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필리버스터까지 보는구나"
국회를 출입하는 한 정치부 기자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47년 만에) 현실에서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가 신기하지만, 뭔가 씁쓸한 느낌이 뒤따른다는 의미다.
앞으로 필리버스터와 테러방지법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예측해보면 더욱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면 테러방지법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로서는 네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1. 2월26일 통과
야당의 필리버스터 전략이 테러방지법의 국회 처리를 일단 막았지만, 오는 26일 필리버스터가 중단 될 수 있다. 여야가 최근 합의한 선거구 획정(공직선거법)을 이날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20대 총선을 약 50일 남긴 상황에서 선거구 획정을 계속 미룰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필리버스터가 중단되면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바로 테러방지법을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리버스터는 한 번 중단되면 다시 시작할 수가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6일 필리버스터가 중단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굳은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2. 3월10일 이후 통과
설령 필리버스터가 계속 이어지더라도 2월 임시국회 종료일인 3월10일이 마지막 날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3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바로 표결에 들어가 처리할 수 있다.
3. 국회의장, 직권상정 철회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의 직권상정을 철회할 수도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의 여러 압박에도 나름 국회의 자율성을 지켰던 정 의장이 거센 여론 반발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새누리당이 직권상정이 아닌 정상 절차(상임위-법사위-본회의)를 거쳐 강행 처리할 수는 있다. 야당 소속 법사위원장(이상민 의원)이라는 걸림돌이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말이다.
4. 대통령, 테러방지법 포기
더 가능성이 작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테러방지법을 포기하는 거다. 물론 법안을 발의하고 추진하는 주체는 새누리당이지만, 결정은 박 대통령이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한편 24일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책상을 탕탕 치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한 야당을 비판했다.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