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주인이 누구냐는 것은, 누구의 욕구를 가장 먼저 반영하느냐에 대한 얘기죠.
군대에서 60만 대군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병사들의 욕구를 먼저 반영하느냐
아니면 인생의 대부분인 30~40년을 군에서 보내는 장군들의 욕구를 먼저 반영하느냐
다시 말해서, 막대한 예산 사용의 우선권이 누구를 위한 것에 먼저 있느냐에 문제죠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이런 얘기 학생 때 많이 들어보았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내는 존재가 갑이니.. 소비자인 학생이 주인이라는 말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학교 운영진들과 교수들의 생각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이대 교수가 이번에 촬영된 동영상 속에서
"학교의 주인이 니들이라고? 니들은 4년만에 졸업하고 떠나잖아?"라고 말하죠
교수들의 생각이라...
잘 아는 지인이 오래 전.. 수십년 전.. 임용을 위해 애쓸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 분은 시간강사로 있던 학교에서, 비상식적인 비민주 운영에 맞서 싸운 적이 있었어요
대략 80년 서울의 봄 즈음입니다.
사실 그게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대학 재단의 전횡에 대해 항의하기 위한 연판장에 이름 올린 정도죠.
그런데 그것만으로 강사직을 짤리고, 어느 학교에도 취업되지 못하고,
강사자리를 알선해 준 대학 은사에게 기관원의 협박이 들어갔죠.
그것만이 아니라 기관원이 몇 년간 미행을 하고, 전화를 도청하고,
아내에게까지 자신을 밝히지 않은 전화를 해서
다시는 그런 짓을 한다면 대한민국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 주겠다는..
당시 젖먹이를 키우는 아내에게는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는 협박까지 일삼았죠.
그리고 십년이 가깝게 지나, 정권이 바뀐 후 취업을 시도했는데...
지원서를 넣은 대학의 교수들이 이런 얘기를 했다죠.
"실력은 의심할 바가 없지만..
일단 한 번 임용시킨 후에는 평생을 계속 매일 봐야 하는데
의리(?)가 의심스러운 이런 사람과는 함께 하기 어렵다..."
의리가 의심스럽다....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는
의리라는 용어의 정의가, 대체 무엇입니까???
조직폭력배들이 손가락을 잘라대며 맹세하는 그런 의리???
불의와 부패 앞에서 함께 동조하며 침묵하는, 그런 의리?
결국 이 분은
아내의 어마어마한 협박과 성화를 배경으로 하고...
다시 취업을 알선해 주신 은사와 해당 단과대학장 앞에서..
다시는 그런 짓거리(?)를 평생 하지 않겠다는...
본인의 양심을 팔아먹더라도 침묵하겠다는 약속(맹세?)를 마친 뒤에야
임용이 될 수가 있었죠.
몇년 전 명예퇴직을 하셨는데..
명예교수로 끝나는 마당에서도, 퇴임사를 읽는 자리에서..
"결코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흡사.. 군대에서 장교들이 갓 부임한 지휘관과의 첫 회식에서 폭탄주 원샷 후
생존을 위해 큰 소리로 악을 쓰며 충성 맹세를 외치는 듯한, 바로 그런 느낌...
65세가 넘어서.. 아니 학교에서 퇴직하면서까지 저렇게 부들부들 떨면서
충성 맹세를 외쳐야 할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교수들의 사회는 가볍고 아무렇지 않아 보이겠지요
그런데 사실 이렇게 무겁습니다.
그나마 대한민국 사회의 여느 직업과 비교할 수 없이
상대적으로 너무나 가벼운 편이지만
그것마저도 이렇게 이따위로 개같단 말이죠...
그러니, 그런 교수들이 보기에 학부생들은 너무나 가볍기 그지없어
깃털처럼 쉽사리 날아가 버릴 것 같겠지요
단 4년만에 졸업해버릴 주제에 감 놔라 배 놔라 난리치는
한없이 무책임한 인간들로 보일 뿐이란 말이죠.
실제 평생직업과는 아무 상관 없이 날아가버릴,
그런 정도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러니 교수의 그 말은 그냥 쉽게 한 말은 아닐 겁니다.
"니네는 4년만에 졸업해 버리잖아?
그런 니들이 주인이라고?"
대한민국의 권위주의에서 배태된 모든 종류의 불행이
사라지는 그런 날을 꿈꿉니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