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타파' 18년 외길 걸어
'대통령 노무현' 만든 울산 경선, 지지율 1%였지만 마침내 이겨◆ 재보궐 당선자에게 듣는다 / ⑤ 이상헌 민주당 의원 ◆
'대통령 노무현'을 만들었다는 사람은 많지만 지지율 1%였을 때부터 그를 따른 사람은 손에 꼽는다. 이상헌 울산북구 국회의원 당선인이 그중 한 사람이다. 울산에서 더불어민주당 깃발을 달고 나와 '빨갱이'로 매도 당한 지 18년 만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그는 "명함을 주면 눈앞에서 찢어버렸고 문중에서도 나를 버렸다. 그런 울산의 대세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굳이 힘들게 울산에서 민주당 깃발을 들고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뭔가.
▷고등학교 때 흥사단(도산 안창호 선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립한 민족운동단체로 이후 진보적 시민단체로 변모) 아카데미 활동을 했다. 당시 박정희 정권에서는 고교생 아카데미가 반정부 활동의 온상이라고 보고 싹을 자르려고 했다. 그때부터 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후 안병욱 교수(전 흥사단 이사장)와 서영훈 선생의 강의를 듣고 큰 영향을 받았다. 서 선생이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표이기도 해서 그냥 멋모르고 따라갔다가 이렇게 됐다. 2000년 16대 총선에 출마했는데 9.8%로 떨어졌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전라도 앞잡이에 빨갱이가 돼버렸다. 길에서 명함을 주면 '민주당이네, 빨갱이네' 하면서 명함을 찢었다. 김대중의 하수인이 됐다고 경주 이씨 문중마저도 돌아서더라. 이래서 되겠나 싶어 당을 바꾸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어떻게 만나게 됐나.
▷2002년 대선 당시 울산 시민사회는 울산이 지역구인 정몽준 의원을 밀어야 할지, 민주당의 노무현 의원을 밀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나의 선택은 노무현이었다. 노무현 의원을 밀어야 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지지율이 1%도 안 됐을 때였다. 내가 돕겠다고 하자 노 의원이 울산에 가서 강연회를 열 테니 사람을 모아달라고 했다. 시작을 고향인 김해에서 하지 왜 울산에서 하느냐고 묻자 "당신에게 맡기겠다"고 하더라. 대선주자로서는 실질적인 첫 출마선언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 양반이 민주당 울산 경선에서 1등이 됐기 때문에 호남 사람들이 '노무현을 밀면 되겠구나' 생각해서 광주 경선에서도 이긴 거다.
―그 뒤 오랫동안 울산시당 위원장을 맡았는데.
▷울산시당 위원장을 할 때였는데 하루는 당시 문재인 당 대표가 나를 찾아왔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울산의 야권 단일화 문제 때문에 온 거였다. 그 자리에서 내가 울산의 야권을 규합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에게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들을 입당시켜야 우리가 희망이 있다고 얘기를 했다. 울산이 단일화를 하면 이게 영남으로 퍼질 수 있고 그럼 우리 당이 이길 수 있으니까. 그러자 문 대표가 "모든 건 내 책임이니 당신에게 모든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내가 그래서 모든 권한을 받아 단일화 협상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재야 인사를 많이 만났는데 잘 안 끌어지기는 하더라. 울산에 지역구가 6군데인데 당시 민주노총에서 바람이 불었다. 결국 윤종오 무소속 후보와 민중당 후보에 양보하고 열심히 선거를 도왔다. 다 당선됐다. 이 결과는 대단히 의미 있는 것이었다. 민주당이 20대에 1석 차이로 제1당이 되고, 국회의장직을 가져간 건 저 두 석이 컸다.
―가장 우선시하는 공약은 뭔가.
▷울산은 도로 2.2㎞ 만드는 데 13년이 걸리는 도시다. 매번 (보수 정당 출신 시장과 노동계가) 이념논쟁만 하니 이렇게 된 거다. 내가 끝내고자 한다. 내 최우선 공약이 25㎞ 외곽순환도로다. 출퇴근 시 교통이 엉망이다. 이게 안 되면 울산은 희망이 없다. 7개 광역자치단체 중 외곽순환도로 없는 도시는 울산이 유일하다. 당선 뒤 문 대통령으로부터 축하전화가 왔는데 예의가 아닌 걸 알면서도 바로 울산의 도로 문제를 얘기했다.
■ He is…
△1954년 울산 △울산고 △울산과학대 △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 박사 △울산 흥사단 대표 △울산신문사 대표 △노무현 대통령 후보 울산선거대책 본부장 △문재인 대통령 후보 울산선거대책 본부장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 부의장
[김태준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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