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가 현수막에서 ‘태극기’를 빼라는 선거 지도를 받고 발끈하고 나선 김을동 새누리당 후보에게 일침을 가했다.
김을동 후보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송파구선관위가) 13일 본 투표 독려 현수막에는 태극기를 넣으면 김을동 후보를 연상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달라고 해서 급하게 태극기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김을동 후보는 앞서 지난 8~9일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 왼쪽에 태극기를 삽입해 지역구에 게시했다. 선관위는 당시 ‘이상 없다’고 했다가 ‘13일 본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에서만 태극기를 빼라고 했다는 것이 김을동 후보 측 주장이다.
▲ 김을동 새누리당 후보(서울 송파병)가 지난 6일 지역구인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뒤로 태극기를 두른 선거운동원들이 서있다. 선거사무실 사진=김을동 후보 페이스북
김을동 후보는 선거 때마다 태극기를 트레이드마크처럼 사용해왔다. 이번 선거 역시 선거운동원들이 태극기를 몸에 두르거나 손에 든 채 김을동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김을동 후보 선거사무소에도 후보자 본인 사진 뒤에 태극기를 옅게 인쇄했으며 옥상에는 태극기 8개를 내걸었다.
송파구선관위 관계자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을동 후보 측이 투표독려 현수막에 재차 태극기를 넣은 걸 보고 상급기관(서울시선관위)에 문의했더니 ‘해당 후보가 본인 홍보 현수막에 태극기를 사용했다면 차후에는 쓰지 않는 게 좋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그 의견을 김을동 후보 측에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처음에는 태극기를 쓸 수 있다고 봤지만 후보 측이 차량 뒤에 태극기를 게시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등 유권자에게 태극기의 본뜻이 달리 전달됐을 가능성이 커 이런 요청을 한 것”이라며 “앞서 게시한 현수막이야 이미 걸려있으니 어쩔 수 없고 향후에만 태극기를 빼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선거관리법 제58조의 2는 특정 정당이나 해당 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현수막이나 어깨 띠 같은 물품을 사용해 투표 권유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을 사용한 당시에는 태극기의 의미를 좁게 해석했으나 김을동 후보 측이 재차 투표 독려 현수막에 태극기를 사용하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어 이를 금지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선관위가 김을동 후보 측에 “'애국'이라는 단어도 빼 달라고 요청했었다”고도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송파병 지역에서 ‘애국’이라는 말을 쓰는 건 김을동 후보밖에 없다”며 특정 후보를 유추할 수 있는 단어를 빼달라고 했다는 것이 선관위의 해명이다.
이 관계자는 “김을동 후보가 선거사무실에 애국적인 일을 한 김좌진 장군, 김두한 등 3대 사진을 걸어놔 선관위로 민원이 폭발했었다”며 “김을동 후보가 김좌진 장군 손녀가 아니라는 주장부터 후보가 얼마나 부족했으면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까지 거명하면서 선거를 하느냐, 선관위에서 철거해야한다는 주장부터 엄청난 민원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수막을 걸지 말라는 것도 아니었다”며 논란거리를 줄이고 가자는 차원에서 요청한 내용을 가지고 선관위가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보도자료를 내는 김을동 후보 측의 대응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김을동 후보가 태극기·애국 빼면 내세울 게 하나도 없다는 건가, 자기 조상을 내세우지 않으면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후보자 대담·토론회 안 나오면서 애국애족 살리겠다는 게 말이 되냐'는 민원이 끊임없이 들어온다”며 “이런 논란을 좀 줄이고 가자는 차원의 요청이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