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날치 <경향신문>은 이 전 부장이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씨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부장은 이 신문과 만나 “(검찰이 그해 4월30일 소환 조사할 때) 노 전 대통령에게 ‘(박 회장한테서 받은 스위스산 명품)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씨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다.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 내용을 과장·왜곡해서 언론에 제시했다고 이 전 부장이 폭로했다. 이러한 국정원의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로 관련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관련 상임위를 긴급소집해 이 문제를 철저히 가리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주 중 법사위·정보위 간사와 함께 이 사안을 논의한 뒤 다음주 초부터 새누리당을 상대로 상임위 일정 조율을 요구할 방침이다.
‘논두렁 시계’는 노 전 대통령 수사가 한창이던 2009년 5월13일 <에스비에스>(SBS) 보도를 시작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노 전 대통령이 박 전 회장한테서 회갑 선물로 1억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선물받았는데, 검찰이 이를 캐묻자 노 전 대통령이 “아내가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는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 쪽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보도 직후 대검은 “그 같은 진술을 확보한 바 없으며, 악의적 언론 제보자는 반드시 색출하겠다”고 했지만, 결론은 흐지부지됐다. 당시에도 검찰은 국정원 쪽을 의심했다. 노 전 대통령은 보도 이후 열흘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 수사 이후 검찰을 떠났지만, 그 뒤로도 ‘논두렁 시계 보도 국정원 배후설’을 비롯해 노 전 대통령 수사 뒷얘기를 사석에서 자주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부장은 이날 휴대전화를 꺼놓아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어영 노현웅 기자 ha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