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딸 정유라씨(21) 자택에 침입한 괴한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6일 오후 전날 강남구 정씨의 자택에 침입해 흉기를 휘두른 40대 남성 이모씨(4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5일 오후 3시 5분쯤 택배기사로 위장해 정씨의 자택에 침입하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강도상해)다. 이씨는 해당 건물의 경비원을 위협해 벨을 누르게 시켜 현관문을 열었다.
정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오후 3시 18분쯤 이씨를 삼단봉 등으로 제압해 붙잡았다. 정씨의 자택은 복층 구조로 이씨가 침입했을 당시 정씨는 남성 A씨(27)와 복층 구조의 위층에 머물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현관문을 열고 나온 보모를 흉기로 위협하며 정씨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집안에 있던 A씨가 이씨를 제지하려 덮쳤으나 A씨는 이씨가 가지고 있던 흉기에 옆구리를 찔렸다.
A씨는 한양대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고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는 정씨의 말을 관리하던 마필 관리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도 사건 직후 A씨의 수술 현장을 찾았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긴 패딩을 입은 정씨는 응급실 앞을 서성이며 수술 결과를 기다렸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초기 경찰 조사과정에서 누군가 정씨와 금전 관계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카드빚 2400만원 때문에 강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또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씨가 돈이 많을 것 같아 범행 대상으로 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의 자택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일주일 전부터 수차례 사전 답사도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씨의 강도 행각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전과가 없으며 정치적인 목적이나 청부 범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날 밤새 이뤄진 정씨 자택 경비원과 보모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서도 이씨는 정씨와 서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청부 범행을 저질렀는지 특정 단체에 소속된 사람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정씨 자택 주변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씨가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주민도 많았다.
인근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 점원은 "1년 넘게 근무 중인데 정유라씨가 사는 줄은 알지도 못했다"며 "그 사람이 우리가 보도록 낮에 돌아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