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최후통첩
"증인들 소재 파악·통보하라" 향후 일정 확정하려는 듯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단(변호인단)에 재판부가 그간 수차례 요구했던 자료들과 잠적한 증인들의 소재(所在)를 파악해 3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들에 대한 신문 여부는 물론 향후 탄핵 심판 일정을 확정 지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이 지난달 20일 신청한 증인 39명 가운데 10명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보류 또는 기각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1일 공개변론에서 또다시 증인 15명을 신청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 측이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헌재가 박 대통령 측에 소재를 알려달라고 한 증인은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과 최순실씨의 측근인 고영태·류상영씨 등 4명이다. 이들은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한 달 넘게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헌재는 경찰에도 이들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했으나 '확인 불가'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이정미 헌재소장 대행은 1일 공개변론에서 "고영태씨의 행방을 찾아낼 방법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박 대통령 측은 "전 국민을 통해서 찾아달라고 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헌재가 잠적 중인 증인들을 더 기다리지 않고 증인 채택을 취소할지를 조만간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잠적한 증인의 소재 파악과 함께 헌재가 박 대통령 측에 요구한 '자료'는 대통령이 최순실씨로부터 언제까지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이 어떤 절차를 거쳐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것이다. 헌재는 작년 12월 말부터 이 문제 등에 대한 답변서를 박 대통령 측에 요구했다. 이번 사건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1일 공개변론에서 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박 대통령 측이 "그건 (향후) 증인 신문 과정에서 나올 것"이라고 하자, 강 재판관은 "시간이 오래 지났다. 금요일(3일)까지는 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헌재는 오는 7일과 9일, 14일 증인신문 일정을 잡아두고 있다. 헌재 내부에선 "이후의 일정은 박 대통령 측의 3일 대응을 보면 알게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변론 종결 시기나 선고 시기 등이 좀 더 명확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국회는 2일 공개한 새 탄핵소추의결서에서 박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적용하는 데 소극적인 문체부 고위직 간부들을 퇴직하게 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국회는 의결서에서 "이는 직업공무원제와 예술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국회 측은 "없던 것이 새로 들어간 게 아니라 원래 제출한 의결서에 문체부 1급 간부 등을 강제 사퇴시켰다는 부분이 있었고, 이를 좀 더 구체화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박 대통령 측은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새로운 탄핵 사유를 추가했기 때문에 부적법하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