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서 20∼50대 지지 잃고 TK 고립된 한계 인식
정우택 "합리적·중도 보수 규합"…'신보수주의' 고민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대선 패배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자유한국당 내에서 중도보수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대선 과정에서는 '태극기세력'으로 대표되는 대구·경북(TK)의 전통적인 지지층부터 지켜야 한다는 전략을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 중도보수층을 포섭하지 못하면 'TK 지역정당'으로 전략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의 고민은 지난 19대 대선 결과에서부터 시작된다.
홍준표 후보는 득표율 24.03%를 얻어 2위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까지 바닥을 쳤던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세대별·지역별 득표율을 보면 당의 미래를 두고 안심할 수 없다.
홍 후보는 20∼40대는 물론 50대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밀렸다.
지역별로도 홍 후보가 득표율 1위를 차지한 곳은 대구·경북과 경남 등 세 곳뿐이다. 외형상 TK 지역당으로 고립된 셈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내년 지방선거도 참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중도보수층까지 아우르는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우택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탄핵이나 친박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되고 소위 '빅박스'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 합리적 보수·중도 보수 세력을 규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권한대행은 이어 "대선에서 20∼40대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를 했다. 젊은 세대들의 수요에 맞는 정치를 어떻게 창출해 내느냐가 숙제"라고 덧붙였다.
박맹우 사무총장도 "잘못하면 내년 지방선거부터 어려울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당을 정비하면서 중도보수를 끌어안는 노력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향후 '진보 대 보수'의 양자구도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임을 시사한 홍문종 의원은 "대선에서 호남 외 지역에서 안철수 후보가 받은 표와 유승민 후보가 받은 표는 모두 한국당의 표심이 될 수 있다"며 "이 중도보수 세력을 다시 끌고 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이런 고민을 포함한 당 개혁을 논의하는 의원들의 움직임도 읽힌다.
4선 중진의 나경원·신상진 의원과 초선 비례대표 강효상 의원 등이 참여하는 '포용과 도전 모임'(약칭 포도모임)에서는 다음 주 중 만나 보수의 나아갈 길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의원총회 전에는 초선의원들도 모여 당개혁 방안을 토론하기로 했다.
나 의원은 "안보보수·반공 보수도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보수 가치를 정립할 '신보수운동'이 필요한 때"라며 "보수는 수구적이고 부패했다는 이미지를 벗어나 기회의 평등이나 공정의 가치를 강조하는 포용적 보수로의 길로 당이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도 정부·여당과 대비된 선명한 보수 가치를 정립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여당으로서 '웰빙정당'에 만족하거나 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호가호위하면서 권력을 누려왔다는 점에서 진정한 보수정당이라고 보기 어려웠다"며 "제대로 된 보수정당의 모습을 보이면서 중도층을 설득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대선 패배 후 미국으로 출국한 홍준표 전 대선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귀국하면 신보수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당을 새롭게 하겠다"면서 구체적인 방향으로는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 강력한 국방정책, 반체제 집단을 제압하는 사회질서 확립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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