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가 수사 받는 방 번호와 대략적인 위치는 알고 갔다. 다른 층에서는 최순실, 안종범 수사 받고 있다는 정보는 알고 있었다. 사진부에서 두 명이 취재 지시를 받았고 나는 경험 많은 선배 한 명과 취재에 나섰다."
- 취재 지시는 언제 받았나?
"오후 6시쯤. 일요일 근무 하고 야근까지 내가 하는 순서였다. 사진부 전기병 부장이 우병우가 조사 받고 나오는 모습과 검찰에서 조사받는 모습을 비교해보면 어떻겠냐는 지시가 있었다. 주완중 주말 데스크가 사회부 법조취재기자에게 우병우 수사관련 정보를 요청해서 서울중앙지검 내에 우병우 전 수석이 있을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대략적인 위치를 정한 다음에 취재에 들어갔다."
- 사용했던 장비는?
"캐논 1DX 카메라에, 600mm 망원렌즈와 2배율 텔레컨버터를 끼우고 모노포드를 사용했다. 거기에 옥상 울타리에 렌즈를 거치하고 나무에 등을 기대고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찍으려고 노력했다. 데스크가 직접 건네줬던 고배율 망원경도 사용했다."
- 몇 시간 동안 기다린 건가?
"밤 8시반에 서울중앙지검이 보이는 반대편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 취재후에 대략적인 거리를 재보니 30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우병우가 조사 받고 나오기 전인 새벽 1시쯤 철수했으니 다섯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 우병우가 카메라 앞에 몇 번 나타났나?
"다섯 시간 동안 총 두 번 우병우의 모습을 기록했다. 밤 8시반에 자리를 잡고 난 직후인 8시 50분쯤 처음 카메라에 모습이 포착됐다. 처음에는 우병우만 보였다. 1분 여동안 조사실 안에서 왔다갔다 스트레칭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벽에 얼굴이 가려 더 잘 보이는 장면을 찍기 위해 기다렸다. 잠시 후 9시25분께 우병우의 모습이 다시 1분 여 동안 포착됐다. 처음에는 오른쪽에 보이는 수사관들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우 전 수석이 가까이 오니까 수사관들이 일어섰다. 우병우가 말을 거니까 수사관들이 답을 하는 분위기처럼 보였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상황은 좀 어이없었다."
- 취재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마감시간에 맞춰서 사진을 송고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제일 컸다. 다섯 시간 동안 900여컷을 찍었지만 쓸만한 것은 100여장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많이 찍었다. 그 중에 두 번째 우병우 전 수석을 찍은 사진들 중 두 장만을 골라서 9시 40분쯤에 송고했다. 보통 9시 전에 한번, 11시 반에 한번은 보내줘야 1면에 사진이 들어간다. 오늘자 조선일보 서울수도권 외 지역에는 이 사진이 실리지 못했다. 취재하는 시간에 계속 신문은 인쇄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서 빨리 마감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제일 컸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추위도 점점 느껴졌고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이 어려웠다."
- 우병우 전 수석을 처음 발견했을 당시 들었던 생각은?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구나. 했다. 그간 실패했던 뻗치기 취재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2014년 12월부터 사진기자를 시작하면서 뻗치기 했던게 이완구 전 총리후보자 집 주차장에서 경비원들의 감시를 피해 13시간 숨어있던 적도 있었지만 취재에 실패했다. 신격호 회장을 찍기 위해 롯데호텔에서 요리사들 비상출구 통해 잠입 시도했었지만 그때도 촬영에 실패했었다. 그런데 어제 우병우 전 수석이 파인더에 들어온 순간,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확 들었다. 고도로 집중했었던 때라 놀람보다는 빨리 마감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