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 심리로 31일 열린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특검팀과 피고인 측은 최근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 발견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자료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조 전 장관 측 김상준 변호사는 "최근 추가 증거로 제출된 청와대 캐비닛 문건은 특검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선별한 증거만 제출했다"며 "그마저도 상당 부분 가려진 상태로 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일방이 선별한 증거를 법원 증거로 쓴다는 건 이례적이기에 특검이 확보한 청와대 캐비닛 문건 전체가 제출돼야 한다"며 "해당 증거가 대통령 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해 수집된 증거가 아닌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엽 변호사도 "(조 전 장관이 재직하던 당시) 정무수석실이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다는 게 이 사건의 프레임"이라며 "다 삭제하고 문제로 보이는 증거만 현출하면 그날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그(블랙리스트) 논의만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 측도 "해당 증거가 청와대 캐비닛에서 나왔다면 원본 자체가 발견된 것인지 아니면 사본인지, 사본이라면 그 원본이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것인지 등을 정확히 해명해야 한다"며 증거 능력을 문제삼았다.
특검 측은 "해당 문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증거로 신청된 문건"이라며 "박 전 대통령 측이 국가안보 문제를 주장하며 '열람을 하게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 이를 존중해 (일부를 가리고) 등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부분이 이번 사건에서 필요하다고 소명하고 등사 신청을 하면 기꺼이 응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특검사무실에) 와서 복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청와대 캐비닛 문건의 채택 여부를 나중에 결정하기로 했다. 특검 측에 대해선 "원본이 무엇이고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한 게 무엇인지 상세히 파악해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피고인 측에 대해서도 "이 문서가 조작된 것인지는 청와대에서 담당 업무를 한 피고인들이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특검의 소명이 충분하고 납득할 수 있다면 그 형식을 가지고 지나치게 시간을 소모하는 건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특검 측은 김상률·송광용·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과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준우 전 정무수석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11월7일 오전 10시 김 전 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이날 재판 말미에 자신을 문체부 직원이라고 밝힌 김모씨가 법정에서 재판 내용을 녹음하다 제지되는 일도 있었다. 재판부는 감치재판을 열고 "이날은 처벌하지 않겠지만 앞으로 다시 녹음을 한다면 영구 퇴정을 명하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