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직원 500명이 국민 몰래 탄저균 예방 주사를 맞았다…일부 매체가 만들어낸 가짜뉴스로 온종일 시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저희 팩트체크팀이 미국 FDA, 미국 질병관리본부, 그리고 제약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이 백신은 일반인의 예방 접종을 위한 약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와 함께 왜 이 백신을 청와대용으로 소량만 들여왔는지 그 과정도 살펴봤습니다.
오대영 기자, 이건 미국에서 생산된 약이죠?
[기자]
네. EBSI라는 제약회사가 만들고 있습니다. 1970년부터 미국 FDA에서 승인을 받았습니다.
용도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사전 예방, 둘째는 사후 치료입니다.
가짜뉴스에서는 청와대 직원들이 예방용으로 맞았을 거라는 추정 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약의 예방접종 대상은 군인과 실험실 종사자 등입니다. 탄저균 노출 가능성이 큰 사람으로 국한돼 있습니다.
제조사와 미국 질병관리본부 모두 '일반적 예방접종'은 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청와대 직원들이 예방 접종을 했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앵커]
자주 맞을수록 오히려 감염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노출이 많은 사람들 외에는 안 된다는 게 그쪽 얘기인가 보죠?
[기자]
맞습니다. 여기에 더해 '투약 횟수'도 잘 봐야 합니다. 가짜뉴스에서 말하는 건 500명의 청와대 직원이 이미 맞았을 거라는 추정입니다. 하지만 약의 특성을 모르는 얘기입니다.
미국 FDA는 만약 '사전 예방용'으로 효과가 있으려면 최초 투약 후 2주 뒤, 4주 뒤, 6개월 뒤, 1년 뒤, 그 이후 매년, 반복적으로 접종하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습니까? 그렇게 많이 접종을 해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습니다.) 결론이 그렇다면 청와대에서 탄저균 예방접종을 했다는 식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이 정도로 정리가 될 거 같은데, 청와대는 이걸 '사후 치료용'으로 들여왔다고 설명하고 있죠?
[기자]
그 말은 맞습니다. FDA를 통해 확인한 결과 탄저균에 노출되면 그 직후와 2주 뒤, 4주 뒤에 항생제와 함께 투약해야 합니다. 한 사람이 3번을 맞아야 한다는 거죠.
청와대는 110명 분량의 백신을 올해 들여왔다고 말하는데, 그 총량이 350도스입니다.
110명에게 3번 쓸 수 있는 양이 맞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백신은 지금 어디에 보관되어 있습니까?
[기자]
국군 모 병원에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습니다.
또 이와는 별개로 국민 치료용으로 일부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1000명 분량을 현재 보관 중이라고 합니다.
[앵커]
결국 이 가짜뉴스가 논란이 된 이유는 전국민이 아니라 극소수만 쓸 수 있는 양이기 때문인데, 충분한 양을 들여올 수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기자]
우선 예산의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이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올해 7월 6일, 대통령 경호실이 식약처에 보낸 공문입니다.
"예산 범위 내 구매 요청"이라고 적혀 있고 "탄저테러시 VIP 및 근무자 치료용"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올해 예산 범위는 2016년에 결정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백신이 이번 말고, 과거에도 수입이 된 적이 있습니까? [기자]
최근 5년간 수입된 실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탄저균 치료약은 정부가 20년 전부터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7년 질병관리본부가 연구를 시작했고, 이후 국내 제약사가 참여해 2019년 개발이 끝날 예정입니다.
[앵커]
꽤 오래 걸리는 거네요?
[기자]
네, 올해에는 조건부 임상시험 단계에 있습니다.
성능이 개량된 국산 백신이 전면적으로 보급되기 전, 일부 수량을 청와대가 우선적으로 수입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