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일정 방미, 북핵 문제 집중 조율 / 판문점 '도보다리 독대'처럼 양 정상 심도 있는 대화 기대 / 김정은 의도·우려 전달할 듯 / 靑 '리선권 발언' 에 반응 자제 / '로 키' 유지 속 회담 준비 전념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21일 워싱턴으로 떠난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북·미 정상회담 재고’ 담화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 분위기가 고비를 맞은 상황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길잡이 외교’에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방미 기간 문 대통령은 배석자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할 예정이어서 한반도의 운명을 건 두 정상 간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방미 일정 중 주목되는 것은 두 정상이 확대 정상회담 겸 업무오찬을 하기 전 이례적으로 배석자 없이 단독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대목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 등을 통해 파악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와 우려 등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담판지을 비핵화 대상·방법·시한과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반대급부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미국 방문은 목적이 정확하고, 가서 해야 할 일이 확실하지 않느냐”며 “두 정상이 그와 관련해 참모들 배석 없이 심도 있게 소통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 없이 대화 냉각기를 풀 해법을 고심하는 한편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전념했다. 청와대도 ‘로 키’를 유지한 채 북한의 진의 파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외 매체를 통해서만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트럼프 대통령도 리비아 모델의 ‘섬멸’을 언급하며 달래기에 나서는 점 등에 미뤄 양측이 판을 깨려는 상황은 아니라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공식 입장을 내거나 북한 의도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를 공개적으로 밝히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물밑 중재 역할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다만 북·중 밀착이 북·미 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시각에는 “북·중 간 만남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 새로운 장애가 생겼다고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