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TV조선 기자 80명이 전원책 앵커에 반기를 들다

심의 허준 작성일 17.07.16 08: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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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 80명이 공동으로 전원책 앵커에게 반기를 들고 나섰다.


'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들이 TV조선에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15일 공개 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글은 전원책 앵커의 오프닝.클로징 멘트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글에서 TV조선 기자들은 "결론을 내려놓은 취재를 지시받고, 이름을 걸고 부끄러운 기사를 써야 하고, 오프닝멘트에서 거론되는 모욕을 왜 감수해야 하는지 묻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우리는 지난해 어렵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개편을 하면서 달라지리라 희망했다"라며 "하지만 오히려 편향된 뉴스 분량이 많아졌다는 게 구성원 대다수 의견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편향되며 공정하지 않은 이 정체성을 지키고자, 언론인으로서 지켜야할 자존감은 물론 재승인 탈락이라는 '생존권'까지 위협받아야 하는지 답해달라"며 "사실에 근거한 해명과 기자들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책을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다음은 해당 글 전문이다.

 

 

다음은 해당 글 전문이다.


1)
----전원책---------------------------
요즘 뉴스 중에 제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어제 정유라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꿔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출석했느냐는 겁니다.
특검은 본인 뜻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새벽 5시에 비밀작전하듯 승합차에 태워 데려온 것부터
석연치 않은 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사회부 기자들에게 검찰과 정씨간에 뭔가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
취재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특검이 지금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가 무죄가 되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도 무죄가 됩니다.
그래선지 박영수 특검이 직접 재판정에 나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변호인은 물론 부친인 정윤회씨까지 말렸는데도
정유라씨가 증인으로 나선 속사정은 무엇인지 잠시 뒤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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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TV조선 메인뉴스 오프닝 멘트입니다. 

'새벽 5시 출발, 특검의 긴장,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무죄 가능성'까지 팩트 없이 일방의 주장을 담은 내용입니다. TV조선 취재기자는 위와 같은 내용을 보고한 바 없습니다.

보고 한 바 없으니, 이런 앵커멘트가 나왔습니다.
"사회부 기자들에게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변호사는 "정유라씨가 변호인 상의 없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에 출석한 것은 '불법'이다. 뉴스에서 다루고 싶다"고 한 것으로 전해들었습니다.
결론을 내려놓은 취재 지시가 왔습니다. 팩트가 아니기 때문에 진실을 밝혀낼 수 없었습니다.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진실을 전하겠다는 의지를 말한 것인데 기자들이 오해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 의지였다면 '팩트'부터 전달하면서 말해야 합니다.
또한 저희는 이 멘트를 기자에 대한 공개질책으로 이해해 문제삼는 것이 아닙니다. 

결론을 내려놓은 취재를 지시받고,
이름을 걸고 부끄러운 기사를 써야 하고,
오프닝멘트에서 거론되는 모욕을 왜 감수해야 하는지 묻고 싶은 것입니다.
앞으로 전원책 변호사의 개인적인 의혹 제기나 사적인 의견을
TV조선 기자들이 취재해야 하는 지도 궁금합니다. 

2)
다음은 같은 날 메인뉴스 클로징 멘트입니다.

--전원책------------------------------------------------------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의 우표 발행을 취소하는 것은 너무 옹졸한 처사입니다. 저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립니다."

이에 대해 주 본부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과가 있고, 이 때문에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다양한 시각'이, 우리 TV조선에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TV조선 메인뉴스를 개편하면서 회사는 기자들에게 '건전보수' 아이템을 요구했습니다.
위 문장이 건전한 앵커멘트인지 다시 한 번 묻고자 합니다. 

3) 
위 사안에 대해 어젯밤 TV조선 기자협회 단체방에서 문제 제기가 됐습니다.
이에 오늘 회의에서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오프닝과 클로징 모두 전원책 변호사가 아닌, 내가 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더 큰 충격입니다.
기자인 보도본부장이 팩트가 아닌 멘트를 직접 쓰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송구하다'고 한 것입니다.
TV조선 기자는 개인의 메시지를 담은 메인뉴스를 제작하고
특정 세력을 위한 취재를 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이 문제를 제기한 보도본부 야근보고가, 본부장 지시로 지워졌습니다.
'외부 사람'이 볼 지도 모른다는 이유였습니다. 
자사 뉴스를 비판하고 또한 독려해서 좋은 뉴스를 만들자고 시작한 것이 야근보고입니다. TV조선 기자 간에 가감 없는 비판을 주고받는 유일한 창구입니다. 
취재정보 시스템에 올리기 때문에, 외부인이 볼 수도 없습니다. 
지워진 보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야근보고-------------------------------------------------------
0714 종합뉴스9 오프닝멘트
"사회부 기자들에게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제대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전체를 비하하고 모욕하는 발언으로 판단됨.
-"박정희한테 송구스럽다"는 클로징 멘트 역시 편향적인 사견으로 보여짐.
-'종합뉴스9'은 보도본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시간임을 명심하고, 앵커멘트 작성 시 무거운 책임감과 소속감을 갖길 바람.
-또한 최소한의 객관성과 공정성, 중립성을 지켜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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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는 지난해 어렵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개편을 하면서 달라지리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편향된 뉴스 분량이 많아졌다는 게 구성원 대다수 의견입니다. 
지난해 7월부터 '박근혜 국정농단'을 최초 보도하고
모든 기자들이 똘똘 뭉쳐 의미 깊은 많은 특종을 하고도,
이제는 '우리가 보도했다'는 언급조차 통제당하고 있습니다.

'건전보수 시청자'가 떠나간다는 이유입니다.
회사는 이를 'TV조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편향되며 공정하지 않은 이 정체성을 지키고자, 언론인으로서 지켜야할 자존감은 물론
재승인 탈락이라는 '생존권'까지 위협받아야 하는지 답해주십시오. 

그리고 사실에 근거한 해명과
기자들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책을 듣고 싶습니다.

언론사의 정체성은 진실을 보도하는 일입니다. TV조선은 언론사입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청자를 위한, 부디 부끄럽지 않은 뉴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 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 8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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