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7일 ‘제3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네티즌은 ‘대통령 조롱’ 의혹이 제기된 시위 참석 소감을 공개적인 공간에 올린 정 장관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혜화역 시위 현장에 조용히 다녀왔다. 많은 여성이 노상에 모여 분노하고 절규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고 페이스북 페이지 ‘여성가족부 장관’에 게시했다. 이어 “여러분만의 자유로운 공간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멀리에서 지켜봤지만 스크린과 마이크의 도움으로 경청할 수 있었다”면서 “참석자들은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촬영을 비롯해 성범죄를 근절하지 못하는 국가기관과 우리 사회 전반의 성차별을 성토했다”고 적었다.
정 장관은 또 “국무위원의 한 사람이자 여성인권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참으로 송구스럽고 마음이 무거웠다”며 “정부가 그동안 안전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해 왔음에도 여전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외친 생생한 목소리 잊지 않고, 불법촬영 및 유포 등의 두려움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안전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페이스북 '여성가족부 장관' 페이지 캡처이 글에 8일 오전 10시47분 기준 2006개의 댓글이 달렸다. 많은 네티즌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던 시위를 지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발언은 시위 참석자들이 외친 “문재인 제기해”라는 구호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서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가볍다”면서도 “남성 가해자가 구속되고 엄벌이 가해지는 비율이 더 높았다. 편파수사라는 말이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데 대한 반발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홍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 도중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된 뒤,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편파수사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 시위 참석자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하고 표를 가져간 문재인 대통령, 우리를 더는 실망시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뒤이어 “문재인 제기해”라는 구호가 집회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주최 측은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서 ‘제기’는 사전적 의미”라며 ‘문제를 제기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해’가 ‘재기해’로 들릴 수 있고, 급진적 페미니즘 표방 커뮤니티에서 주로 투신자살을 지칭할 때 사용되는 문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참석자가 ‘곰’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던 것도 구설에 올랐다. 문 대통령의 성(姓)을 거꾸로 놓은 이 단어 역시 일베에서 쓰이기 때문이다.
이 표현의 의미에 대한 갑론을박은 정 장관 페이스북에서 계속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정부부처 장관은 중립적이어야 하는 자리 아니냐”면서 “이런 구호를 외치는 시위를 경청했다니 놀랍다”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은 “시위 구호는 ‘대통령 문재인은 응답하라’였다”며 “허위 정보를 퍼트리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번 집회는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오후 3시부터 약 3시간40분 동안 개최됐다.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렸으며 6만여명(7일 오후 6시 기준 주최 측 추산)이 넘는 여성들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여성 대상의 몰카 범죄 수사에 소극적인 검찰과 경찰, 문 대통령, 사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http://v.media.daum.net/v/20180708111651736
링크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99611