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책 목소리 높지만…
성폭행 사건에 이어 자녀 취업특혜 논란까지 여야를 막론한 현직 국회의원들의 비리 의혹이 잇달아 터져 나오자 ‘고강도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야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쇄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지만 이번에도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청년실업 해결한다더니…취업 청탁한 ‘갑(甲)질’ 의원=여야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가장 큰 이유는 청년실업 문제가 극심한 가운데 취업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켜서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아들이 지난달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공단 측이 자격심사 기준을 완화해줬다는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김 의원은 18일 “취업을 청탁한 것은 일절 없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공단 역시 투명하게 채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당으로선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는 국면에서 곤혹스러운 처지다. 새누리당은 당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조속히 진상 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다. 여권의 노동개혁 드라이브에 맞서 재벌개혁으로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자당 소속 윤후덕 의원의 자녀 대기업 취업청탁 논란이 불거졌다. 윤 의원은 2013년 LG디스플레이의 변호사 채용에 딸이 지원했다는 사실을 직접 기업 대표에게 전화로 알렸다. 논란이 일자 윤 의원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사과했지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밖에 심학봉 의원의 성폭행 의혹, 박기춘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또한 땅에 떨어진 ‘의원 윤리’의 단면을 보여준다. 또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은 자신이 대표로 있던 회사에서 자기 이름으로 ‘쌀 전문가 윤명희’ 상표의 쌀을 유통해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유대운 의원은 지난 5월 술을 마신 채 경찰서 지구대를 찾아가 “딸을 괴롭힌 바바리맨을 찾아 달라”며 사실상 수사 지휘를 하기도 했다.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이 부른 병폐=국회의원들의 비위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의원들 사이에 만연한 ‘제 식구 감싸기’ 정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이 심각한 일탈행위를 저질러도 출당 조치 대신 ‘탈당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문제를 일으킨 의원에 대해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고 싶지만 선배 의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분위기 때문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기업이나 민간기업, 관공서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원들의 ‘갑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고질적 병폐는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새정치연합 안병욱 윤리심판원장은 “발각된 사람들의 경우 ‘왜 나만 그러느냐’고 억울해할 수 있지만 과거와 달리 윤리기준이 더 엄격해졌다”고 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은 비리 의원을 신속하게 징계 처리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징계 의견을 윤리특위에 보고하면 30일 이내에 윤리특위에서 의결하고 그렇지 않으면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중징계가 내려지는 등의 변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9대 국회에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로 넘겨진 의원 징계안은 30여건이지만 현재까지 처리된 사례는 하나도 없다
http://news.nate.com/view/20150819n01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