진실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도록 결정하였다.
2. 위원회는 9월 1일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의 2013년 11월 22일 전주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 중 행한 강론에 대한 전북경찰청의 출석 요구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이번 소환은 이미 전주교구 사제단이 밝힌 대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사제의 강론에 국가 안보논리와 종북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넘어 사제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이번 출석 요구는 사제의 양심에 기초한 목소리를 다시금 ‘종북몰이’ 논쟁으로 호도하여, 강론의 발단이었던 지난 대선 기간 중 일어난 국가권력기관들의 총체적이며 조직적인 선거 부정개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희석하고 억압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조차 국회 내에서 행하는 모든 발언에 대해 면책특권이 보장되는 민주사회에서, 종교인이 종교예식 중 행한 설교를 문제 삼는 것은 양심의 자유와 함께 반드시 확보되어야 할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연말 박창신 신부의 강론 내용이 회자되었을 때 이미 언론과 정치권, 나아가 청와대의 반응들이 핵심적 내용과 맥락을 무시한 ‘침소봉대’였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위원회는 이번 박창신 신부에 대한 경찰의 출석 요구는 최근 국가권력기구들에 의해 행해진 내란음모사건, 진보정당 해산청구 등과 같이 시민의 정치경제적 저항과 권력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억압기제의 일부로, 결국 ‘공안통치체제의 일상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위원회는 이번 경찰의 출석 요구에 대한 전주교구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앞으로의 상황들을 예의주시하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을 결정하였다.
3. 위원회는 2014년 정기세미나를 “새로운 독재와 국가: 신자유주의와 교회의 응답”이란 주제로 오는 10월 21일(화)에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개최한다.
<세미나 안내문>
2014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정기 세미나
‘새로운 독재’와 국가: 신자유주의와 교회의 응답
10.21.(화) 오후 2-6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10호
프란치스코 교황은 첫 권고문 <복음의 기쁨>에서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오늘의 경제체제를 ‘새로운 독재’라 지칭했다.
자본과 국가라는 두 권력의 공고한 카르텔은 비단 양극화의 극대화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생명, 나아가 가치체계 전반의 붕괴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일어난 세월호 참사만이 아니라 이전의 수많은 현안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새로운 독재와 국가라는 맥락 아래 총론적 진단에서 출발해 구체적인 사례들 속의 이러한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교회의 응답을 모색한다.
? 기조발제 '새로운 독재'와 국가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 및 편집인)
? 기조발제 삼성의 사회적 지배(조돈문, 가톨릭대학교)
? 주제발표1 ‘새로운 독재’ 앞의 권리 (권영국, 민주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 주제발표2 ‘새로운 독재’ 앞의 인간 (이계삼, 밀양 765kv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 대담 ‘새로운 독재’ 앞의 인간 존엄 (황상기, 삼성반도체 희생자 고 황유미 부친,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
? 종합 ‘새로운 독재’와 교회의 응답 (이동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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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에 대해 기억할 만한 증거와 신뢰할 만한 증언이 필요하다.” - 한나 아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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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다닐 맛 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