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산지역 민심 살펴보니
"安 통합과정 너무 거칠어" 냉담한 반응8일 부산 동래시장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 송 모씨(60)에게 ‘바른미래당’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금 안철수·유승민빼고 누가 있느냐. 지금 머리만 있고 꼬리는 없는 형국”이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너무 급하게 통합했다. 이탈자가 너무 많았다”며 “양 당이 선거연대나 협치를 먼저 하며 보조를 먼저 맞췄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통합하기 전에 ‘예열’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쳤어야 했지만 너무 거칠게 통합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얘기다.
◇ 국민·바른 통합두고..“통하는 부분있어”vs “과정은 서툴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진 ‘바른미래당’을 바라보는 부산·경남(PK)지역 민심은 아직 시큰둥했다. 양 극단을 제외한 중도보수층을 껴안겠다는 취지에서 출범했지만 아직 이들의 마음을 담을 그릇이 되기엔 부족해 보였다. 통합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으며 파열음이 부각된 탓도 컸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2월1주차 집계한 여론조사에서 바른미래당의 PK지역 지지율은 6.8%로 전국 평균(10.9%)보다 낮다.
물론 기대감도 있다. 동래 시장에서 선식을 판매하는 60대 상인은 “두 당의 이념이 분명 통하는 부분이 있어보인다”며 “무엇보다 안철수·유승민 모두 유능한 사람들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통합 자체는 너무 급했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특히 통합과정에서 불거진 국민의당 내홍에 눈살을 찌푸린 시민들이 많았다. 동래시장에서 20년 간 철물점을 운영해 온 40대 최 모씨는 “통합과정이 너무 서툴렀다. 특히 안철수가 너무 독단적인 모습을 보였다. ‘잔소리말고 나를 따르라’는 느낌이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선거때가 되면 결국 양 쪽으로 표가 갈라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치지형에서 중도정당에 기꺼이 표를 던질 유권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 “안 뭉치면 文정부 못 막아” 일부 단일화 요구도
반면 보수 유권자들은 단일화 요구가 거셌다. 야권이 지방선거 전에 뭉쳐야 제대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바른미래당도 얼른 한국당과 합당하길 바라는 기류도 감지됐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를 찍었다는 70대 택시기사 양 모씨는 “안 뭉치면 문재인을 못 막는다”며 “이 상태로는 지방선거에 다 진다 아입니꺼”라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 유권자 입장에선 요즘 TV보기가 버겁다”며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평창올림픽에서 너무 대접받는 것 같다”고 최근 정치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 대해선 ‘무난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70%를 웃돌던 지지도가 60% 초반으로 내려앉으며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아직은 나쁘지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같은 시장에서 칠기상을 팔아 온 40대 상인은 “이 정도면 만족한다”며 “정권 초기지 않느냐. 최근 실망스런 일이 있긴 했지만 평가하긴 이르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기저효과가 지속되는 듯 보였다.
한편 같은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바른미래당 창당을 닷새 남겨두고 부산을 찾았다. 안·유 대표는 지역현안을 살피며 신당의 비전을 밝히는 데 집중했다. 특히 부산 지역경제가 침체된 이유가 한국당의 ‘일당독재’탓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부산 민심을 잡기엔 바른미래당의 갈 길이 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