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YTN 에서 해직된 현덕수, 조승호, 노종면 기자(왼쪽부터)가 ‘해직 3000일’을 앞둔 지난해 12월 서울 상암동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 @ kyunghyang . com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 YTN 에서 해직된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가 복직한다. 해직 9년 만의 일이다.
YTN 노사는 세 기자의 복직 협상이 타결됐다고 4일 밝혔다. 언론노조 YTN 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공정방송이라는 가치 실현을 위해 선봉에서 투쟁하다 부당한 해고를 당하고도 의연하게 긴 세월을 버텨준 세 사람에게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사회 의결 등 일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세 기자는 이달 안에 YTN 에 다시 출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고 전 원래 소속부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사가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촛불 명령에 따른 복직...시민들께 감사”
세 기자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YTN 해직자들을 성원해준 시민들 덕분에 복직할 수 있게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노종면 기자는 “촛불의 명령에 따라 복직을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해 주신 시민들께 고맙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호 기자는 “ YTN 동료들뿐 아니라 긴 시간 동안 뜻을 같이해 주신 동료 언론인들, 촛불시민들께 고마운 마음뿐이다”라며 “지난 9년은 버티는 것이 큰 일이었는데, 이제는 들어가서 정말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현덕수 기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소식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었다”며 “본인의 일처럼 같이 싸워준 회사 동료 선후배들과 YTN 사태를 언론개혁의 문제로 인식하고 지금까지 연대해주신 시민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 기자는 “이번 성과가 MBC 와 KBS 등으로 이어지는 방송개혁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고에서 복직까지, ‘ MB 낙하산’에 맞선 YTN 기자들의 싸움
세 기자의 힘겨운 싸움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특보 출신인 구본홍 YTN 사장 임명 반대 투쟁을 하던 2008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노조는 ‘낙하산 사장 저지투쟁’에 나섰다. 석달 뒤인 10월 6일, 사측은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와 이번에 복직된 세 기자 등 6명을 해고하고 노조원들을 대규모로 징계했다.
이듬해인 2009년 8월 구 사장은 돌연 사퇴했고, 배석규 사장이 취임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그 해 11월 해직자 6명 전원에 대해 해고 무효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사측은 법원의 결정을 따르기로 한 노사 합의를 무시하고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법원의 판결은 엇갈렸다. 2011년 4월 서울고등법원은 쫓겨난 기자 6명 중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세 사람을 빼고 나머지 3명만 부당해고였다고 판결했다. 세 기자의 싸움은 계속됐고, 2012년 3월 노조는 해고자 복직과 공정방송 사수 등을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 무렵 KBS 의 새노조가 이명박 정부의 YTN 등 언론사 사찰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2013년 6월 YTN 해직기자들은 공정방송을 위한 국토순례에 나섰고 19일 동안 약 420 km 를 행진했다. 그러나 투쟁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노종면 기자 등 노조원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불법사찰 손해배상소송을 냈으나 2014년 9월 패소했다. 해직 사태는 2000일을 훌쩍 넘겼다. 2014년 11월 대법원은 고법 판결대로 권석재 기자 등 3명을 복직시키라면서 ▶ 노 기자 등 나머지 3명의 해고는 정당했다고 판결 했다. 권 기자 등은 대법원 판결로 이미 복직한 상태다. 이번에 노사 잠정합의가 이뤄지면서 남아 있던 3명도 마침내 회사로 돌아가게 됐다.
노 기자는 최근 YTN 사장 공모에 도전했으나 지난달 ▶ 서류심사에서 탈락해 공정성 논란 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장추천위원회는 이어 서류 심사를 통과한 후보 4명에도 모두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재공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권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돼 낙하산 인사라는 평가를 받아온 ▶ 조준희 사장은 지난 5월 전격 사퇴 했다.
■이제는 MBC …이용마 기자 찾아간 이효성 방통위원장
YTN 해직기자들이 모두 일터로 돌아가게 되면서, MBC 해직언론인들의 복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2년 파업 이후 MBC 에서 해고된 이용마 기자와 최승호 PD 등 6명은 여전히 복직되지 않았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4일 복막암 투병 중인 이 기자의 경기도 성남 자택을 찾아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 정상화는 중대한 문제”라며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고, 이 기자는 “법과 제도에 따라 이뤄져야겠지만, 너무 늦지 않게 정상화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기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 MBC 해직 언론인들은 대법원 판결을 받아 복직할 것”이라며 “ MBC 정상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과거 언론장악에 협조했던 경영진들에 대한 청산이고 이 위원장과도 이 문제에 대해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방송 제작중단에 나선 제작진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MBC 는 이날 제작중단에 돌입한 <시사매거진 2580> 기자 4명과 PD 1명을 2개월 대기발령 조치했다. <생방송 오늘아침>과 <생방송 오늘저녁>을 담당하는 김형윤 시사제작4부장은 “동료 선후배 PD 들의 뜻에 공감하며 보직자로서 제작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대로 노력하지 못했다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며 보직사퇴를 선언했다. 앞서 담당 장형원 시사제작3부장도 “이제부터 양심을 지키고 싶다”며 보직을 내려놔 MBC 간부급들 사이에서까지 균열이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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