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시아에서
‘관중 야유 충격’ 김보름, 24일 매스스타트 출전 앞둬4년간 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려온 한 선수의 꿈이 위태위태하다. 메달 가능성이 있는 주 종목에 나서기도 전에 너무 큰 상처를 입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21일 팀추월 7-8위 경기 때 관중 반응에 큰 충격을 받았다. 밤새 잠도 못 잤고, 링크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동네 어른들이 달리기를 해도 죽어라고 뛴다. 스포츠의 성격이 그렇다. 올림픽 무대는 더하다. 선수들은 갖고 있는 모든 힘을 다 짜낸다. 동료 노선영도, 박지우도 마찬가지다.
김보름은 지난 19일 팀추월 예선에서 박지우와 먼저 들어왔다. 3초 이상 뒤처진 노선영은 쫓아올 수가 없었다. 함께 가야 이기는 경기에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달린 김보름과 박지우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만약 잘못을 했더라도 질책한 뒤에는 포용하고 끌어안는 게 성숙한 모습이다.
김보름은 20일 훈련 시간에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철기 감독은 상황을 설명한 뒤 “이젠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호소했다. 백 감독 발언의 진위는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다만 김보름과 노선영을 대립적인 관계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다. 김보름의 인터뷰 태도에 감정적으로 분노해 집단적으로 ‘이지메’를 가하는 것은 지나치다.
김보름은 20대 중반의 젊은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딱 1년만 죽자’며 달려왔다. 자랑스러운 대표선수가 안방 관중의 환호와 박수를 받지 못하고 경기를 해야 하는 ‘무서운’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정신과 치료까지 고민해야 한다면 그건 우리의 젊은 청년을 죽이는 일이다.
한 심리학 교수는 “노선영도 속상하겠지만 김보름을 일방적으로 코너로 몰아가고 물어뜯는다면 그것은 폭력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품어 안아야 한다. 그런 것들을 미래 세대에게 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여자 매스스타트 세계 1위까지 올랐던 김보름은 자기 인생에서 가장 참담한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충격을 떨치고 24일 매스스타트 경기에 나와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안방 관중들도 힘찬 박수를 보내준다면 그것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을 것이다.
강릉/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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