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제데모 의혹을 받고 있는 극우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로부터 지원받은 돈으로 전국 곳곳에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원금의 구체적인 용처가 나오면서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 평창·부산 등 안보견학 경비를 전경련에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4년 봄부터 2년간 분기마다 강원도 고성과 평창, 부산 등으로 '안보견학'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은 안보견학이었으나 일정 가운데는 일반 관광코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여행을 간 회원들에게는 20만 원 상당의 외투도 무료로 제공됐고 종종 참치통조림 등 '선물 공세'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어버이연합에 따르면 경비는 전경련에서 지원했다. 어버이연합에서 여행을 앞두고 기획안을 작성해 제출하면 전경련 측에서 일정한 심사를 거친 뒤 건넨 것.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단순히 놀러 갔던 게 아니고 안보견학과 노인복지 차원이었다"면서 "전경련에 사업계획을 '노인복지'로 넣으면 웬만한 건 됐지만 '빠꾸' 당하는 것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200여 명 규모로 2박 3일 제주도 여행까지 다녀왔다. 여정에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 정부 정책이 반발에 부딪힌 곳뿐 아니라 일반 관광코스도 포함됐다. 다만 "제주도 여행은 전경련 지원 없이 다녀왔다"는 게 추 사무총장의 주장이다.
비슷한 기간 전경련은 대기업들로부터 걷은 회비로 어버이연합 측에 7차례, 모두 2억 원이 넘는 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지출 명목은 '사회협력회계'였다.
◇ "노인들 여행 좋아한다…그렇게 시작해 계속 나와"
이 시기는 어버이연합이 세월호참사·일본군 '위안부' 등의 이슈를 놓고 매일 같이 정부정책을 지지하거나 진보단체의 집회에 맞불집회를 벌일 때였다.
일부 회원들이 어버이연합 주최 집회에 참석한 배경에는 이러한 혜택이 '미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 어버이연합 회원 A 씨는 "여기 나오는 노인 상당수는 1년에 여행 한 번 못 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여행 한 번 보내주면 좋아한다"며 "그렇게 나오기 시작한 사람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버이연합에는 지난해 4월 청와대 관제데모와 전경련 자금지원, 추 사무총장의 횡령 의혹이 제기됐다. '안보견학'에 대한 전경련의 지원은 이때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지도부 일부가 탈퇴하는 등 내홍을 겪고 분열했던 이 단체는 같은 해 8월 초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나 최순실 태블릿PC 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일당을 지급한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추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청와대 허현준 행정관과 전화로 집회 얘기를 주고받은 건 맞지만 지시는 받지 않았다"며 "탈북자들에게 교통비 명목으로 2만 원씩 주던 것도 옛날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경련 측은 "이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