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 관련 긴급체포된 이재만(왼쪽) 전 청와대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모두 청와대 재직 시절인 2015년 강남권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비서관은 2013∼2014년 매달 5000만원, 안 전 비서관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월 1억원씩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에게 건네진 특수활동비의 용처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일 사정당국과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 정 전 비서관은 2015년 나란히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 전 비서관은 4억2000만원 상당의 서초구 잠원동 한신아파트, 안 전 비서관은 7억7300만원짜리 강남구 삼성동 중앙하이츠빌리지 아파트, 정 전 비서관은 4억6500만원 상당의 삼성동 금호어울림아파트를 각각 사들였다.
당시 이 전 비서관은 부부 공동명의의 한신아파트를 새로 매입한 뒤 기존 아파트는 처분했다. 박근혜정부 2년차인 2014년 8억6600만원이었던 이 전 비서관의 재산은 정권 말기인 지난해 13억1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안 전 비서관은 기존 삼성동 중앙하이츠빌리지 아파트를 전세 놓고 같은 단지 아파트 1채를 더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전 비서관은 전세로 거주하다 새로 아파트를 장만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 검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이·안·정 전 비서관 3명을 소환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경위와 용처를 캐물었다.
이·안 전 비서관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중순까지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5000만원∼1억원의 특수활동비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둘은 특가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전날 체포됐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했다는 혐의는 시인했다. 안 전 비서관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7월 국정원에 연락해 '상납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전 비서관의 경우 정기적인 상납 외에도 국정원에서 추가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의 경우 돈을 받았다는 진술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청와대에 상납된 특수활동비의 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공무원이 직무상 금품을 수수한 경우 용처와 상관없이 뇌물죄가 성립된다. 다만 용처가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순 있다. 한 전관 출신 변호사는 "단순뇌물죄의 경우 공무원이 직무상 금품을 수수, 약속, 요구하는 것만으로 성립한다"면서 "다만 이후의 피해회복이나 수뢰의 목적, 금원의 사용 용도가 공적이었던 경우 재판 과정에서 양형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청와대가 20대 총선 관련 비공개 여론조사 비용을 국정원에 떠넘긴 사건도 수사 중이다. 검찰 조사 결과, 청와대는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해 경선 등과 관련한 비공개 여론조사를 다수 실시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5억원 상당의 비용을 업체에 지급하지 않다가 국정원에 현금을 요구해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 전 비서관이 이끈) 청와대 제2부속실이 최순실 뒷바라지를 했다"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전날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옷값, 성형 시술비 등을 누가 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청와대에 상납된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용처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