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전 전경련 사회공헌본부장(상무)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의 요청에 따라 ‘좋은 교과서 만들기 시민연대’ 등 4개 단체에 4억6500만원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이중 좋은 교과서 시민연대는 2015년 10월 설립돼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한국사 국정교과서 도입 추진을 적극 찬성한 단체다.
이 전 상무는 삼성 측에서 좋은 교과서 시민연대 지원을 요청한 인물로 김완표 전 미래전략실 기획팀 전무를 지목했다. 그는 “삼성으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고 교과서 시민연대 측이 지정한 ‘사회공헌네트워크’에 5500만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지원을 받는 교과서 시민연대 측이 전경련을 몰아붙인 정황도 공개됐다. 교과서 시민연대 사무총장인 최모씨가 출범 당시부터 지난해 2월까지의 활동 비용 2억8500만원을 지원 요청했다. 이에 전경련 실무진은 “전경련과 무관하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모르는데 그 금액을 지원하는 건 전경련 입장에선 부담”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 전 상무는 “최씨는 마치 맡겨놓은 돈을 달라고 하는 것처럼 ‘삼성에서 지원해주라고 했는데 왜 못 해주는 것이냐’며 막무가내로 굴었다”며 “결국 최씨가 지정하는 사회공헌네트워크에 광고비 명목으로 5500만원을 지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삼성 요청에 따라 지원한 것이었다. 실제 전경련에 대한 광고는 없었다”며 “(지원했던) 단체의 목적과 활동내역을 면밀히 파악해 지원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상무는 “삼성이 회비를 가장 많이 내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전경련 입장에선 삼성 요구를 대체적으로 수용해주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삼성의 극우단체 지원 경위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검은 “청와대와 삼성이 유기적으로 연결됐단 걸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 변호인단은 “삼성이 요청하긴 했지만 4개 단체 지원 과정에 전경련이 자체 의사결정을 거쳤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