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는 대부분의 증인이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죠.
'고구마'처럼 목이 꽉꽉 막힐 듯한 청문회에서 '사이다'처럼 속을 뻥 뚫어주는 발언으로 주목 받은 한 사람.
오늘 뉴스피플에서는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 전 문화창조융합벨트 본부장
- 포항공과대 창의IT융합공학과 대우교수
- 서울대 융합기술원 책임연구원
- 미 스탠퍼드대 언어정보연구소 연구원
- 앵커
영수증 분쟁 얘기가 많이 나왔거든요.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절차가 투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행됐고, 비슷한 업체에 중복으로 돈이 집행된 게 보이면 당연히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거죠. 깨끗하고 투명한 거였으면 답변만 하면 돼요. 그런데 질문을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에 문제 제기를 했던 거죠.
- 앵커
문체부 밑에 있으면서 미래부 산하란 말예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그렇죠. 저도 헷갈렸습니다. 각각의 사업이 진행되는 고리마다 책임자들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런데 책임지는 구조가 하나도 없다는 거죠.
- 앵커
그나마 지키고 계신 게임물관리위원장도 못 하게 될까 하는 걱정은 안 하셨어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가는 첫날부터 오늘만 살자고 버텼기 때문에 별로 고민 안 했습니다. 나가면 됩니다.
- 앵커
투명하지 않다고 느낀 게 어떤 일이 계기가 됐나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일례로 '왜 이걸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인데 그거에 대한 근거자료가 없습니까', '공무원은 문서로 말하는 거 아닙니까' 라고 하고 문서를 달라고 했는데 '우리는 근거를 남기지 않아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건 농담이 아니라 정말 심각하구나.
- 앵커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때, 이곳 저곳 연락해도 안 됐는데, 그때 어디로 연락해야 한다고 생각하셨어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주변에 계신 분들한테 당시 작성했던 상황분석 보고서를 들고 어떻게 알리면 좋을까 얘기를 했는데, 민정수석실에 알리라는 게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알렸으면 제가 이 자리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 앵커
배후에 대통령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겠네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그런 상상은 못 해봤고요.
- 앵커
사실상의 해임 통보를 받았을 때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들었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나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무서웠죠. 설마 그럴까 해서. 저처럼 작은 시골 기관장을 기억하실 거라 생각도 안 했고.
- 앵커
명예단장(차은택)은 실권은 없는 거잖아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책임은 단장이 지고, 명예단장은 기획한 모든 것을 하는 거고 그런 그림으로 보면. 1,300억 원 중에 1,200억 원을 3개월 만에 다 지출했어요. 97억 원 정도 남았는데, 그걸 한 달 안에 지출하라는 게 저에게 내려온 지시였어요.
- 앵커
그렇게 하면서 누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세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이전에 없던 이벤트 업체나 전통적인 콘텐츠 생산자와 무관한 이벤트 용역 업체들이 많이 들어왔고.
- 앵커
3개월 사이에 1,200억 원을 다 썼단 말예요. 어디에 쓴 건가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많은 부분이 리모델링이라든지, 공연장 구축, 건물 외관 변경 사업 이런 게 있었죠. '그런 게 왜 문화창조의 핵심 사업이냐', '그게 왜 융합이냐', '왜 500억 원을 들여서 체조 경기장을 리모델링하냐'했더니 '30년 후 매출 1천억 원', '30년 후 5천 명의 일자리 창출' 그걸 근거로 그걸 위해서 경기장을 리모델링한다고 쓰여 있으니 납득 어렵잖아요. 왜인지를 따질 수 물을 수밖에 없죠.
- 앵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처음 보고했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이중적이었죠. 처음에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원칙대로 해라. 지원하겠다'라고 해서 일을 하면 차은택 감독과 함께 일을 했다는 부단장이나 과장이 청와대를 들먹이면서 얘기하더라고요.
- 앵커
청와대를 언급했다고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처음부터 차은택 감독과 총괄기획했던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죠.
- 앵커
청와대를 언급하면서 그냥 일해라?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그렇죠.
- 앵커
사업 자체를 무산시키면 안 된다고 했는데… 자금이 남아 있으면 해야겠지만 자금도 없고, 조직도 의문투성이인데 없애는 게 낫지 않습니까?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의문투성이라면 없애는 정도가 아니라 폭파를 시켜야죠. 문제 해결을 안 할거면. (하지만) 그 정신 자체를 폐기하진 말하는 거죠.
- 앵커
자금을 주는 곳은 어디였나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집행하는 곳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죠.
- 앵커
한통속이라고 보시나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없으면 안 되죠. 한 세트죠.
- 앵커
누가 가장 억울할까요?
= 여명숙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좋은 일 하려고 했는데, 말 못 하고 끙끙거리는 사람도 있을 거고. 실제로는 국민이 제일 억울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