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 한 주간보호센터, 홍준표 안동유세에 데려갔다 사전투표 시키고 식사 제공
[오마이뉴스 글:배지현, 글:안홍기, 글·사진:이희훈, 편집:장지혜]
센터 이용자들은 홍 후보 유세현장에 청중으로 합류했다. 유세 도중 <오마이뉴스> 기자가 '오늘 어딜 가시냐'고 물었을 때, 이들 중 한 명이 "투표하러 간다"고 답했다. 이들은 유세가 끝난 뒤 다시 승합차를 타고 용상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사전투표소로 이동했다. 주간보호센터 직원들은 이들이 투표를 하도록 했다.
투표를 마친 센터 이용자들은 다시 승합차를 타고 안동체육관 근처의 한 식당으로 이동해 센터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이들을 인솔한 센터 직원들은 차량 운전을 한 사람을 포함해 3~4명이었고, 이들 중 한 명이 일행의 식사비용을 일괄지불한 것으로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식사 뒤 센터 차량은 센터 이용자들을 각자의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아침에 '2번 찍으라'고, '한 칸 밑에 찍으라'고"
이 노인과 함께 센터 승합차에 타고 있다가 내려서 귀가한 다른 장애인은 '센터에서 누구를 찍으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만 답했다. '몇 번 찍으라고 했느냐'는 질문엔 손가락 두개를 펴 '2'를 표시했다.
이 주간보호센터 이용자들의 말과 반응을 종합하면 이 주간보호센터는 홍준표 후보에 투표시키기 위해 지적장애인들을 사전투표에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센터 직원들은 사전투표를 하기 직전 센터 이용자들을 홍 후보의 유세현장에 합류시킨 것만 해도 선거 공정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일인데, 직원들이 '2번을 찍으라'는 '교육'까지 한 의혹도 제기된다.
이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는 이는 안동시 장애인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아무개씨다. 그는 2016년 9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경북도당 당직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려 안동지역 부위원장을 맡았다. 현재는 자유한국당 경북선대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센터장은 "몰랐다"는데... 6일 전 내부보고
하지만 주아무개 팀장은 "장애인 참정권 권리보장 개념으로 해서 한 것"이라며 "프로그램 개념으로 저희가 차량지원하는 건 선거법 위반인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 센터장은 "'누굴 찍으라'는 얘기는 당연히 하지 않는다. 그 친구들이 누굴 찍으라 한다고 그거에 대한 판단이 지적장애인들은 어렵고 그래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김 센터장은 이날 센터 직원들이 이용자들을 사전투표에 데리고 간 일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센터 직원들은 사전투표 차량지원이 참정권 보장 프로그램 차원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내부 문서를 제시했다. 지난 4월 28일 직원들은 '이용자를 위한 사전투표 지원 실시' 제목의 내부결재 문서에서 "5월 4일 오전 9시부터 센터의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이용자 개인 주소지의 사전투표소까지 이동하여 이용자들의 사전투표를 지원"하겠다고 보고했고 이 문서 결재란에는 김 센터장의 도장이 찍혀 있다. 지난달 28일에 이미 보고된 일로 김 센터장이 자신은 몰랐다는 해명과 배치되는 것이다.
안동시 선관위 "사전투표일엔 장애인 편의제공 없어"
공직선거법 6조는 투표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거주하는 선거인 또는 노약자·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선거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대책을 수립할 때는 공정한 실시방법 등을 정당 후보자와 미리 협의하도록 했고 선관위의 관리 하에 편의 제공이 이뤄진다. 안동시 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선거일(9일)엔 장애인 이동 편의 제공 계획이 있지만, 사전투표일엔 그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데이케어센터라고도 불리는 주간보호센터는 낮 시간 동안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돌보는 복지시설로, 주로 아침에 각 가정을 들러 이용자를 차에 태워 센터를 이용하게 했다가 일과시간 뒤 각 가정으로 돌려보낸다. 이번에 문제된 주간보호센터는 안동시가 운영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비겁하기 그지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