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이 처음 정치권 이슈가 된 것은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인 2003년 1월이다.
당시 노 대통령 당선인은 부산·울산·경남 지역 상공인 간담회에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건의를 받고 "전문가들에게 시켜 적당한 위치를 찾도록 하겠다"고 했고 이를 계기로 신공항에 대한 부산 지역의 기대감이 커졌다. 노 대통령은 2006년 12월에는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 계획 보고회에서 "이 자리에 와 있는 이용섭 건교부 장관에게 바로 하명하겠고, 지금부터 공식 검토해서 가급적 신속하게 어느 방향이든 해보도록 하자"면서 정부 차원의 신공항 검토를 공식 지시했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2007년 11월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1단계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그해 대선에서도 신공항이 이슈가 됐고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2009년 타당성 조사를 했지만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모두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다. 이후 전문가로 구성된 '입지평가위원회'의 경제성 평가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2011년 3월 정부가 신공항 백지화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다시 대선 공약으로 꺼냈다. 전(前) 정권이 정치적 부담을 안고도 겨우 백지화했던 신공항 논란에 정치권이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
신공항은 지역 주민이 가장 가깝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에 검토하고, 이게 어렵다면 접근성이 뛰어난 기존 공항을 확장하는 방안부터 고려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신공항을 포기하면서 "김해공항은 기존 활주로 방향을 조금 틀면 산을 절단할 필요 없이 7000억~8000억원 정도면 확장이 가능하고 2039년까지 공항 수요를 소화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었다.
또 김해공항 내 공군 기지를 여수공항으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활주로 추가 건설 부지를 확보하는 방안도 꾸준히 거론돼 왔다. 시내 급행 철도 등을 확충해 기존 공항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주민들의 편익을 높이는 보편타당한 방안이라는 것이었다. 이번 검토 결과 내려진 결론과 거의 비슷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각 지자체와 정치인들은 기존 공항 활용 등 대안은 제쳐두고 지역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되는 신공항 논의에 다시 몰두하면서 유치 경쟁을 벌였다.
국토교통부 등 담당 정부 부처는 이런 움직임을 조기에 차단하지 않고 조직과 예산을 늘리기에 좋은 신공항 건설 논의에 편승했다. 자기들이 "경제성 없다"고 내렸던 결과를 2014년에는 "그때 조사에서 수요 예측을 잘못했다"며 3년 만에 수정했다. 그때 이미 "'대통령 공약'에 맞추려는 것"이란 말이 있었다.
정치권은 그 뒤로도 선거 때마다 손쉬운 신공항 공약으로 표를 얻으려고만 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새누리당 대구 지역 의원들이 논란에 불을 댕겼다. 지난 지방선거 때도 여야 출마자가 모두 신공항을 공약했다. 또 21일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의 용역 결과 발표 직전까지 부산 의원들과 대구 의원들은 번갈아가며 '위력 시위'를 벌이고 갈등을 고조시켰다.
전문가들은 오랜 갈등 끝에 나온 정부의 '중재안'이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결국 다음 선거에서 정치권 이슈로 회귀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하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과)는 "공항 건설은 철저히 전문가 영역인데도 그동안 정치권이 민심에 편승하다가,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백지화하는 결과를 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은 신공항 논의에서 완전히 손 떼고 중립적인 전문가들을 찾아 논의를 맡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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