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서울대 초빙교수… 이진성은 헌재소장 올라, 배보윤 당시 헌재공보관 朴변호인단 합류 타진 논란
최순실, 징역 20년 중형… 고영태는 보석으로 풀려나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21분은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의 순간으로 기록됐다. 8인의 헌법재판관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했다. 국민 신임을 배반한 대통령을 파면해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게 92일간의 심리 끝에 내려진 결론이었다. 국민은 이 준엄한 선고 장면을 TV 생중계로 지켜봤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교수가 된 재판관 2명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 탄핵심판 재판장을 맡아 최종 절차인 탄핵 결정문을 낭독한 이정미 전 재판관은 ‘심판의 날’ 사흘 후인 3월 13일 퇴임했다.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퇴임사를 남겼다. 그는 같은 해 4월부터 모교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명돼 강단에 서고 있다. 외부 활동은 아직 삼가고 있다. 취재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최근 학교 연구실 문에 협박성 글이 붙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심판 전반부 53일을 이끌었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지난해 9월 서울대 초빙교수가 됐다. 이번 학기에도 ‘헌법재판소 주요 판례연구’ 강의를 맡고 있다. 박 전 소장은 지난해 1월 31일 퇴임해 탄핵 결정문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그는 퇴임 전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늦어도 3월 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며 탄핵심판 신속 결론 방침을 확고히 한 뒤 헌재를 떠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박 전 소장과 이 전 재판관에게 훈장을 수여하면서 “국민이 드리는 훈장”이라고 말했다.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현재도 재판관으로 재직 중이다. 탄핵심판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박 전 대통령이 성실한 직무수행 의무를 위반했다고 질책했던 이진성 재판관은 헌재소장에 올랐다. 이들 7명의 재판관은 내년 4월까지 전원 임기가 끝난다.
탄핵심판 때 ‘헌재의 입’ 역할을 했던 배보윤 전 헌재 공보관은 지난해 4월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 형사재판 변호인단 합류를 타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탄핵심판 주·조연, 엇갈리는 궤적
탄핵심판 피청구인인 박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 21일 뒤 구속 수감됐다. 5월부터 시작된 1심 재판은 지난달 27일 검찰의 징역 30년, 벌금 1185억원 구형과 함께 심리가 끝났다. 사과의 발언도, 피고인으로서의 진술도 없는 채로 다음 달 6일 선고가 내려진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재판 거부를 선언한 이후 완전 고립을 택했다. 선고일에도 구치소 독방을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 심판정에 증인으로 섰던 국정농단 연루자 대부분은 지금껏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국정농단의 시작과 끝’이라고 불리는 최순실씨는 지난달 13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최씨의 옛 측근이자 국정농단 폭로자인 고영태씨는 관세청 직원 인사청탁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10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불구속 상태로 계속 재판받는 중이다.
20명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대리인단 가운데 현재 유영하 변호사만 박 전 대통령과 연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자택 매각대금 30억원을 수표로 받아 갖고 있다가 법원의 추징보전 인용 결정 직전 박 전 대통령 계좌로 반환했다. 지난해 2월 탄핵심판 변론이 열린 심판정에서 태극기를 펼쳤다가 제지받았던 서석구 변호사는 최근에도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모습이 방송에 포착됐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었던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청탁 및 수사외압 의혹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당한 뒤 “망신주기식 과잉수사”라고 반발했다. 탄핵소추위원단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했던 이용구 변호사는 지난해 8월 현 정부의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 속에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발탁됐다. 1967년 법무실이 설치된 이래 50년간 검사가 독점하던 법무실장 자리에 오른 첫 외부 인사였다.
지호일 양민철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