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반란 정권의 부역자였던 사람이 총리 후보자가 됐다. 이완구 후보자가 전두환 정권의 국보위 내무분과위에서 경찰 신분으로 ‘삼청교육대’ 관련 임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장 없이 시민 6만여 명을 검거해 혹독한 훈련과 가혹한 체벌을 가했던 삼청교육대. 당시 전두환과 국보위를 비방하면 그가 누구든 가차 없이 끌려갔던 곳이다.
삼청교육대와 언론대학살
전두환 정권이 자행했던 악행 중 삼청교육대에 버금갈 만한 것이 언론통폐합이다. ‘언론사 구조개선’이라는 황당한 구호를 앞세워 군사반란 정권에 저항하는 언론사와 언론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벌인 대학살이었다. 수많은 언론사가 통폐합되고, 언론인 933명이 해직됐다. 결국 언론은 정권의 홍보도우미로 전락하고 만다.
전두환 정권의 전위부대에서 부역했기 때문일까. 이완구 후보자의 언론관도 전두환 정권과 흡사하다. 찍어 누르고 회유하면 얼마든지 ‘홍보도우미’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언론이라고 본 전두환 정권과 많이 닮아있다.
지난 31일 KBS는 ‘뉴스9’를 통해 이완구 후보자의 타워팰리스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을 다룬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그러자 이 후보자 측은 그날 자정께 KBS 보도본부 간부에게 ‘다음날 매매계약서를 공개하겠으니 먼저 기사를 내려달라’고 전화를 했고, KBS는 이 전화를 받자마자 온라인에서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
기사 내려... 자신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어
KBS기자협회는 ‘간부진이 총리가 될 사람의 요청에 부담을 느껴 기사를 내린 것’이라고 반발했다. 의혹을 제기할 만한 사안이어서 기사화된 것인데 해명 보도가 나가기도 전에 먼저 리포트를 삭제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간부진을 비판했다.
이 정도라면 이완구 후보자의 언론관은 전두환 정권의 그것과 도찐개찐이다. 언론의 권력 사유화는 박근혜 정권 들어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여기에 이 후보자 같은 사람이 총리가 된다면 언론의 정권편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자칫 언론이 5공 때로 회귀할 수도 있다. 이 후보자가 대권에 야망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총리직은 대권을 향한 교두보다. 그의 대권 야망을 잘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한다.
2009년 12월 그는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충남도지사 직을 자진사퇴한다. 세종시 원안사수를 외치며 도지사 직을 내던진 그를 향해 많은 이들이 ‘뚝심 있고 강직한 인물’이라도 칭찬했다. 하지만 당시 정황을 분석해보면 그의 행동은 ‘차기 대통령의 환심을 얻기 위한 이벤트’라는 게 분명해 진다.
총리로서 부적합한 이유
애당초 세종시를 충남도 산하에 두자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지사 직을 내던졌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사퇴’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었다. 그는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왔던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당시 분위기로는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충남에서 출마할 경우 승리가 불가능했다. 그러니 그도 재선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거다. 재선에 성공하려면 탈당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대권을 향해 야심을 펼칠 기회를 엿보던 그다. 잘 버티면 도지사 재선에 그치지만, 상황을 십분 활용할 경우 장차 더 큰 것을 손에 넣을 수 있겠다는 패를 읽었는지 6개월 남은 지사 직을 내던진다. 그러면서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다고 외쳤다. 당시 독보적 여당 대권주자이자 대선 당선 가능성 1순위였던 박근혜 의원의 눈에 들기 위해 감행한 ‘정치적 결단’이었다.
그랬던 그가 국무총리 후보자가 됐다. 언론대학살을 자행했던 전두환 정권과 대등소이한 언론관을 가진 사람이다. 총리가 되면 그 다음 그가 노릴 자리는 대통령이다. 총리로서 부적합한 이유, 이보다 더 분명한 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