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반찬 먹었는데 돈 내라니...

십성공력얼짱 작성일 16.03.05 01: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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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 생활은 이제 거의 15년이 되가는데... 글을 작성한 건 이게 처음이네요...

 

첫글은 뭔가 참신한 주제로 재밌는 글을 적었으면 했는데 그러지 못해 좀 아쉬원 마음이 듭니다.

 

 

'남은 반찬 먹었는데 돈 내라니...'

 

폰으로 네이버 기사를 보니 이런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더군요~~

 

기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부산교육청 학교 급식소에서 일하는 조리종사원들이 급식을 준비로 밥을 10분만에 먹는 등 제대로 먹지 못하기 때문에 급식비를 면제 받아 왔었습니다(다른 직원들은 모두 냅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들이(교육공무직, 교육실무직원 등 다양한 이름이 있음, 여기서는 그냥 공아근이라 하겠음) 임금교섭을 통해 공무원이 받는 수당인 정액급식비를 자기들도 달라 요구하여 부산교육청이 이를 수용하게됩니다.

 

그래서 부산교육청에서는 급식비를 지급하고, 대신에 급식비 명목으로 수당을 받으니 다른 공아근 처럼 급식비를 내라고 요구하게되었고, 자신들은 학교 급식을 먹지 않고 도시락을 싸오겠으니, 급식비는 줄 수 없다고 도시락투쟁으로 맞서고 있는 상태라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사의 댓글들은 교육청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압도적으로 다수였습니다.

기사 첫머리의 시작이 이렇게 시작이 되었으니까요

"이제까지 남은 반찬 먹었는데…열심히 일해놓고도 버리는 밥 한 그릇 먹을 수 없다는 현실에 피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그러나, 댓글 중 교육청을 옹호하고, 조리종사원들을 비난하는 댓글들도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학교 또는 교육청에서 일한다고 합니다.

 

왜 학교 또는 교육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까요? 팔이 안으로 굽기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그들과 같이 생활하고 그들에 대해 가장 자세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글을 적고 있는 저도 학교에서 일

하는 사람중의 한명입니다.

 

 

일단, 제 경험과 저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일하는 동료들의 경험을 토대로 조리종사원의 현실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로, 자신들의 주장 중 하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항상 차별을 한다는 표현을 합니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인데, 대부분의 학교 근무자들 비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으로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되어 있습니다. 한번 학교에 들어오면 쉽게 해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르면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사업체에서 일하시는 분들처럼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기 쉬운데, 그것을 노조는 용어혼란을 통해 조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급식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남은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보통은 급식을 준비하고 배식전 식사시간을 가집니다. 물론 식사시간이 길 수는 없습니다. 10분에서 20분정도 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근무하는 직원중 20분 넘게 식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학생들 급식지도 하는 교사는 학년이 순번으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길게 식사를 할 수 없고, 행정실같은 경우도 교대로 식사를 빨리 하는 편이라 식사시간 자체가 길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식사시간이 얼마 없어 급식비를 면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항상 제일 먼저 가장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고, 급식소에서 일하기 때문에 남은 식재료 및 음식을 집에 가져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세 번째, 급식소 근무가 임금은 낮고, 근무환경은 열악하고, 노동의 강도가 엄청 셀 것으로 생각하지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이부분에 대해서 직접 일을 해보지 않아 근무 강도에 대해 어떻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일정은 이렇습니다. 고등학교 2식 이상 하는 급식소가 아닌 대부분의 초,중학교는 아침부터 하루 1식 준비를 하고, 12시부터 배식을 하고 2시에서 3시사이 정리를 한후에는 아무도 간섭을 하지 않는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집니다. 일반 식당에서 일하시는 또는 사내 급식소에 일하시는 분들만큼 노동강도가 셀 것으로 생각되십니까?

 

 

임금은 2016년 기준으로 기본급 155만원에 위험수당 5만원, 교통비 6만원, 가족수당 최대8만원(세자녀 이상 시 3만원 가산), 장기근무가산금으로 3년근무시 5만원 1년 경과할 때마다 2만원씩 가산(35만원까지)을 매달 주고 고등학생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학비보조수당으로 수업료 만큼 지급, 명절휴가비로 총 70만원, 성과금으로 년 100만원, 맞춤형 복지비 25만원이상을 받게 됩니다.(시,도별 차이는 있습니다) 초봉자체만 놓고 보면, 9급 공무원보다 월급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 외 학교 재량휴업일의 일정 기간은 출근하지 않아도 유급인 경우가 있으며(우리 도의 경우 5일까지는 유급으로 줌), 병휴직을 해도 근무년수로 인정되기도 하는 등 학교에서 일하는 지방공무원보다 대우가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급식소 근무가 열악하다면... 급식소에 들어와서 일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어야 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 모두 무기계약직이니 자리도 안 나거니와 간간이 채용 공고가 나면 서로 하려고 경쟁이 매우 치열한 것이 현실입니다.

 

 

급식소에서 조리종사원으로 일하고, 비정규직이라 하니 사회적 약자로 보호 받아야 된다 생각이 먼저 들수도 있지만, 공아근들은 강성 노조를 등에 업고 부족한 교육재정에도 자신들의 임금은 무조건 인상되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교육청의 재정은 누리과정 문제도 있거니와 사상 최악으로 치닺고 있는데, 공아근 임금은 2013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그들 노조는 공무원과 동일한 처우를 바라고 집회, 파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근로의 대가로 임금을 받고 있는데 그리고 그 임금이 사상최대로 인상이 되고 있는데도, 그들은 “아이들 가르치는 학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밥을 굶긴다”고 주장합니다. 학교에서 공아근 외에 정규직은 공무원 받게 없는데 정규직과 처우에서 차별하지 말 것을 주장합니다. 공무원과 똑같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차이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기회의 보장이 아니라 결과의 보장을 바라고 있습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여기에 진심어린 관심을 가지는 기자는 없습니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공아근이 주장하는대로 앵무새처럼 기사를 만들어 버립니다. 골치 아픈 진실보다 돈이 되는 감정팔이에 더 집중합니다.

 

 

사실 교육청은 국가 예산이기 때문에 공아근 인건비 요구하는대로 줘버리면 골치 아플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분은 결국 교육비의 감소로 이어지고, 어떤 방향으로든 학생들 교육받는 예산에서 줄어 들게 되어있습니다. 학생들, 학부모의 피해로 이어지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걸 막으려고 각 교육청들은 최선을 다해 임금 인상을 방어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타이틀이 가진 힘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답답한 상황속에서 제가 글을 쓰고자 결심을 한 것입니다. 빨리 자야하는데 잠이 안오더라구요... 저는 공무원입니다. 국민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공무원으로서 그 세금이 조금 더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제 양심에 맞게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너무 긴글이라 다 안 보시겠지만, 혹시 이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아~~ 이런 뒷이야기가 있구나 정도 알아주시고... 혹시 감정파는 기사가 나더라도 거기에 너무 현혹되지는 않았음 하는 저의 작은 소망이 있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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