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취임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연일 광폭 행보를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어제(28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프랜차이즈협회) 임원들을 만나 업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날 오전엔 바른정당 김상욱 의원이 주최한 ‘가맹점 갑질 근절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가맹점주협의회 소속 점주들을 만났고, 이날 오후 가맹분야 공정거래 옴부즈맨 1기 출범식에 참석했습니다.
13명의 옴부즈맨은 전·현직 가맹점주와 공정거래조정원 직원으로 구성했습니다.
하루 시차를 두고 프랜차이즈협회·가맹점주 대표자를 번갈아 만났습니다.
6대 과제 23개 세부과제를 발표하며 프랜차이즈 개혁에 본격적으로 칼을 뽑아 든 날입니다.
김상조 위원장의 말말말
열흘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쏟아낸 김 위원장 발언을 살펴볼까요.
28일 간담회는 프랜차이즈협회가 지난 19일 김 위원장에게 “가맹본부 차원에서 자정 노력을 하겠으니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후 마련된 자리입니다.
김 위원장은 “10월까지 방안을 달라”고 했습니다. 프랜차이즈협회의 요구에 화답한 모양새입니다.
다만, 지난 21일 이후 공정위가 50개 프랜차이즈에 벌이고 있는 유통 마진(필수·권장품목 원가와 가맹점 공급가) 조사 등 실태조사는 애초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유통 마진 공개 범위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까지”라고 말했습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임영태 사무총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충분한 시간”이라고 자평하며, 필수·권장품목의 마진 공개에 대해서도 “공표 전에 반드시 협회와 먼저 상의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프랜차이즈협회 측 얘기만 들으면 김상조 위원장이 양보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27일 가맹점주 측과 나눈 얘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된 옴부즈맨 자리에 참석한 한 전직 가맹점주는 “김 위원장이 여러 차례 ‘(불공정 행위 신고 등에 대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오전 가맹점주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공정위가 그간 일을 제대로 못해 고통을 안겨준 것은 아닌 지 깊이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이며 “필수물품·통행세·리베이트 등 가맹점주들의 비용 부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루 시차를 두고 한 말이 상충됩니다. 하지만 지난 6월 14일 취임식에서 했던 발언을 살펴보면 이해가 되기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공정위의 시대적 책무로 일자리 창출를 꼽은 데 이어 현실적 제약을 언급하며 공정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쟁법의 목적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선 안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바는 상당히 다르다. 법제도적 기반 (경쟁 보호→소비자 후생 증진)과 공정위에 대한 사회적 요구(경쟁자 보호→경제사회적 약자 권익 증진)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너무 거칠다’와 ‘너무 약하다’를 고려해 최적의 지점을 찾겠다.”
사회적 책무와 현실적 요구 사이의 괴리를 프랜차이즈에 적용하면 사회적 약자인 가맹점주 즉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은 당연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경쟁 보호의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김 위원장의 상충하는 듯 보이는 행보는 이런 딜레마가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는 지난 21일 50개 프랜차이즈를 불러 유통마진은 물론 하도급업체로부터 받는 페이백(거래 후 되돌려 받는 돈)에 대해서도 ‘낱낱이 적어 내라’고 지시했지만, 조사 후 어디까지 공개할 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유통 마진 공개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프랜차이즈협회를 비롯한 업계는 모든 물품의 유통 마진을 소비자에 공개하면 가맹본부는 물론 가맹점주도 영업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식자재는 생물이라 납품원가(가공업체→가맹본부)와 공급가(가맹본부→가맹점주)는 늘 변하기 마련”이라고 마진 공개의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업종별 필수물품에 대한 마진 정도가 공개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습니다.
외식 업종 중 피자의 경우 모짜렐라치즈·도우, 치킨의 경우 생닭·식용유 등이 필수품목에 해당합니다.
프랜차이즈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발언 중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로열티 제도’입니다.
김상조 위원장은 28일 간담회에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수익 구조에 대해 “로열티에 기반한 비즈니스모델”을 언급했습니다. 지난 18일에 이어 재차 나온 발언입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앞서 제너시스 BBQ 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 마진을 공개하고 로열티 제도가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의중을 ‘받들어 모시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하나 이 또한 첩첩산중입니다. 로열티 기반 프랜차이즈 수익구조는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프랜차이즈는 미국 모델을 모토로 삼았지만, 수익구조는 유통·물류비 마진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A씨는 “수십년 동안 해온 기업의 수익 구조를 한 순간에 바꾸기는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혹자는 BBQ 가 밝힌 ‘유통 마진 공개, 로열티 제도 전환’가 꼼수라고 지적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B씨는 “로열티 제도로 간다면 유통 마진을 아예 없애 제로가 가겠다고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BBQ 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마진도 어느 정도 붙이고 로열티도 받겠다는 뜻”이라며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말 많은 로열티 제도, 안착할 수 있을까
국내 프랜차이즈 중에서 로열티 제도를 시행하는 곳은 피자헛 등 외국계가 대부분입니다.
공교롭게도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로열티제도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피자헛가맹점주협의회 문상철 부회장은 “로열티를 시작으로 가맹본부에서 걷어가는 게 너무 많다”고 주장합니다.
공정거래조정원에 등록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피자헛 가맹본부는 340겨 개 가맹점주로부터 매월 매출의 6%를 로열티로 받아갑니다.
또 광고·판촉비로 매출의 5%를 의무적으로 걷어갑니다. 이와 별도로 마케팅비용 등을 ‘어드민피’라는 명목으로 0.8%를 받습니다.
이 외에도 각종 영업운영비가 포함돼 있습니다. 매출의 약 12%를 가맹점주들로부터 걷어가는 셈입니다.
2015년 기준 매장 평균 매출 4억8000만을 기준으로 매달 600만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피자헛은 프랜차이즈 중 매출이 매우 높은 편이 속합니다.
최근 발표한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연 매출액은 1억7173만원입니다.
로열티를 6%로 산정하면 연 1000만원이 넘습니다.
또 피자헛처럼 로열티 외에 각종 운영비를 따로 챙긴다면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금액은 훨씬 늘어납니다.
가맹점주를 대표하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측은 장기적으로 로열티 구조로 가는 것은 맞지만, 그 전에 정리하고 넘어갈 것들이 많다는 주장입니다.
‘털고 가야 할 것 많다’
프랜차이즈 상표권의 오너 일가 소유와 이에 따른 로열티 지급도 논란 중 하나입니다.
프랜차이즈는 설립 당시 개인사업자인 경우가 많아 상표권을 등록할 때 개인(오너 또는 오너 일가) 명의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란은 법인 등록 이후에도 상표권을 법인으로 이전하지 않고 그대로 둠으로써 법인이 개인(오너)에게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데서 기인합니다. 우회적으로 ‘오너 일가 사익 추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2015년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를 공론화했으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이 고발 건은 현재 검찰 ‘수사 중’에 있습니다.
프랜차이즈협회가 자정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3개월, 즉 10월까지는 다방면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봇물 터진 ‘을의 폭로’ 또한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는 7~8월 실태조사에 끝나마자 서울시·경기도와 손잡고 외식업 프랜차이즈 30개 가맹본부와 2000개 가맹점에 대한 일제점검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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