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우리 경제가 참 불쌍하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제때 통과되지 못해 경제가 힘차게 뻗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 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탱탱불은 국수론’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상반기 각종 회의에서 정책의 타이밍을 강조하면서 비유로 사용하던 그 ‘탱탱불은 국수’의 재활용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집권 3년차 중점 추진 사항들을 열거하면서 내각의 적극적이고 강력한 정책 조정 기능을 강조했다. 그는 “부처간, 이해집단 간 반발로 정책추진이 지연되거나 국회에 제출한 법안들이 1년이 넘도록 통과가 불확실한 법안들이 여러개 있는데, 하나하나 살펴서 결과를 도출해 나가야 하겠다”고 했다.
한국 경제가 불쌍하다는 박 대통령의 말과 ‘탱탱불은 국수’ 비유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우리 경제를 생각하면 저는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여러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지난번 부동산 3법도 작년에 어렵게 통과됐는데 그걸 비유를 하자면 ‘퉁퉁 불어터진 국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을 먹고도 부동산이 힘을 내가지고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집 거래가 늘고 그랬거든요”라면서 “불어터지지 않고 좋은 상태에서 먹었다면 얼마나 힘이 나겠습니까. 우리 경제가 참 불쌍하다. 그렇게 불어터진 국수를 먹어도 힘을 차리는 구나. 제때 제때 먹을 수 있도록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도 힘을 합쳐서 통과시키고…. 그런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탱탱불은 국수’ 비유는 지난해 2월 5일 국무조정실 등의 부처 업무보고에서 처음 등장한 바 있다. 당시에도 핵심 국정과제의 신속한 입법추진과 원활한 법집행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우리가 음식을 차려도 국수가 따끈따끈 할 때 먹어야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있고 제대로 먹은 것 같은데, 시간이 한참 지나 탱탱 불어터지고 텁텁해지면 맛도 없어지는데 누가 먹겠습니까. 정책도 타이밍이 중요해서 부동산법이라든가 우리가 시행하려는 것도 제때 통과돼야 시장의 수요에 맞춰서 효과적으로 나가지, 300일을 묵히고 퉁퉁 불어터진 국수같이 이러면 시행돼도 별로 효과가 없을 수 있거든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년여만에 다시 등장한 ‘탱탱불은 국수’이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엔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통해 좀더 기민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정책에 있어서는 세밀함과 협업이 중요하다”며 “정책 실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을 해서 부처간 협업을 강화해서 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요인이라든가 상충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또 필요한 시뮬레이션도 충분히 해서 정책의 정합성을 유지하는데 올해 각별하게 신경을 썼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또 새로 신설하기로 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가 이번주 처음으로 개최가 된다”며 “이 당정청 협의를 더욱 체계화, 공식화, 정례화한 것은 의미가 큰 것이다. 이번 정책조정협의회 가동을 계기로 해서 당정청이 국정의 공동 책임자란 인식을 가지고 한몸처럼 움직여서 국민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지금 지가 말아먹고 있으면서 불쌍하다고?
머리에 필터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