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사의를 표명한 이진숙 대전MBC 사장 (사진=MBC 제공)MBC 홍보국장, 대변인, 기획홍보본부장 등을 맡으며 '김재철 체제의 입'으로 불렸던 이진숙 대전MBC 사장이 해임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MBC지부에 따르면 이진숙 사장은 8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표는 9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MBC지부 이한신 지부장은 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주 금요일(12일)에 주총(주주총회)을 열 계획이었다. 소주주들을 설득해 그들도 모두 동의한 상황"이라며 "(이 사장은) 자진사퇴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더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해 퇴직금이라도 챙겨야겠다는 판단 아래 그만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MBC는 72일 파업을 접고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업무에 복귀했지만, 대전MBC는 파업 시작보다 앞선 지난해 5월부터 이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 왔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아래 보도·편성·영상·사업 등 전 부문에서 제작(업무) 중단과 천막 농성을 벌이다, 지난달 26일부터 뉴스(단축된 버전)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날 대전MBC '뉴스데스크'에는 "반성하고 거듭나겠다"는 내용의 리포트가 나갔다.
이 지부장은 "현재 보도, 편성 등 각 부문에서 자율적으로 (업무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주총을 열게 되면 지역MBC 16개사 중 10개 정도는 사장이 공석이 된다. 대전MBC의 경우 1월 말까지는 차기 사장이 선임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은 비대위 체제로 해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장 선임이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사장만큼은 서울에서 내려오는 낙하산이 아니라 공정방송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철학을 갖고 지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7년 MBC에 입사한 이 사장은 문화과학부, 국제부, 사회부 기자, 보도제작국 2580부 차장, 국제부장 등을 거쳐 김재철 전 사장 당시인 2010년부터 홍보 업무를 맡았다. 안광한 전 사장 시절인 2014년 본사 보도본부장을 1년간 맡다 2015년 3월 대전MBC 사장에 임명됐다.
지난달 26일 대전MBC 뉴스데스크 보도지난 2015년 3월 취임한 이진숙 사장은 2017년 1월 17일 이라크 장관 인터뷰, 2016년 3월 3일 이집트 대통령 인터뷰 등 지역방송 정체성과 무관한 중동 관련 소식을 중점적으로 보도하거나, 노조 간부 징계 등 내부를 파국으로 몰아간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들어 왔다.대전MBC지부는 8일 성명을 내어 "봄 땡볕에서 시작해 1월 한파까지 250일을 공정방송 쟁취 신념 하나로 견디고 버텨낸 땀과 눈물이 이끌어낸 결과"라고 밝혔다.
대전MBC지부는 '이진숙 체제 3년'을 "국민의 재산인 전파는 버젓이 중동 뉴스를 내보낼 정도로 사유화됐고, 지역 곳곳의 다양한 여론에 민감했던 제작 자율성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남은 이들은 냉소 속에 바짝 엎드렸고, 희망이 사라진 조직을 떠나는 이를 잡을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연인 이진숙은 대전MBC의 명예를, MBC의 명예를, 언론인의 명예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말고, 국민에게 백배 천배 사죄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으라"며 "새롭게 출발하는 대전MBC는 지역 시청자의 소리를 경청하고 응답하겠다"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같은 날 논평을 내어 "만시지탄"이라고 평했다. 이어, "김재철의 입으로 통했던 이진숙은 지난 7년 서울과 지역 MBC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공영방송 파괴와 MBC의 몰락을 주도했다"며 MB 정부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 3단계에 나타난 'MBC 민영화'를 추진했다는 점을 들었다.
MBC본부는 "아직 MBC를 떠나지 않은 지역사와 관계사 사장, 서울의 무보직 이사들도 속히 거취를 결정하기 바란다"며 "모든 MBC 구성원과 노동조합은 정권의 방송장악에 부역한 적폐 인사들을 일소하고, MBC 파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는 9일 성명을 내어 "대전MBC 정상화를 바랐던 구성원들의 투쟁으로 만든 성과다. 지역 사회의 성과이기도 하다. 이진숙 사장 퇴출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대전운동본부는 차기 사장에 대해 "대전MBC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회복할 적임자가 되어야 한다. 낙하산 사장이 아닌 지역방송으로서 대전MBC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세우고 지역 사회와 소통할 인물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제작, 편성 자율성 보장을 지켜 낼 소신과 철학을 지녀야 한다"면서 "지역MBC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던 최승호 사장의 약속 이행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대전MBC 뉴스데스크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