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박근혜 변호인단…“이대로면 박 전 대통령 징역형 나올까
걱정”
“지금 같은 변호 방식으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형도 나올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서성건(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는 7일 기자에게 이런 불안감을 토로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변호인단 내부 갈등설의 조심스럽게 인정했다.
“유영하(55) 변호사 때문인가”라고 묻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다”고 답했다.서 변호사는 “유 변호사를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가 우리 변호사들 전화조차 받질 않고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변론이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말 검찰
조사 전에 신문 대비용 답변서를 만들었는데 유 변호사 따로, 우리 따로 준비했다. 유 변호사의 답변서는 ‘모른다’ ‘아니다’ 투성이였다.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게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속될 지도 모를 상황에서 대통령의 답변이 그런 식이면 방어가 제대로 될 수
있었겠느냐”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때
유 변호사는 정장현(56·연수원 16기) 변호사와 함께 조사실에 입회했다. 서 변호사 등 다른 변호사 4명은 조사실 밖에서 이튿날 오전 2시까지
대기하며 필요한 자료를 제공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되면서 서 변호사 등은 접견이 제한됐다. 박 전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59) EG그룹 회장과 올케인 서향희(43) 변호사 등
가족도 만날 수 없게 됐다. 유 변호사 만이 매일 구치소를 방문하고 검찰의 방문 조사 때도 홀로 입회한다.
서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들은) 사실상 선임계를 낸 것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유 변호사가 잘해주길 기대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Q : 언제부터 유 변호사와 연락이 단절됐나? A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부터인 것 같다. 검찰 조사 전에는 수사에 대비해 자료를 주고 받고
함께 의논도 했다.”
Q : 유 변호사가 3년차 미만 변호사에 대한 모집 공고를 낸 것을
아는가?(※유 변호사는 ‘변호사 유영하 법률사무소’ 이름으로 지난달 31일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홈페이지에 모집 공고 글을
올렸다.) A :“봤다. 우리와 협의한 내용은 아니다. 유
변호사로부터 특별히 연락 받은 것도 없다. 그렇다고 유 변호사가 우리에게 선임계 철회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Q : 선임계를 철회할 생각인가? A
:“그럴 생각 없다.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형사소송 전문가는 아니지만 법률가로서 다퉈서 의뢰인의 무죄를
받아내야 할 부분들이 많다.”
Q : 어떤 부분이 무죄라고 생각하나? A
:“검찰이 뇌물죄의 근거로 제시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경제 동일체’, ‘공모’ 관계는 논리적 허점이 많다.
부부 사이도 돈 한 푼으로 다투는데 ‘40년 지기’라는 이유로 경제 동일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 특히 삼성 측이 낸 재단
출연금(204억원)을 뇌물로 판단한 것은 특검의 실수를 검찰이 물려받은 것이다. 검찰도 곤혹스러운 상황일 것으로 본다.” 서 변호사는 탄핵심판 때부터
변론 전략과 언론 대응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대리인단의 방향 설정이 잘못됐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 문제를 처음부터 따졌어야
했는데 소수 의견으로 분류됐다”며 “강일원 주심 재판관이 말한 ‘사실 관계에 대한 진검승부’는 그 이후에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파면 결정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기각을 예상했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지금 형사재판 준비가 엉성해진 것도 이런
예측 실패로 준비를 제대로 못한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탄핵심판 당시 대리인단이 꾸려진 과정에 대해 “청와대 측이
한 명씩 접촉해 합류시킨 것으로 안다. 나도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고 합류했다”고 말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유 변호사의 역할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을 수시로 접견하며 대리인단에 그 말을 전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탄핵심판 후반부에
대리인단에 합류해 ‘막말 변론’을 한 김평우(72) 전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조원룡(56) 변호사 등에 대해선 “(이들의 선임 사실을) 사전에
연락받은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막말 변론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이중환 대표 변호사가 그날 변론 후 브리핑에서 ‘각자 변론’이라는
어색한 용어를 쓰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 변호사는 1시간 30분 가량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변론은 헌정사적으로, 법리적으로도 중요한 사건”이라며 “법원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변론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