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청와대, '다스' 투자금 회수 개입..봉인 풀린 'BBK'

심의 허준 작성일 17.10.18 00: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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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청와대를 동원해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관련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비비케이 사건이 재조명받고 있다. 비비케이 주가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이 이 전 대통령의 개입 증거로 지목하는 ‘청와대 문건’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이 전 대통령의 직접 연관성이 드러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주가조작 피해자인 장용훈 옵셔널캐피탈(옵셔널벤처스 후신) 대표이사가 검찰에 낸 고발장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은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와 함께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됐다. 장 대표는 고발장에서 “지난 2011년 당시 청와대 인사가 김경준 전 비비케이투자자문 대표에게 다스가 투자한 돈을 되돌려주라고 압박했고, 결국 옵셔널캐피탈이 받아야 할 손해배상금을 다스가 가로채 갔다. 이 과정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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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다스 실소유’ 의혹, 어떤 내용이길래

김경준씨는 2001년 비비케이의 자회사로 옵셔널벤처스를 인수해 역외펀드 등을 동원해 주가조작에 나섰다가,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회삿돈 384억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달아났다. 이후 옵셔널벤처스를 비롯해 비비케이에 190억원을 투자했던 다스 등이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고발장을 낸 옵셔널캐피탈의 장 대표는 수년간 미국에서의 소송 끝에 2011년 승소해 돈을 돌려받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청와대의 압력으로 김경준씨가 스위스 비밀계좌에 있던 돈 140억원을 다스로 은밀히 보내는 바람에 돈을 받지 못했다는 게 장 대표의 주장이다. 현대자동차의 부품업체인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은씨가 대주주이자 회장으로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회사다.

장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 재임 시절 김재수 전 엘에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 등을 통해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 공무원들을 통해 다스 관련 사항을 보고받은 뒤 ‘자금 회수’에 필요한 지시를 했고, 김경준씨와 ‘뒷거래’를 통해 스위스 비밀계좌 압류를 해제한 뒤 다스 투자금을 회수했다는 것이다.

김재수 전 엘에이 총영사는 이 과정에서 ‘행동대장’ 구실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영사가 미국 현지로 다스 관계자들을 불러 수차례 투자금 회수 대책회의를 하고, 김경준씨의 스위스 비밀계좌 동결 문제 등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검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김 전 영사는 김경준씨를 압박해 스위스 계좌의 돈 가운데 140억원을 옵셔널캐피탈 대신 다스로 보내도록 합의를 종용하는 준비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 대표는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김경준 관련 LA 총영사의 검토 요청 사안’이란 제목의 공문서를 검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 문서에는 김경준씨를 상대로 범죄수익규제법이나 부패재산몰수·회복특례법, 형사사법공조 조약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 아내인 이보라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등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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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고발사건 신속 배당, 수사 지휘부 면면 주목

검찰은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에 사건을 배당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수사를 이끌고 있는 한동훈 3차장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과거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바 있어 현대차 부품회사인 다스의 속사정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수사를 맡은 신봉수 첨수1부장은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비비케이 주가조작과 다스 차명 보유’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꾸려진 정호영 특검팀에 파견돼 다스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다. 당시 특검은 별 성과 없이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2003~2008년 5년에 걸친 다스의 광범위한 자금흐름을 쫓다 130억~150억원 규모의 비자금이 만들어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호영 특검은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덮었고, 이런 내용이 담긴 특검의 수사기록은 당시 파견검사들과 함께 검찰로 넘어와 문서 창고에 보관돼 있다.

100억원대 다스의 비자금 존재는 4년 뒤인 2012년 <한겨레>가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아버지 퇴임 뒤 머물 사저 터를 사들이면서 쓴 현금 6억원의 출처 의혹을 제기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당시 ‘사저 특검’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그 6억원에서 딱 한 칸만 더 따라가면 원래 그 돈이 나온 ‘저수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거기까지는 못 갔다”고 전했다. 당시 사저 특검은 시간이 별로 없었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검토만 하다 결국은 영장 청구조차 하지 못했다. 검찰로서는 이번에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차명 보유 의혹’에 대해 사실상 재수사에 나선 셈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직권남용뿐 아니라 이미 사실로 확인된 ‘100억원대 비자금’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도 아직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는 대신, 임기 5년간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된다. 다스에서 2003~2005년 사이 100억원대 비자금이 조성됐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위반 행위(횡령·배임과 탈세)가 이뤄졌다는 뜻이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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