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석달여 만에 다시 수감될 위기에 몰렸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이 또 한번 구속을 피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 여론조작 사건 축소·은폐지시 혐의에 박근혜정부 시절 세월호참사 보고조작 혐의가 더해졌지만 법원의 판단은 검찰과 달랐다. 검찰은 즉각 비정상적이고 이해하지 못할 결정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오전 10시30분부터 김 전 장관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뒤 이튿날 새벽 0시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종전에 영장이 청구된 사실과 별개인 본건 범죄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의 내용을 볼 때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사안의 진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정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군 수사축소와 관련해 최고위 장관인 피의자가 수사축소 방침을 지시한 사실이 부하 장성 등 관계자 다수의 진술 등 증거에 의해 명백하게 인정되고 피의자의 지시를 받고 수사를 축소한 부하장성 등 다수가 구속되었음에도, 조사본부장으로 하여금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만나게 한 사실 등 명백하게 인정되는 사실조차 전면 부인하는 등 거짓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또 "또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임의로 변경한 사안도 수백 명의 국민 생명을 잃게 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와대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악의적인 의도로 자행한 것으로 온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도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지난달 27일 김 전 장관을 소환 조사한 뒤 2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11월 구속됐다가 적부심을 신청해 풀려난지 꼭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김 전 장관은 2013~2014년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관여 범행을 대상으로 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와 관련해 축소수사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국방부 조사본부는 2014년 11월 국군 사이버사령부 관련 의혹에 대해 '조직적 대선 개입은 없었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장관이 관여한 정황을 다수 파악했다.
검찰은 핵심인물로부터 김 전 장관이 수사방향을 지시했고 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을 구속하겠다는 보고를 올리자 김 전 장관이 불구속 수사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군 사이버사 여론조작 은폐·축소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이 전 단장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번째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도 "지금까지 국가방위를 위한 제 본연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김 전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이던 2014년 7월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소관 대통령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가안보실이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가 아닌 것으로 내용을 임의수정해 공용서류를 손상하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세월호참사 뒤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한 시점을 사고 당일 오전 9시30분으로 기록했다가 사후에 오전 10시로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구속영장은 세월호 참사 관련 조작 혐의로 청구됐다.
김 전 장관은 참사 당시엔 국가안보실장이 아니어서 청와대 보고조작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김 전 장관은 김장수 전 실장에 이어 세월호참사 두달여 뒤인 2014년 6월 국가안보실장에 선임됐다.
그러나 현 정부 청와대 및 검찰 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최초 보고시간이 사후 조작된 시점은 2014년 10월23일로 특정된다. 김 전 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 보고시간 조작이 이뤄진 셈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22일 김 전 장관이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이후에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지 않고 추가 혐의보강에 주력하며 구속 의지를 불태워왔다. 이날 영장 기각으로 불구속 기소 여부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보라 기자 ppark14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